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느림의 미학 651 개똥쑥

김흥만 2021. 9. 18. 20:51

2021.  9.  18.  05;30

지천으로 자라던 '개똥쑥'이 시름시름 기운을 잃어간다.

새벽 기온이 16도까지 떨어졌기에 입은 말라가고 서서히 추위를

대비하는 모양이다.

 

주변에 야관문, 개망초, 쑥, 왕바랭이는 아직 기운이 왕성한데 개똥쑥만

힘을 잃어가니 가을이 제대로 내려왔나보다.

한쪽에선 어둠이 가시는 여명 빛에 안토시아닌이 풍부하다고 알려진

'까마중'의 열매가 까맣게 익어간다.

                                 < 까마중  >

 

그게 언제던가?

내가 백령도에 가던 해 2013년은 '개똥쑥'에 대해 전국으로 광풍이 불었다.

 

워싱턴대학 연구팀에서 개똥쑥의 항암효과가 12배나 된다고 연구결과를

발표하자, 항암은 물론 혈압, 당뇨에도 좋다고 동반 소문이 나며 사람들이

개똥쑥과 비슷한 외래종 '돼지풀'까지 마구 뜯어다 복용을 하는 바람에 탈이

많이 생겼다.

 

역설적으로 사람들이 생태교란 식물로 지정된 돼지풀을 개똥쑥으로 알고

마구 채취하는 바람에 생태계가 조금 좋아졌다고도 한다. 

 

개똥쑥은 민간요법으로 학질 즉 말라리아를 치료하고 열을 식히며 염증을

가라 앉히는 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항암은 실험단계이고 그 이후 지금까지

8년이 지났어도 뚜렷한 연구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그 이전에는 '쇠뜨기풀'이 위장에 좋다고 소문이 나자,

쇠뜨기풀을 뜯어먹고 많은 사람들이 위장장애를 일으켜 고생을 하기도 했다.

 

자연은 정직하다.

'쇠뜨기풀'은 소가 속이 거북할 때 일부로 설사를 하기 위해 뜯어먹는 풀이요,

'괭이밥'은 고양이가 속이 안좋을 때 먹는 풀이다.

 

'이질풀'은 사람의 설사를 고쳐준다.

따라서 60~70년대에는 매운음식을 잘 먹지못하고 이질에 걸리면 잘죽는

일본 사람들을 위해 대량으로 수출이 되기도 했다.

 

쑥은 농약이나 오염물질을 흡수하는 능력이 뛰어난데,

기록에 의하면 반경 5km 정도의 거리의 농약을 흡수할 수 있다는 거다.

 

따라서 농약을 많이 쓰는 농지 가까운 곳에서 자라는 쑥은 좋지 않기에

백령도 '싸주아리쑥'이나 강원도 '인진쑥'이 인기가 좋은 이유이다.

                                  <  유홍초  >    

 

나는 KBS나 MBC TV를 잘 보지 않는다.

광우병 사태나 세월호 사건, 집권여당을 방송할 때 많은 편파방송으로 신뢰를

할 수가 없어서 TV조선 등 종편을 자주보는 편이다.

 

종편을 자주보면서 묘한 걸 느낀다.

주로 토요일이나 일요일 종합편성 방송의 대부분은 생로병사나 건강에 대하여

많은 패널들이 나와 각자의 전문 의견을 이야기하며 몸에 좋다는 건강식품을

말한다.

 

그런데 묘하게도 종편에서 몸에 좋은 식품에 대하여 방송을 할 때마다

이웃 상업채널에서는 어김없이 그 식품이나 영양제를 판매하며 시청자를

유인(誘引) 하니 장삿속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쇠뜨기풀에 이어 난리를 쳤던 개똥쑥,

그다음에 신비의 열매이자 수퍼 푸드로 이름을 날렸던 '아마씨'였던가,

오메가-3와 단백질, 미네랄이 풍부하다고 방송에서 난리를 쳐 한창 잘 팔리다가

위장장애를 일으킨 사람들이 많이 발생하자 어느 날 쑥 들어갔다.

 

그후 염증을 제거해준다는 '노니'가 방송계를 장악하다가 쇳가루 파동이 일어났고,

'아로니아' 광풍이 불어 여기저기 대량으로 심었다가 작년엔 팔리지 않아 많은

생산량을 기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석류'가 바람이 불었고 '보스웰리아' 판매 붐이 일어나더니 슬그머니

사라졌다.

 

<에필로그>

개똥쑥을 쓰다가 1976년 9월 주택은행 초임지인 중곡동에 같이 부임했던 '똥숙',

이동숙이가 생각난다.

유난히 애교가 많고 예뻤던 그녀와의 추억과 인연을 실은 타임머신이 가슴을

설레게 한다.

 

전라도 광주 출신 아가씨로 작고 아담한 몸매로 약간 뒤뚱거리며 걷기에

씨암탉으로도 불리었던 똥숙이는 어느날 같이 근무하던 직원과 결혼을 하고

사라졌다.

 

                          2021.  9.  18.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