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느림의 미학 873 매화의 암향(暗香)

김흥만 2025. 2. 23. 19:32

2025.  2.  23.  10;00

뜰안의 매화나무 아래에서 서성이며 홍매와

백매의 꽃눈을 살펴본다.

아직 매화의 꽃눈이 산수유 꽃눈보다 훨씬

작으니 산수유보다 늦게 필지도 모르겠다.

 

매화나무 아래에 화롯불을 피울 정도로 율곡

이이가 사랑했다는 오죽헌 율곡매(栗谷梅)의

(香)은 어떨까.

 

이번에 찍은 건지 아님 작년 자료사진인지

며칠 전 화엄사의 홍매 사진이 Tv 화면에

살짝 스쳐 지나갔다.

 

요즘 늦추위가 기승을 부리는데 지금쯤

피었으려나.

혼탁한 인간세상이라도 매화는 스스로

제 할 일을 하기에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입춘이 지났어도 늦추위가 여전히 극성을

부리고 2월도 하순에 접어들었다.

 

꽃을 피우기 위한 냉각량(冷却量)은 충분히 

채워졌을 거고, 이제부터 어느 정도 기온량

(加溫量)만 채우면 되니 광양 등 아랫녘에선

매화가 곧 피기 시작하겠다.

 

천연기념물 제488호로 수령 350년이 넘는

선암사 무우전 돌담길의 선암매,

제486호인 백양사 고불매,

제485호 화엄사 백매,

384 오죽헌의 율곡매 등 우리나라 4대

매화와

 

고성 연화산 옥천사의 고매, 경복궁의

고매(古梅) 등 전국의 각지에서 여러 매화

나무를 만났고 그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매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호남 5매(梅)로 선암사 무우전 선암매,

명나라 희종황제한테 받았다는 전남대학교

대명매, 담양의 계당매, 소록도 수양매,

백양사 고불매를 꼽는다. 

 

또한 무위사 만첩홍매, 죽설헌의 죽설매,

대흥사 초의매, 운림산방 일지매,

엄동설한인 납월(臘月)에 꽃이 핀다는

금둔사 납월홍매도 꼽았다.

 

이밖에도 대흥사 일지매, 환벽당매, 독수매,

와룡매가 많은 선비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고,

순천 순복음교회의 넓은 마당엔 청매, 홍매,

백매, 능수매 등 10여 종이 핀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호남지역이 유독 유명 매화를

많이 가진 셈이니 이제부터 남도의 화려한

꽃 중에서도 특히 매화의 잔치가 시작

되겠다.

 

화양백리(花香百里)라 했다.

음력으로 섣달(12월)에 피는 납매(臘梅)의

향(香)은 70여 가지 향기성분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 납매의 향은 어디까지 퍼질까.

 

소한과 대한(大寒)이 지나면 바로 반투명

노란색을 띠며 핀다는 납매를 아직 보지

못했다.

 

선비들은 매화꽃을 찾는 걸 탐화(探花)라

했고 매향을 암향(暗香)이라 불렀다.

 

하남 광주향교의 '만첩홍매'를 찾아 암향을

즐기며 선비 노릇을 해야겠다.

             <  하남 광주향교 만첩홍매>

 

이 글을 쓰는 중 3월 진천중 동창회 모임

공지를 읽은 친구들이 원주와 홍천에서,

진천에서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참석하겠

다는 연락이 왔다.

 

화향은 백리(花香百里)요, 주향은 천리(酒香

千里)요, 인향은 만리(人香萬里)라 했다.

 

황혼 인생에 꽃냄새가 좋을까, 술냄새가

좋을까, 아님 사람냄새가 좋을까.

 

꽃냄새는 꽃에게서 술냄새는 막걸리에서,

사람냄새는 친구에게서 맡으면 될 일을

공연히 냄새로 등급을 매기는 나쁜 버릇이

또 튀어나왔다.

 

                    2025.  2.  23.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