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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미학 1021 붉나무에 가을꽃이 피다.

2026. 9. 20. 06;00무심한 듯 살랑살랑 건들바람이 분다. 툭툭~ 떨어지는 도토리,딱딱~아람 벌어지는 밤(栗)과 함께무거운 열기를 밀쳐내고 찾아온 가을이반가워 늦잠을 자지 못했다. 내 신발에 뭉그러지는 도토리가 비명을지르고, 풀벌레들의 합창소리에 질세라 까마귀도 목청을 높인다. 동편하늘엔 붉게 물들었던 여명빛이 금세 사라지고 수줍은 새털구름이 그 자리를 메꿔나간다. 산어귀에서 선선하게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산길가에 무성했던 잡초들은 서서히 풀이 죽어가고 노란 은행알도떨어진다. 바닥에 떨어진 밤송이에서 네 개의 토실토실한 밤을 꺼내 주머니에 넣었다. 녹색 도토리, 갈색 도토리, 어두운 갈색의 밤이 산길가에 어지러이 널려있고, 숲은 시시각각 가을색으로 변해간다. 지겨웠던 여름날이 슬그머니 사라..

나의 이야기 12:44:21

느림의 미학 1020 싸움은 선빵이다.

2026. 9. 17. 05;00싸움은 선빵이 중요하다.선제공격으로 기선을 제압하면 웬만한싸움은 쉽게 이기는데 그렇다고 내가 싸움을 잘하는 건 아니다. 며칠 전 황산숲길을 두 번째 돌아 교차되는 지점에서 환자복을 입은 노인과마주쳤다. 바로 그 사람이구나.매일 새벽 이곳 숲 속 높은 곳에 올라20여분 이상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노래와 발성연습을 하는 사람이다. 목소리를 낮게 깔며"이봐요 숲에서 노랫소리가 너무 커산책하는데 방해가 되니 목소리를낮추고 짧게 하세요"라고 강하게 선빵을 날렸다. "나 말고도 다른 사람들이 벼르고 있으며 심지어는 싸움까지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라고 말했더니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고 나에게 말대꾸를 하지 못한다. 행색을 보니 근처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장기간 입원한 노인으로 ..

나의 이야기 2026.09.17

느림의 미학 1019 바뀐 술잔

2026. 9. 15. 13;00소주잔에 담긴 막걸리를 무심하게 바라본다.언제부터인가 농담으로 나의 술인생은화류계 60년이라 했다. 술맛을 어려서부터 알았다.참 잘 마셨고 또 지독하게 좋아했다. 웬만해선 취하지 않는 체질이고, 많이 마시면 살이 좀 찌는 정도고 숙취도별로 느끼지 않았다. 술맛을 안 게 초등학교 3~4학년 무렵으로 기억이 나니 술을 가까이 한지60년 세월이 훌쩍 넘은 거다. 술을 좋아하시던 아버지,현역시절엔 사랑방, 은퇴 후엔 과수원에 술친구와 술손님이 수시로 드나들었고, 그때마다 나는 주전자를 들고 서울옥,진천옥으로 막걸리를 '받으러' 다녔다. 다른 지역에선 어떻게 표현하는지는몰라도 충청도 진천에선 막걸리를사러 갈 때 "막걸리를 받으러 간다."쌀을 사러 갈 때도 "쌀을 팔러 간다"라..

나의 이야기 2026.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