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8. 22. 07;00
하늘이 뻥 뚫린 듯 가을을 재촉하는 폭우가 쏟아진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비바람은 시원하다 못해 서늘한 기운을 보낸다.
앞산 숲속으로 떨어지는 빗소리에 알파 파(波)가 섞였는지 마음이
평온(平穩)해진다.
세찬 바람이 한번 불자 잔가지가 많은 나무는 휘청이고 뿌리 깊은
나무는 살짝 미동(微動)만 한다.
가을이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는 처서(處暑)를 하루 앞둔 휴일의 아침,
숨을 길게 들이마셨다가 더 길게 내뱉으며 TV를 켜니 보기 싫은 간신
(奸臣)들이 우굴 우굴 떼로 나오기에 서둘러 끈다.
< 며느리밥풀꽃 >
자연은 참 재미있다.
인간세상에서 암군(暗君)과 간신(奸臣)들이 아무리 설쳐대도 자연은 묵묵히
제할일을 한다.
며칠 전만 해도 열대야가 밤잠을 설치게 했는데, 여름 더위가 한 풀 꺾였는지
새벽엔 홑이불이라도 덮어야 몸이 따뜻해지니 말이다.
다한증(多汗症)으로 여름만 되면 땀으로 범벅이 되는 몸뚱이를 주체하지 못해
뜨거운 태양을 원망하기도 했지만 이젠 때가 되었는지 시원한 바람이 들어와
몸과 마음을 상쾌하게 만든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일상을 빼앗낀 지 1년이 지나 2년이 다돼간다.
두문불출(杜門不出)까지는 아니지만 그동안 이어졌던 소소한 만남, 평화롭던
일상들이 다 어디론가 사라졌다.
당국에선 사람들을 가급적 만나지 말라며 문을 닫아거는 두문(杜門)을 권하고,
불필요한 외출을 하지 말라며 불출(不出)을 권하고,
외출 시에는 마스크를 반드시 쓰라며 입을 닫는 두구(杜口)를 지시한다.
최근에는 민주당에서 언론 징벌법으로 불리는 세계 유일의 희한한 법률인
언론중재법을 만들어 언론과 사람들의 혀를 묶어 말을 못 하게 하려는 결설
(結舌)의 지경까지 이르렀다.
군대(軍隊)의 주적은 북한이 아니라, 성추행범과 부실 급식, 코로나 집단감염이
된 지 오래요,
국방장관은 4성 장군인 육군대장 출신으로 국민에게 9번이나 고개를 숙이는
사과 전문 장관이 되었다.
민주당은 북한이 위협만 했는데도 전단 살포금지법을 스스로 알아서 만들었고,
북한의 코로나 관련 발언으로 외교부 장관 목이 날아가더니,
이번엔 한미 연합훈련 축소로 국민과 군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집권여당이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려 온갖 편법을 동원하는 나라,
일을 하고 싶어도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묶어 일을 못하게 하는 나라,
한 시간에 5만 원을 파는 사람이나 100만 원을 파는 사람이 똑같은 최저임금인
시급 8720원을 받는 나라,
5.18 항쟁과 세월호 사건으로 완장을 찬 사람은 점점 늘어나 9번의 조사에도
불구하고 재조사를 하겠다는 나라,
일자리 통계를 위해 노인들이 노란조끼 차림에 집게를 들고 골목마다 휘젓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여권 유력 대선주자인 경기지사는 쿠팡 화재현장에서 구조대장이 화마에
죽어가는데도 떡볶이 먹방을 촬영하며 희희낙락(喜喜樂樂)하더니 자기는
전직 박 대통령과는 결이 다르다며 내로남불, 아시타비(我是他非)의 극치를
보여준다.
권력자의 무능과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서민들은 탈원전으로 전기료 인상을 걱정해야 하고,
소주성 정책 등 국민에 고통을 주는 정책이 많아 암담한 현실이 이어진다.
또한 무능한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절박함을 외면하고 집안싸움에만
몰두하는 야당의 현실은 국민을 더 좌절하고 절망에 빠지게 하기에 나도
모르게 욕이 나온다.
암군(暗君)에게 꼬리를 흔드는 간신을 구신(具臣), 유신(諛臣), 사신(邪臣),
참신(讒臣), 적신(賊臣), 망국지신(亡國之臣) 등으로 구분하는데 요즘
간신들은 이 6가지 모두를 충족한 멀티(multi)급 간신들이다.
이 간신들에게는 책비(責備)와 질책(叱責), 비방(誹謗), 미사(微辭)로
욕하기에는 너무 부족하다.
남을 사납게 욕하는 행위를 매리(罵詈)라고 했던가?
이들에게는 그중에서도 통매(痛罵)로 다스려야겠지.
< 참취 꽃 >
코로나 바이러스는 언제 종료될지 기일이 정해지지 않아 암담함이 이어지고,
또한 정권교체라는 희망의 불씨도 꺼지기 직전이라, 낙담을 안고 그냥 포기를
하며 살아야 할까.
어느 현인은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전쟁터에선 '살아만 있으면 이기는 거다.'
라고 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막막해진다.
두문(杜門), 불출(不出), 두구(杜口), 결설(結舌)로 눈감고 귀 막고 입을 닫고
혀를 묶고 살면 개, 돼지만도 못한 삶이 되는 게 아닌가.
세상의 가치 있는 일에는 절대적인 시간과 희생이 필요한 법,
아무리 절박해도 나부터 변해야 긴 시간을 묵묵히 견뎌낼 수 있겠지.
며칠 전 막걸리 100병에 대한 글을 읽은 친구가 막걸리 170 병값을 보냈다.
지금도 재고가 70병이나 남았는데 척박한 세상에서 친구가 살맛을 만들어
주니 행복하다.
나는 산에서 건강을 얻었고 좋은 친구를 만나 활력이 생겼다.
그동안 산속에서 노는 인생이 가장 좋은 인생이라 생각했는데, 이젠 친구와
더불어 막걸리와 함께하면 더 좋겠다는 생각으로 바꿔야겠다.
08;00
아! 기다리던 가을이 드디어 왔다.
뜨거운 태양빛을 받아내리며 꼼짝도 않던 나뭇잎이 윤기를 잃어간다.
그리고 성질 급한 어느 나뭇잎은 나풀거리며 땅바닥에 떨어진다.
여름이 지긋지긋해 싫다고 수없이 외쳤지만,
유난히 길고 강렬했던 여름을 떠나보내며 왠지 모르게 아쉽다는 생각이
드니 나 또한 앞뒤가 맞지 않는 인간에 불과한 모양이다.
2021. 8. 22.
석천 흥만 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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