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8. 18. 08;15
사단(事端)이 날줄 알았다.
코로나 팬데믹(pandemic)으로 사람들의 활동이 줄어들자 밤낮으로 배달을
하는 오토바이 활동이 엄청 늘었다.
더위로 창문을 열어놓고 잠을 자다가 떼로 몰려다니는 오토바이의 굉음에
잠을 깨기도 하고 한번 잠이 깨면 한참을 헤맨다.
우려했던 사고가 발생했다.
어젯밤 집앞 사거리에서 좌회전하던 택시와 직진하던 오토바이가 충돌하여
오토바이를 몰던 젊은이가 현장에서 즉사를 하는 사고가 발생한 거다.
내가 늘 염려하던 곳에서
택시의 조수석을 들이받은 오토바이 운전자가 택시 전면 유리창에 떨어져
1차 충격을 받고 땅바닥으로 튕겨나가 즉사를 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헬멧을 제대로 썼는지, 신호위반인지 아님 전방주시 태만인지 전문가가 아니니
단정하기 어렵지만 마침 사고현장 사거리에 경찰 CC TV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으니 원인은 금세 밝혀지겠다.
<5분 먼저 가려다 50년 먼저 간다>
1973년 11월 양구 21사단 66연대 군수과에 배치되어 근무를 하는데,
1종과 부식반은 매일 DMZ에 있는 전초인 GP와 GOP, OP, RG에 식량과
부식에 대해 보급추진을 하고,
2.4종이나 3종 보급병은 일주일에 한번 정도 보급추진을 나간다.
양구 동면에서 18RG를 통과 해발 1000m가 넘는 험한 고갯길을 올라 도솔산
(1148m)의 TOC를 거쳐 대우산(1179m)과 대암산(1304m)에 보급품을 싣고
올라갔다가 내려와,
펀치볼에서 81기지를 거쳐 가칠봉(1242m)에 있는 308~312GP(후에 201~
204GP로 재편)에도 보급을 해야 하는데, 차량통행이 워낙 위험해 GP에서
병력하차지점까지 GOP병력이 직접 수령하러 내려오기도 했다.
당시 차량으로는 닷치 쓰리쿼터로 불리던 3/4톤과 일본제 2.5톤 J603트럭을
운용했는데 차량이 워낙 낡아 툭하면 고장으로 운전병에게 애를 먹이다가
미국제 M602 트럭이 배치되면서 숨통이 터졌다.
선탑을 하고 아찔한 비포장 고갯길을 오르내리다 보면 곳곳에 팻말이 보인다.
'5분 먼저 가려다 50년 먼저 간다.'라는 구호를 쓴 팻말이 운전병들에게
과속방지와 안전운행을 하게 하는 효과를 노린 거다.
아무리 조심해도 사고는 나는 법, 드물게 차가 구르는 사고도 났고,
수년전에 양구 동면과 펀치볼로 불리는 해안면을 직선으로 잇는 터널이 생겨
사고가 많이 줄었다고 한다.
신호등과 신호는 지키라고 있는 거다.
거리에 차량과 사람이 지켜야할 신호등이 없으면 세상이 어떻게 될까,
머리부터 들이미는 차나 얌체 같은 사람이 우선이 될 거고 무질서와 무법이
판을 치겠지.
최근 차도의 속도를 40~70km에서 30~50km로 낮췄더니 사고가 많이 줄었다.
실제 평균 속도는 1km 정도만 줄었다는 통계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운전자들은
우마차 시대로 퇴보하였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 유홍초 >
08;20
비가 쏟아진다.
일자리 통계를 위한 노인 일자리로 4거리에 배치된 노인 4명이 신호등의 신호에
맞춰 깃발로 차량과 사람을 안내한다.
어젯밤 사고 현장에는 파손된 차량과 오토바이의 부스러기와 함께
붉은 핏자국이 아직도 선명한데 무심히 내리는 빗물이 핏물을 씻어내고 있다.
전방에서 본 '5분 먼저~'라는 구호도 필요 없다.
단 5초 아니 3초만 서로가 여유를 부렸어도 끔찍한 사고가 났을까.
택시와 오토바이가 신호등의 신호를 제대로 지키고 예측 출발을 하지 않았더라면
젊은이가 아까운 목숨을 버리지 않았을 텐데, 사고현장을 보며 잠시 죽은 이에
대해 명복을 빈다.
보행자 신호로 바뀌자 목발을 짚은 장애인과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한다.
27초에 다 건너지 못할 거 같아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흔들며 신호정지선에서
대기하고 있는 차량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아침이다.
2021. 8. 18.
석천 흥만 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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