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느림의 미학 988 실제 상황~초콜릿 두 알의 기적

김흥만 2026. 6. 2. 16:14

2026.  6.  2.  

   나는 전철의 맨 앞칸이나 제일 뒷칸에

타기를 좋아한다.

언제부터 습관이 되었는지 늘 그곳에

타는 거다.

 

오늘도 강동역 당구장에 가기 위해

5호선 8-2에 탔고 미사역 도착 직전

8-3에서 소란이 벌어졌다.

 

60대로 보이는 남성이 쓰러지고

부인이 당황해 마구 소리를 지른다.

 

이런 심정지가 아니면 저혈당 쇼크인데,

젊은이 세 명이 황급히 뛰어간다.

 

나도 반사신경으로 점퍼주머니에서

초콜릿 두 알을 꺼내면서 뛰어가 부인

에게 주었는데 손을 떨면서 빨리 대처를

못한다.

 

다행히 심정지는 오지 않았고,

CPR을 준비하던 젊은이가 쓰러진 사람

을 일으켜 의자에 앉히고 눈동자를 보는

등 배운 대로 행동을 한다.

 

잠시 후 내가 준 초콜릿을 부인이 까서

입에 넣어주고 환자는 빠른 속도로

씹는다.

 

어이쿠 살았구나!

그래도 안심할 수 없어 다른 젊은이에게

119 신고를 부탁하는 중 다른 한 사람이

객실 내 긴급 전화로 승무원에게 연락을

한다.

 

안내방송과 함께 전철이 바로 정차를

하고 응급상황 순서대로 진행이 되었다.

 

2~3분 후 두 번째 긴급상황이 발생했다.

잠시 힘을 차렸던 사람이 또 축 늘어

지는 거다.

 

초콜릿 한알을 마저 먹이고,

부축했던 그 젊은이와 함께 열차에서

내려 의자에 눕혔다.

 

이젠 119가 빠르게 도착해 병원으로

이송할 거고 나와 이름 모르는 젊은이의

역할은 끝났다.

 

무심한 열차는 그 부부를 내려놓고 

강동역을 향해 출발을 하고 나는 눈을

감고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킨다.

<도와준 젊은이~초상권 문제로 멀리서>

 

이게 뭔 일이람,

내가 이렇게 떨어본 적이 있었던가.

 

양구 21사단에서 복무할 때 지뢰사고

순직한 병사나 자살한 병사를 꽤 많이

봤어도 떨지 않았고,

 

밤새워 펜글씨로 '매화장보고서'를

작성해 영현(英顯)과 함께 상급부대로

이송을 했는데 오늘 이렇게 가슴이 떨리

니 나도 나이를 먹긴 먹은 모양이다.

 

당구장에서 만난 친구가 심장에 즉효가

있다는 글리세린을 말하지만,

저혈당 쇼크가 왔을 때는 초콜릿이 가장

빠르게 반응할 수가 있다.

 

난 내가 필요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을

위해 비상용 초콜릿과 겨울에는 핫팩

1~2개를 호주머니와 크로스백에 넣어

다닌다.

 

이런 경험이 네 번째인가.

코로나 팬더믹이 시작할 무렵 매우

추웠던 어느 날 황산 숲길에서 저혈당

쇼크로 쓰러진 노인에게 초콜릿을

먹이고 119 구급대에 인계를 했고,

 

운길산에서 쓰러진 중년여성,

강동역 의자에 누워서 바둥거리던

할머니까지 치면 네 번이나 된다.

 

다행히 운이 좋았는지 그때마다 주머니

에는 비상용 초콜릿 서너 알이 들어

있었다.

 

우리나라는 희망이 있다.

이웃과 주변에 사경을 헤매는 사람이

있을 때 서슴지 않고 도움을 주는 젊은이

들이 많아서 행복하다.

 

오늘 쇼크로 쓰러진 사람이나 말없이

도와주고 사라진 젊은이들이 다 함께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2026.  6.  2.  16;00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