느림의 미학 846 단풍나무의 형님 '붉나무'
2024. 11. 9. 10;00
요즘 산이나 둘레길을 돌다 보면 단풍나무보다
더 붉은 단풍을 양지바른 곳에서 볼 수 있다.
너무 흔해서 무심코 지나치기 좋은 나무,
그 나무가 옻나무 종류인 '붉나무'로 이름이
조금 특이하다.
비단 붉나무만 이름이 특이할까,
천관산에 올랐다가 장흥 해안가에서 만난
돈나무(갯똥나무), 뭔나무, 아왜나무,
고령 미숭산 고분군 들머리의 꽝꽝나무,
딱총나무,
변산에서 만난 호랑가시나무,
울릉도의 너도 밤나무, 나도 밤나무,
광릉수목원의 덜꿩나무,
하남 경정장의 박태기나무와
10월 30일 청태산에서 만난 '청시닥나무'가
내가 만난 특이한 나무이다.
이밖에도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꾸지뽕나무, 때죽나무, 노루발나무, 중대가리
나무(僧頭木), 쥐똥나무, 다정큼나무, 작살나무,
쉬나무, 화살나무, 말채나무, 귀룽나무 등
특이한 이름을 가진 나무를 주변이나 공원에서
볼 수 있다.
늦더위로 단풍이 많이 지각을 하였다.
10월은 여름날씨였고 11월에도 한낮에는 덥다고
느껴질 때가 많았던 탓에 내가 오르내리는 곳은
고운 단풍이 드물다.
산벚나무와 참나무등 잎사귀는 단풍이 들기도
전에 말라서 낙엽이 되었고 '공작단풍나무'가
이제 물들기 시작했다.
가을이 되면 화려한 색깔을 뽐내는 당단풍도
잎사귀는 아직 푸르고,
참나무중 낙엽이 제일 예쁘다는 '갈참나무잎'이
입동(入冬)이 지나자 붉나무옆에서 붉게 변하기
시작한다.
김소월 시인이 작시한 ' 엄마야 누나야'라는 동요
가사 중 세 번째 소절에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뒷문밖에는 '갈잎'의
노래♬"라는 노랫말이 나온다.
여기에 나오는 '갈잎'은 무슨 잎일까.
작시한 고 김소월 시인에게 불어볼 수가 없으니
나는 편하게 '갈참나무잎'으로 해석을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서석 서걱대는 '갈대'로 해석을
하기도 한다.
숲 속의 붉나무가 단풍나무를 제치고 제대로
단풍이 드는 풍경을 보며 비로소 가을이 왔다는
생각이 든다.
< 붉나무 >
양지바른 곳을 좋아하는 붉나무는 옻나무 종류다.
참옻나무, 개옻나무, 검양옻나무, 덩굴옻나무와
겨루는 붉나무는 7m 이상 자란다.
잎은 달걀모양으로 단풍나무보다 잎이 더 붉게
물들어 붉나무라는 이름을 얻었는데 붉은 색깔만
가지고 따진다면 단풍나무의 형님뻘이다.
화살나무, 남천나무 등과 함께 초가을부터 붉게
불타는 붉나무는 가을 산을 붉게 물들이는
대표 나무이기도 하다.
옻나무 종류 중 '검양옻나무'는 2010. 4. 3일
내변산(508m)에서 찍었고 그 후에는 만나지를
못했다.
동글동글한 열매가 원추형으로 열리는
붉나무는 '소금나무'라고도 불린다.
이 열매가 녹색에서 붉은색으로 변해가며
열매 표면에 하얀 가루가 생기는데 이 가루가
시면서도 짠맛이 나기 때문이다.
옛날 산간벽지에 사는 사람들은 바다가 너무
멀어 소금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붉나무 열매를 우려내 소금 대신 썼다고
해 염부목(鹽膚木), 또는 염부자로 부르기도
했다.
꽃은 7~9월에 피는데 구수한 꿀향기가 나고,
꿀이 많아 꿀풀등과 함께 꿀벌들의 활동을
돕는 밀원식물이기도 하다.
붉나무 잎자루에는 혹처럼 생긴 벌레집(충영
蟲癭)이 많이 달려있다.
진딧물의 한 종류인 오배자면충이 기생해서
생기는 이 벌레집을 한약재로 써서, 옛날에는
오배자(五倍子) 나무로 불렀다.
며칠간 새벽기온이 영도까지 떨어졌다.
온 지 며칠 되지 않은 가을이 단풍이 제대로
들기도 전에 성급하게 떠나려 한다.
가을은 비움의 계절이다.
무심한 구름 몇 점이 쪽빛 하늘을 오가고
숲 속도 내 마음도 점점 비어져간다.
2024. 11. 9.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