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느림의 미학 381 바람

김흥만 2018. 10. 3. 20:19


2018.  10.  4.

바람이 분다.

한강물 위에 잔뜩 끼었던 무애(霧靄)가 바람에 흩어진다.


방풍 재킷을 입었어도 한기가 들어와 몸을 오싹하게 만드니 지금 부는 바람은 무슨

바람일까.

내륙지방에서 부니 해풍이 아니고 육풍(陸風)이라,

육풍은 산바람, 골바람, 국지바람이 있는데 산 쪽에서 내려오니 산바람이겠다.




봄과 여름에는 남쪽에서 불어오는 마파람이 있다.

옛 어르신들은 "물기가 많아 축축한 마파람에 곡식이 혀를 빼물고 자라며,

가을엔 서쪽에서 불어오는 하늬바람에 곡식이 여물어진다."라 했다.


동풍은 샛바람, 서풍은 하늬바람· 갈바람, 남풍은 마파람· 샛바람, 북풍은 높바람인데

뱃사람들은 한겨울 북풍을 된바람이라고 한다.


바람의 세기로 고요~실바람~ 남실바람~ 산들바람~ 건들바람~ 흔들바람~ 된바람~

센바람~큰바람~ 큰센바람~ 노대바람~왕바람의 순서대로 세고 가장 센바람은 '싹쓸바람'이다.


이밖에도 첫가을에 부는 당쇠바람,

이른 아침 동틀 무렵 가볍게 부는 샛바람,

고요하고 잔잔한 잔풍(潺風),


갑자기 세게 부는 돌풍(突風),

눈과 함께 부는 설풍(雪風)

연 날릴 때 필요한 아랫바람 등 옛사람들은 다양한 표현을 했다.


어느 선비는 봄바람은 향내 나는 훈풍(薰風)이라 했다.

여름바람은 고온다습한 반면 지금 내가 맞고 있는 당쇠바람은 신선하다.


꽃향내가 실려 오는 바람이 봄바람이라면 가을바람엔 스산함과 무상(無常)이 담겼다.

바람은 실체가 보이지 않으니 바람은 바람으로 끝나는가.

봄바람을 피는 여인은 내로남불이고, 가을바람을 타는 남자는 고독과 외로움이기에

바람에 흔들리는 쑥부쟁이 한 송이를 보며 넋두리를 늘어 놓는다.


                                                        2018.  10.  4.

                                                                  석천  흥만  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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