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9. 29. 07;00
꿈을 꾸었다.
새벽운동도 못 나갈 정도로 깊게 잠이 들었나 보다.
매일의 하루일과는 새벽 4시 전후 운동을 나가면서
시작된다.
그런데 오늘은 6시가 지나서 눈을 떴고 꾸었던 꿈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지루하게 이어지던 열대야가 사라지자 깊고 긴 잠을
자며 꿈까지 꾸었으니 모처럼 숙면(熟眠)을 취한
모양이다.
세상 사는 재미에 3쾌(三快)가 있다고 한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즉 쾌식(快食), 쾌면(快眠),
쾌변(快便)을 꼽는데,
나는 한 가지 쾌유(快遊)를 더 붙여 4쾌를 주장한다.
잘 노는 것도 삼쾌 못지않게 중요하지 않은가.
이게 무슨 일이지?
내가 밀리터리(military) 마니아(mania)라서인가.
꿈속에서 군에 재입대를 했고,
현역시 복무했던 21사 66연대로 복귀해 단독군장으로
양구 대암산(1,304m)에 오른다.
고도계를 보니 해발 1,000m가 넘었고 용늪에 도착해
사주경계를 하다가 50년 전에 만났던 '비로용담
(毘盧龍膽)'을 만났다.
< 2013. 9. 25 대암산 용늪에서 만난 비로용담 >
다시 꿈의 장면이 바뀌었다.
2011. 10. 20일 한때 500여 명이 넘는 빨치산 남부군이
득시글했던 유안청 폭포를 지나 금원산(1,353m)에
올랐고 그때도 정상에서 용담을 만났다.
< 2011. 10. 20 거창 금원산 정상 1,353m >
금원산 정상에서 만난 용담(龍膽)은 초용담(草龍膽)으로
불리기도 하는 용의 쓸개를 말한다.
위장병으로 고생하는 어머니를 모시는 착한 농부와
관련된 용담의 전설을 떠올린다.
< 농부는 배가 아픈 산토끼가 땅에서 매우 쓴 풀뿌리를
파내 먹는 것을 보고 그와 같은 풀뿌리를 가져온다.
그날밤 꿈속에서 만난 용(龍)이 자기의 쓸개라며
위장병으로 고생하는 어머니에게 용담을 잘 달여
드려라는 꿈을 꾸었고,
어머니뿐만 아니라 마을 여러 사람이 병을 고쳤다는
전설의 용담 >도 꿈속에서 또 만났다.
소백산과 칠갑산에서 만난 '구슬봉이'는 석용담(石龍膽)
이라 했다.
< 2011. 5. 18 소백산 국망봉에서 만난 구슬봉이 >
2019. 9. 25일 문경 황장산에서도 용담을 찍었다.
그렇다면 용담의 종류인 산용담, 비로용담, 칼잎용담,
석용담 중 산용담만 만나지 못했고 다른 용담은 다 만난
셈인가.
<2019. 9. 25. 문경 황장산 1,077m >
용담은 식물 중에서도 특이한 꽃이다.
세계적으로 400종 이상의 야생용담이 해발 700~1000m
정도의 고산 초원에서 홀로 자라는데,
씨앗에서 싹이 나고 자리 잡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고산의 길고 혹독한 겨울이 지난 후에 싹이 나고,
싹이 난 후 처음 몇 년은 뿌리를 굵고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꽃도 피지 않고 잎만 피우는데,
땅속의 뿌리가 충분히 성장하면 그 자리에서 50년도
넘게 살 수 있다고 전문가는 말한다.
용담의 뿌리는 웅담(熊膽)처럼 엄청 쓰고 고약하고,
이 독한 물질은 흙속의 병원균들과 뿌리를 갉아먹는
곤충이나 짐승에게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물질이다.
최근 이런 성분을 추출해서 염증, 위와 간을 치료한다고
알려진 귀한 약재이다.
풀이 50년을 산다?
어쩌면 내가 1974년 대암산 용늪에서 발견했던 용담이
50년을 살아있다면 지금 올라가도 만날 수 있겠다.
최근 젊은 현역병 자원이 부족해 50~60대 나이 든
사람들도 재입대를 추진한다는 기사를 보고 다시
군인이 되는 꿈을 꾸었고 용담도 만났다.
비록 다 늙어가는 육체일지라도
백미 576g 압맥 252g 등 1종 보급품 기준은 물론
제식화기가 K2소총으로 바뀐 거도 알고,
예비군에게 지급할 치장화기로 개인화기인 M16 570발,
M1 176발, 카빈 90발 등 탄약 지급기준을 지금도 외운다.
그 밖에도 미사일과 K방산무기 등 웬만한 살상 무기의
제원은 다 알고 있으며 경계근무나 보급업무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겠다.
요즘 평균 나이가 66세의 시니어 아미(Senior Army)가
2천명이 넘었다고 한다.
28살에서 82살까지 자발적으로 모였고, 여성회원도
5%나 되며, 저출산으로 줄어드는 병력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은퇴 세대가 스스로 나선 거다.
평소에는 예비병력으로 관리하다 유사시에는 필요한
곳에 동원되는 걸 목표로 하는데 국방부도 훈련장소를
제공을 하는 등 관심을 보인다고 한다.
이제 남은 여생 내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희생하고 어떻게 애국하여야 할지 고민을 해야겠다.
2024. 9. 29.
석천 흥만 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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