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15.
"금년이 회갑(回甲)이라고?"
그렇다면 65년생인데, 그럼 나는 몇 살이지?
아마 십 년도 더 지났겠다.
은퇴 후 친구들과 관악산 등반을 하다가
우연히 합석을 하게 되었고, 인연이 이어
지며 정기산행에 자주 동행을 하는 친구가
있다.
술도 잘 마시고 성격이 활달하여 소통도
잘되는 친구랑 서로 안부를 묻다가 50대
중반으로만 알았던 나이가 어느새 회갑이
라는 거다.
10여 년 세월이 훌쩍 흘렀다.
나 자신은 물론 모든 사람들도 나이를
먹는다는 평범한 사실을 까맣게 잊고
살았다.
어느 친구는 나이에 비례해서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고 푸념을 한다.
제야(除夜)의 종소리를 들은 게 엊그제
같은데 3월도 중순이니 그럴 만도 하다.
이어지는 백수생활에 신나게 놀다 보니
일 년이 한 달 같고 한 달은 일주일 같고
일주일은 하루같이 후딱 사라진다.
이렇듯 누구나 나이가 들수록 시간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는 모양이다.
어린 시절에는 미래를 무한히 먼 것처럼
느끼기에 시간의 흐름을 느리게 받아
들이지만 나이가 들면 미래는 점점 좁아
지고 먼 곳을 바라보게 되는 일이 줄어
들면서 시간의 흐름이 점점 빨라진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심리학자인 폴 자네(paul janet)는 "심리적
시간은 연령에 반비례한다."라는 '자네의
법칙'을 주장했다.
자네의 법칙에선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흐르는 이유를 간단명료하게 말한다.
시간의 속도에 대한 느낌은 절대적인
시간이 아니라 내가 살아온 전체 시간과
비교한 상대적인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1년의 체감시간은 자신이 살아온 시간과
비교할 때 점점 짧아지는데, 체감하는
속도와 현재 나이의 역수(1/N)에 따라 달라
지기에 나이가 들수록 1년이 점점 짧게
느껴진다고 설명한다.
상대적 시간 비율의 차이에서 어릴 때는
모든 것이 신선하게 다가오지만 성인이
되면 비슷한 경험이 반복되면서 누구나
시간이 더 짧게 느껴지는 걸 실감한다.
이 때문에 같은 1년이라도 어릴 때는 길고,
나이가 들수록 짧게 느껴진다며
폴 자네(paul janet)는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것 같다면 체감시간을 늘리라고 한다.
우리의 뇌는 새로운 경험을 할 때 시간
감각을 더 길게 느끼기에 여행으로 새로운
장소를 방문하기도 하고 악기연주, 운동,
요리 등 새로운 취미를 가지면 좋다.
즉 새로운 경험이 많아질수록 도파민을
자극하고 기억은 더 풍부해지고 시간이
길게 느껴질 수 있다는 거다.

따라서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고,
새로운 경험을 늘리고,
일기나 사진등으로 기억을 선명하게 남기고,
의미 있는 목표를 세우고, 하루하루를 충실
하게 보내는게 좋겠다.
잠시 눈을 감고 정적명상(靜的冥想)에
들어가며 오롯이 내 마음의 시간을 갖는다.
인도 힌두교에서는 인생을 4단계로 구분
한다.
0세에서 25세까지는 공부를 하는 '학습기',
26세에서 50세까지는 가정과 자식과 사회
생활을 하는 '가주기',
50세에서 75세 까지는 은퇴하고 숲으로
들어가 명상 등 수행을 하는 '임서기',
76세부터 100세까지는 천하를 유랑하며
집착 없이 돌아다니다 죽으라는 '유행기'로
구분을 했다.
그렇다면 나는 아직 임서기(林棲期)에
해당한다.
명상에 들어가자 나의 어릴 때, 청년 때,
장년 때, 노년 때의 모습이 생생한 인생
사진이 되어 주마등(走馬燈)처럼 지나간다.
어차피 나이가 들면 주의력이 저하되고
이미지를 인식하는 능력도 떨어진다.
객관적인 '시계의 시간'과 심리적인 '마음의
시간'에는 차이가 있다.
마음의 시간이 시계의 시간보다 빠르게
흐르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만약에 내 묘비가 세워
진다면 묘비명으로 "신나게 마시고 잘 놀다
가노라"라고 새겨질 글귀를 상상해 본다.
산다는 게 뭐 별거인가.
사람은 보는 대로 믿는 것이 아니라 믿는
대로 보는 존재이기 때문에 때로는 미성숙한
'어른아이'가 되는 것도 괜찮겠다.
남은 삶에 대한 조급함을 버리고, 지금처럼
신나게 놀며 단순한 삶으로 살아가면 세월을
속일 수 있지 않을까.
2025. 3. 15.
석천 흥만 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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