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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미학 1019 바뀐 술잔

2026. 9. 15. 13;00소주잔에 담긴 막걸리를 무심하게 바라본다.언제부터인가 농담으로 나의 술인생은화류계 60년이라 했다. 술맛을 어려서부터 알았다.참 잘 마셨고 또 지독하게 좋아했다. 웬만해선 취하지 않는 체질이고, 많이 마시면 살이 좀 찌는 정도고 숙취도별로 느끼지 않았다. 술맛을 안 게 초등학교 3~4학년 무렵으로 기억이 나니 술을 가까이 한지60년 세월이 훌쩍 넘은 거다. 술을 좋아하시던 아버지,현역시절엔 사랑방, 은퇴 후엔 과수원에 술친구와 술손님이 수시로 드나들었고, 그때마다 나는 주전자를 들고 서울옥,진천옥으로 막걸리를 '받으러' 다녔다. 다른 지역에선 어떻게 표현하는지는몰라도 충청도 진천에선 막걸리를사러 갈 때 "막걸리를 받으러 간다."쌀을 사러 갈 때도 "쌀을 팔러 간다"라..

나의 이야기 2026.09.15

느림의 미학 1018 여뀌의 진짜 얼굴

2026. 9. 12. 04;3012도까지 떨어진 새벽,여름이 갑자기 실종되자 매미도 함께사라졌고 귀뚜라미와 풀벌레들이 그틈을 메꿨다. 톡톡 딱딱!!도토리와 밤송이가 허공에서 떨어진다. 아~아프다.무게가 가벼워도 10m 높이에서 수직으로 떨어지는 도토리를 맞으면 제법 아프다. 붉은 게 보여 랜턴을 비췄다.아하~어두운 숲 속에서 '여뀌'가 고운 꽃을 피웠구나. 바랭이, 질경이, 쑥과 함께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여뀌가 랜턴 불빛 속에서 붉은 꽃을 보여준다. 지금은 복개되어 보이지 않지만 고향집 앞에 이름 없는 작은 개울이 있었다. 봉화산에서 발원한 물은 우리 집 앞을지나 백사천에 합류한 후 초평저수지에 모였다가 미호강으로 스며든다. 그 개울에 여뀌가 참 많았다.개울을 막고 여뀌를 으깨 물에 풀어넣으..

나의 이야기 2026.09.12

느림의 미학 1017 글이란 나에게 쓰는 편지 .

2026. 9. 5. 19;00일주일 만에 컴퓨터를 열었다.딱히 생각나는 것도 없고, 쓰고 싶은 생각도 없었기에 눈만 비비며 일주일을 보냈다. 사람이 멍청해지는 걸까.눈만 뜨면 가장 먼저 눈이 피곤해지고,눈이 피곤해지면 만사가 귀찮아지니 말이다. 며칠 전 넷째 아우가 쓴 자신의 삶을 뒤돌아 보는 자전적 에세이(essay) '나의 인생~특별하지 않아 특별한 날들'이라는 책이 교보문고에서 도착하였다. 같은 핏줄, 같은 형제임에도 성격은 사뭇 달랐고, 책장을 넘길 때마다 진한 감동과 아우의 진심을 느꼈다. 윤색(潤色) 하지 않아 편안한 글,기교를 부리지 않아 소박한 글, 자신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꺼내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잔잔하게 써 내려간 글은 바로 자전적 에세이의 기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년의 ..

나의 이야기 2026.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