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5. 30. 08;20
남산 트래킹을 하려고 전철에 오른다.
강일역까지 차내는 붐비지 않고 조용하다.
상일역부터는 많은 승객이 타 시끄럽기도 하기에, 조용히
눈을 감고 잠시 명상에 잠긴다.
2~3분 후에 주변이 소란스러워 눈을 뜨니 옆에 앉았던
젊은 여성이 벌떡 일어나 앞에 선 할머니에게 자리를
양보해 준다.
건너편 임신부석에는 남자가 앉아있고,
참 오랜만에 자리양보를 하는 행동을 보며 미소가
나온다.
난 며칠 전에 자리양보를 했다.
고덕역에서 한 젊은이가 내 옆 임신부석에 덥석 앉는다.
"여긴 임신부석이니 내 자리에 앉으라"며 비켜주었더니
사양도 안 하고 당연한 듯 내 자리로 옮겨 앉았고,
그 임신부 자리에는 또 다른 남성이 잽싸게 앉는다.
세상에 나이 먹은 사람이 건장한 젊은이에게 자리를 양보
하다니 불쾌한 마음이 들어 물끄러미 그 청년을 바라본다.
불쾌한 양보는 이번이 두 번째다.
수년 전 파주 감악산을 가며 전철에서 임신부석에 앉은
젊은이에게 양보를 하고 내내 서서 갔는데 똑같은 일이
반복하여 발생한 거다.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건 우리나라 전래의
미풍양속이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 그런 행위는 사라지고, 양보는커녕
자리에 앉자마자 눈을 감던지 휴대폰에 집중을 한다.
양보란 과연 좋은 행동일까라는 의구심(疑懼心)이
가끔 든다.
전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에서 노약자에게 양보가 필요
할 때 젊은이들은 외면하고 오히려 나이 먹은 사람들이
양보를 잘한다.
양보란 승자의 아량이 아니다.
물론 전쟁이나 국익, 직장에서 진급 등에는 양보를 할 수가
없지만 노약자에게 양보를 하는 일은 아름답다.
사회 전반적으로 도덕성이 떨어졌다.
범죄자와 범죄혐의자가 국회의원이 되는 한심한 나라에서
누구 탓을 할까 그냥 그렇게 살아야겠지.
2024. 5. 30.
석천 흥만 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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