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 5

느림의 미학 831 소나기가 그리운 날

2024.  8.  25.  05;00뜨락으로 나오자 맑고 청량한 공기가 온몸을 감싼다.얼마만인가,그동안 바깥에서 안으로 들어와야 시원했는데,오늘 새벽엔 실내보다 바깥이 더 시원하니 쉽게 믿기지 않는다. 이 시간 온도는 섭씨 23.7도,밤새도록 울다 지친 매미가 침묵을 지키고,솔부엉이 울음소리가 매미의 빈 자리를 차지했다. 왕성하게 윙윙거리며 몸에 대들던 산모기 소리도사라졌다.처서(處暑)가 지나자마자 모기입이 진짜로 돌아간 모양이다. 폭염으로 달궈진 사위(四圍)가 계속 열을 뿜어대고,잠 못 드는 밤이 수십 일째 이어지자, 무더운 여름이 떠나지 않고 계속 머무르는 줄만 알았다. 귀뚜라미와 여치 등 풀벌레들도 더위에 지쳐 한참이나 노래를 멈췄었는데, 오늘따라 가을을 재촉하는 듯한껏 목청을 높이며 숲 속의 적..

나의 이야기 2024.08.25

느림의 미학 830 악, 깡, 땀의 MZ 충신과 간신

2024.  8.  11.  05;20높이뛰기 결승전을 시청하다 잠을 설치고 평소보다조금 늦게 숲길에 들어섰다. 그러고 보니 7월 26일 개막했던 파리 올림픽이 오늘 폐막일이구나. 악과 깡으로 뭉쳐진 태극전사들이 좋은 성적으로 메달을 딸 때마다 기쁨의 환호성이 나왔고,메달 획득에 실패해도 선수들의 흘린 땀방울과 노고에 대해 경의를 표했다. 예전 내 주치의는 머리 진단 후 스포츠 경기는 이기는 것만 보라 했다.수술 후에는 이기는 과정에 있는 경기도 보지 말고,완전히 이긴 경기만 보라고 하며 실질적으로 스포츠 관람을 금한 거다. 심장 기능은 지금도 청년급 기능이라 하면서도 스포츠를 관람하며 스트레스를 받거나 흥분하지 말라고 주의를 준다. 그래도 오랜만에 보는 올림픽 경기인데 안 볼 수 없어 가급적 이길 수 ..

나의 이야기 2024.08.11

느림의 미학 829 어둠 속에서 만난 '무릇'

2024.  8.  8.  04;40먼동이 트려면 아직도 한 시간이나 남았다.오늘은 숲 속에서 무엇을 만나려나 두리번거리며산길을 오른다. 고양이 한 마리가 숲 속으로 뛰어 들어가고,희미한 불빛 아래 활짝 핀 연분홍색 '무릇'꽃을 만났다. 어느 시인은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을 내려갈 때보았네"라고 했다. 그러나 때로는 어둠 속에서도 보이는 법,산길가 여기저기에 무리지어 핀 '무릇'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마침 카메라에 플래시를 끼우고 나왔기에 '무릇'에앵글을 맞춘다. 렌즈는 상처가 났고, 배터리 끼우는 부분이 고장 났어도 부품이 단종되어 고칠 수 없는 카메라,15년 가까이 내손에서 떠나지 않은 삼성 카메라가이젠 낡을 대로 낡았다. 응급조치가 필요해 스카치 테이프로 여기저기 붙이며 이 카메라와 작별..

나의 이야기 2024.08.08

느림의 미학 828 임시현과 샐리의 법칙(Sally's Law)

2024.  8.  4.  05;30아침운동 중 '패랭이'를 보며 어젯밤 양궁 3관왕에 오른 임시현 선수를 생각한다. 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까지 금메달을 딴 임시현,세계 제1의 양궁 실력은 물론 174cm의 늘씬한 키와 수려한 미모를 보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2022년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 혜성같이 나타나이우석 선수와 함께 혼성전에서 우승하고,2020년 일본 도쿄 올림픽 3관왕을 자랑하는 '안산'을꺾고 금메달 3관왕을 달성하더니 이번 올림픽에서도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한다. 전훈영, 남수현 선수 등 미인 양궁 삼총사가 출전한 단체전에서 임시현이 실수를 하면 전훈영, 남수현이 10점을 쏴서 안정적으로 게임을 운용했고 마침내 금메달을 땄다. 남녀 혼성전에서도 8점으로 실수를 하면 김우진 선수가 연속 10..

나의 이야기 2024.08.04

느림의 미학 827 무리

2024.  8.  2.지난봄 황산 숲길에 무리 지어 탄생한 관중(貫衆)이 어느새 많이 자랐다. 여러해살이풀 양치식물로 키는 1m가량 자라는데,식물 이름에 특이하게 꿸 관(貫), 무리 중(衆) 자를 썼다. 인제 방태산(1,444m)을 오를 때 2단 폭포를 지나면삼거리가 나온다. 좌측으로는 매봉령(1,213m)과 구룡덕봉(1,389m)을 거쳐 정상인 주억봉(1,444m)에 오르고,오른쪽으로는 바로 주억봉으로 오르는 지당골이나오는데 지당골은 관중(貫衆)이 숲을 이룬다. 지당골은 관중과 공작고사리, 미역고사리, 일색고사리, 검정개관중이 정글을 이루고 있어 영화 '아바타'의 배경보다 더 멋졌던 풍경이 생각난다. 무리를 지어 핀다는 뜻을 가진 분홍색 '무릇'을 작년에는 이 근처에서 찍었는데 요즘엔 통 보이지 않는..

나의 이야기 2024.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