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느림의 미학 832 아! 꿈은 사라지고~~

김흥만 2024. 9. 3. 19:52

2024.  9  1.  11시 30분

응원과 함성으로 가득 찬 목동 야구장으로 들어서며

흥분된 가슴이 마구 띈다.

사랑하는 내 모교가 제52회 봉황대기 야구대회 결승에

오르다니 모든 게 꿈만 같다.

 

1루쪽 의자에 앉으며 나는 50여년 전 청년으로 변신

하는데 성공했다.

 

12시 정각 애국가 제창이 끝나고 결승이 시작되었다.

우리가 선공이고 초구는 볼인데 갑자기 마음이 조마

조마해진다.

 

야구팀 창단역사가 짧은 신생팀인 우리가 103개 팀이

참여한 메이저 대회에서 청룡기 준우승팀인 강릉고와

강팀인 대전고를 꺾고 결승에 오르다니 감개무량

(感慨無量)하다.

 

2023년에는 청룡기 4강에 올랐고,

언더독(underdog)으로 이번에는 결승에 오르며

돌풍의 주인공이 되었다.

 

수천 명의 고함소리, 응원소리, 박수소리에 나는

젊은이가 되었다.

그것도 십 대 청춘의 모습으로 돌아갔으니 말이다.

 

의외로 목소리도 크게 나간다.

언제 이렇게 마음껏 소리를 지를 때가 있었던가.

 

문득 어느 친구의 글이 생각난다.

그 친구는 "나의 가슴은 젊음 그대로인데 거울에

비치는 내 모습은 많이도 늙었구나"라고 썼다.

 

비록 몸은 늙어가도 목소리만은 아직 늙지 않았다.

늙지 않았기에 탁한 목소리도 아니다.

 

1점을 선취당하고 따라가고 3대 3 동점을 만들었을 땐

고함을 지르며 저 푸른 하늘이 모두 내 거였다.

 

4번 타자 한지윤의 동점타가 나왔을 땐 역전으로

우승을 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8회 말 3점을 내주는 바람에 이를

만회하지 못하고 경기는 준우승으로 끝났다.

 

15;30

지긋지긋한 머피의 법칙(Murphy's Low)이 계속

이어지고 샐리의 법칙(Sally's Law)은 끝내 나에게

찾아오지 않았다.

 

내가 보면 진다는 징크스는 파리 올림픽에 이어 오늘도

깨지지 않았으니 말이다.

 

경기가 끝난 후 최선을 다한 후배 야구선수들,

열심히 응원했던 친구들과 함께 교가를 합창하며

눈가에 눈물이 흘러 내린다.

 

이 눈물은 패자의 눈물이 아니고 감격의 눈물이지만

그래도 남이 볼세라 슬그머니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는다.

 

16;00

뒤풀이를 하며 준우승에 그친 아쉬움보다는 결승에 

오르기까지 힘들었던 과정에 대한 칭찬과 서로에 대한

위로를 나눈다.

 

맞다.

이번 봉황대기 우승에 대한 꿈은 사라졌다.

그렇다고 다음 우승에 대해 못 꿀 꿈도 아니다.

 

우승에 대한 꿈은 한여름 대낮에 꾸는 꿈이 아니다.

또한 호접지몽(胡蝶之夢)도 아니다.

 

작년엔 4강,

금년엔 준우승,

당장 오늘의 꿈은 사라졌지만 우승에 대한 꿈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오늘은 우승을 하지 못했더라도 학교가 있는 한,

열정으로 가득 찬 후배선수들이 있는 한 언젠가는

우승을 하고 기쁨과 환희의 눈물이 저 운동장에 여울져

흘러내리리라.

 

                      2024.  9.  1.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