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미학 711 세상은 아사리판(阿闍梨判)
2022. 10. 5.
세상 참 소란스럽다.
정치판은 싸움으로 지새우고, 사회는 질서는커녕 여러 사람이 뒤엉켜
영양가 없이 아웅다웅하는 나라꼴이 참 가관(可館)이다.
대통령이 국군의 날 행사에서 "열중 쉬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아
제병지휘관이 알아서 "열중 쉬어"를 명했고, 행사에 참가한 장병들이
그제야 열중 쉬어 자세를 취했다며 대통령이 무지하다고 야당에서
공격을 한다.
대통령이 아직 행사에 익숙하지 않아 그럴 수도 있는데,
한 나라의 최고 책임자이자 국군통수권자를 능멸하는 세상 꼴을
보면서 욕을 하는 사람들한테 다음과 같은 예절도 아는가 묻고 싶다.
몇 달 전 예전에 같이 근무했던 여성 동료를 만났다.
물론 서로 동시에 손을 내밀어 악수를 건넸다.
내가 옛 상사였기에 나는 한 손으로 그녀는 두 손으로 손을 잡았다.
< 철 모르고 핀 '애기똥풀' >
이게 악수를 하는 예법으로 맞는 걸까?
며칠 후 자료를 찾아보니,
1. 악수는 기혼자가 미혼자에게
2. 선배가 후배에게
3. 여자가 남자에게
4. 손님이 주인에게 청하는 게 제대로 된 악수 예절이라는 거다.
세상 참 우습다.
남자가 여자에게 악수를 청할 수도 있는 거고
초면엔 기혼자와 미혼자를 구분하기도 어렵거니와 선배와 후배인지
구분하기가 어려울 때도 많은데 말이다.
또한 올바른 인사를 하려면
인사를 할 때 발뒤꿈치를 붙이고 양발의 각도는 여자 15도, 남자는
30도 정도를 유지하여야 한다는 대목에선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세상은 정신 차리기 힘들 정도로 빠른 변화를 하며, 국민들은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로 매일 고통 속에 신음(呻吟) 소리를 참고 산다.
바이든이든 날리면이든 비속어를 좀 쓰면 어떤가.
"열중 쉬어"를 하지 않았다고 시비를 거는 사람들을 보며 아사리판
(阿闍梨判)을 떠올리는 밤이다.
2022. 10. 5.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