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020

느림의 미학 1022 사랑이 흐르는 골목길

2026. 9. 24. 08;00 추석연휴 첫날,중학교 운동장에서 서너 명의 학생들이공을 차며 신나게 논다. 덕풍중학교와 우리 집 사이에 폭 약 8m,길이가 약 300m 정도 되는 골목길이 있다. 차와 오토바이가 다니지 않는 골목길을지날 때마다 때 묻지 않은 아이들의 밝은 모습을 본다. 길이 짧아 소실점(消失點)은 보이지 않는다.집 뒤편에 있어도 '뒤안길'이라 하기도그렇고, 좁은 골목길을 말하는 '고샅'도 아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없고앞뒤가 뚫렸으니 막다른 골목도 아니고,거칠고 잡초가 무성한 '푸서릿 길'도 아니다. 그냥 티 없이 맑은 중학생들이 성장의 과정인 배움의 길에서 우정과 사랑을 쌓아가는 길이기도 하다. 담장에 핀 계요등을 만났다.크기가 5mm도 되지 않는 작은 꽃을 바라본다. 닭오..

나의 이야기 2026.09.24

느림의 미학 1021 붉나무에 가을꽃이 피다.

2026. 9. 20. 06;00무심한 듯 살랑살랑 건들바람이 분다. 툭툭~ 떨어지는 도토리,딱딱~아람 벌어지는 밤(栗)과 함께무거운 열기를 밀쳐내고 찾아온 가을이반가워 늦잠을 자지 못했다. 내 신발에 뭉그러지는 도토리가 비명을지르고, 풀벌레들의 합창소리에 질세라 까마귀도 목청을 높인다. 동편하늘엔 붉게 물들었던 여명빛이 금세 사라지고 수줍은 새털구름이 그 자리를 메꿔나간다. 산어귀에서 선선하게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산길가에 무성했던 잡초들은 서서히 풀이 죽어가고 노란 은행알도떨어진다. 바닥에 떨어진 밤송이에서 네 개의 토실토실한 밤을 꺼내 주머니에 넣었다. 녹색 도토리, 갈색 도토리, 어두운 갈색의 밤이 산길가에 어지러이 널려있고, 숲은 시시각각 가을색으로 변해간다. 지겨웠던 여름날이 슬그머니 사라..

나의 이야기 2026.09.20

느림의 미학 1020 싸움은 선빵이다.

2026. 9. 17. 05;00싸움은 선빵이 중요하다.선제공격으로 기선을 제압하면 웬만한싸움은 쉽게 이기는데 그렇다고 내가 싸움을 잘하는 건 아니다. 며칠 전 황산숲길을 두 번째 돌아 교차되는 지점에서 환자복을 입은 노인과마주쳤다. 바로 그 사람이구나.매일 새벽 이곳 숲 속 높은 곳에 올라20여분 이상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노래와 발성연습을 하는 사람이다. 목소리를 낮게 깔며"이봐요 숲에서 노랫소리가 너무 커산책하는데 방해가 되니 목소리를낮추고 짧게 하세요"라고 강하게 선빵을 날렸다. "나 말고도 다른 사람들이 벼르고 있으며 심지어는 싸움까지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라고 말했더니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고 나에게 말대꾸를 하지 못한다. 행색을 보니 근처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장기간 입원한 노인으로 ..

나의 이야기 2026.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