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미학 872 새싹
2025. 2. 22. 10;00
연일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강추위가
무섭지도 않은지 냉이가 땅바닥에서 빼꼼히
고개를 들며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준다.
봄의 자연은 참으로 신비롭다.
아무리 추워도 때가 되자 겨우내 언 땅이
녹기 시작하고 숨 죽였던 생명이 기지개를
켜니 말이다.
개불알꽃, 봄맞이꽃, 양지꽃, 제비꽃의
새싹은 어디에 꽁꽁 숨었는지 보이지
않는다.
햇빛 닿지 않는 숲 속 한구석에 숨어있나
두리번거리며 찾는다.
한구석을 집중해서 보니 개불알꽃 새순이
꼬물거리며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다.
작고 여린 꼬맹이 꽃들이 제대로 탄생을 하고
살아남으려면 햇볕 잘 드는 곳을 찾아서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뻗어야 하는데 나만의
기우(杞憂)인가.
<2021. 3. 14. 검단산에서 만난 노루귀 >
저렇게 작은 생명들은 누구도 대신 싹을
틔워 줄 수 없다.
겨우내 땅속에 숨었다가 씨앗의 두꺼운
껍데기를 찢는 고통도, 꽁꽁 얼어붙어 단단
해진 땅을 뚫고 나오며 겪을 고난도 오롯이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가을엔 수많은 홀씨와 열매를 날려 보내고,
어미의 몸체에서 떠난 긴 이별의 겨울이
지나가며 봄은 다시 오고 있다.
홀씨에서 태어난 새싹들이 뿌리를 땅속에
단단히 박고 무성한 줄기와 가지를 뻗어
무수한 잎사귀와 꽃을 피우는 것이 자신의
의무임을 숲 속의 새 생명들은 안다.
오늘도 묵묵히 안간힘을 쓰는 자연의 새
생명들을 보며 어리석은 인간세상을 경계
한다.
2025. 2. 22.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