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느림의 미학 809 아기의 행복 미소

김흥만 2024. 5. 18. 18:58

2024.  5.  18.  05;00

새벽하늘 참 곱다.

동편 검단산 하늘에 강아지가 좋아하는 개밥바라기

별이 떴다.

 

저 별(金星)이 뜨면 시골농부들은 새벽밥 먹고, 

배고픈 강아지에게 밥을 주고 소에게도 여물 주고,

논으로 밭으로 일을 나갔다.

 

습도가 50% 미만, 바람도 1m/sec 미만, 온도 12도로

제법 쌀쌀하지만 운동하기엔 최적의 날씨다.

 

군에서 제대할 때 68kg,

1982년 마비가 왔을 때 스테로이드 치료 부작용으로

88kg까지 올랐던 비정상적인 체중을 줄이고자

수십 년간 죽기 살기로 산을 오르며 70kg을 유지했다.

 

은행에서 은퇴할 때 73kg였던 체중이 막걸리와 놀기에

바쁘다 보니 82~83kg이나 되었고,

급기야(及基也)는 늘어난 체중과 복부지방으로 가득 찬 

똥배를 줄이고자 헬스장에 등록을 했다.

 

티셔츠 사이즈가 100호에서 105호로 바뀐 지 5년도 안돼

꼭 끼어서 입지를 못한다.

작년 여름부터는 110호 사이즈를 사서 입었고,

삼일 전에도 6장을 주문했다.

 

못 입게 된 100, 105 사이즈의 옷을 골라 수납용 박스에

담으며 이 옷을 다시 입을 수 있도록 관리를 하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을 한다.

 

어제 5월 17일 오후 세시 반,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헬스장에 들어가니

몸매가 우람한 트레이너가 운동기구의 작동법을 간단하게

알려주고 운동량을 지시한다.

 

벤치프레스는 나중에 하라고 해서 러닝머신, 자전거,

어깨운동을 하다 보니 금세 1시간 반이 지나가고 

몸은 땀투성이다.

 

결혼하기 전 성수동 버스 종점 근처 백곰 체육관에서

운동을 했다.

 

당시엔 역기와 아령, 하체운동기구 정도가 있었는데,

지금은 Tv가 부착된 러닝머신 등 기구가 최첨단이다.

 

운동방법은 45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아

금세 익숙해진다.

 

이두박근, 삼두박근, 대흉근, 소흉근, 비장근, 활배근

대퇴사두근, 복직근을 발달시키려면 어떤 운동과 기구를

사용했던가 기억을 되살려 본다.

 

05;30

운동으로 안 쓰던 근육이 놀라 오늘 좀 뻐근할 거로

예상하였는데 의외로 몸이 더 부드럽고 가벼운 걸 느끼며

행복한 미소가 나온다.

 

어느 동창은 왜 사느냐고,

다른 친구는 어떻게 살아야 행복하냐고,

어떤 여직원은 이혼하겠다고,

아픈 친구는 면역력과 몸 관리에 대해서 상의를 해오고,

한 친구는 졸혼을 하겠다고 연락이 온다.

 

정답은 뻔한데 왜 그런 질문들을 할까,

그들은 걱정하는데 시간을 너무 많이 쓰는 게 아닌가.

 

왜 사느냐고?

인명은 재천이라 그냥 갈 때까지 사는 것이라고 답을 했다.

 

그 질문을 한 친구는 본인 휴대폰의 통화, 카톡, 메시지

등을 차단하고 사라졌다.

그러나 때가 되면 라벨(label)과 비행기 꼬리표(tag)를

떼지 않은 캐리어(career)를 끌고 나타나겠지.

 

행복하냐고?

너는 불행과 후회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았느냐고

오히려 내가 반대로 물었다.

 

이혼하겠다고?

이혼해라 했다, 그러나 그 여직원은 결국 이혼하지

못하고 요즘은 잘 산다고 한다.

 

면역력과 몸관리라?

나는 잘 먹고, 잘 놀고, 잘 싸고, 잘 자면 된다고 말하며,

시간 되는 대로 당구장에 나와 친구들과 어울리면 행복

해져 저절로 면역력이 생긴다 했다.

 

졸혼(卒婚)을 하겠다고?

졸혼이 행복하다고 생각되면 하라고 했으며, 그 친구는

결국 졸혼을 했고 지금은 후회 중이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건강, 경제적 자유, 신체적 자유를 느끼면 행복한 건가.

사람마다 추구하는 가치관과 목적이 다르기에 나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설명을 할 수가 없다.

 

사람들이 죽기 전 제일 많이 후회하는 리스트가 있다.

'코끼리 사진관'에 출연한 제복의 영웅들은 한결같이

"일만 너무 많이 해서 가족에게 미안하다,

가족, 친구 등 사랑하는 사람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못함"에 대해 자책을 한다.

 

사람들은 이미 생긴 일, 생기지도 않은 일, 앞으로 생길

일에 대해 미리 걱정을 한다.

또한 쓸데없이 이런 것에 많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에

대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헬스장에서 운동을 마치고 건널목에서 아기를 만났다.

손을 흔드니 아기도 나와 눈을 맞추고 고사리 같은 손을 

흔들어주며 미소를 짓는다.

 

이 아기의 엄마와 아버지는 참 행복하겠다.

아기가 성장을 하며 옹알이를 하고, 배밀이를 하고,

뒤집기를 하고, 걸음마를 배우고, 기저귀에 똥을 쌀 때

주먹을 쥐고 힘을 주느라 목덜미까지 빨개지는 모습이

얼마나 예쁠까.

 

아기 스스로 화장실에 가서 용변을 볼 때의 사랑스러움과

말문이 터져 재잘대면 그 자체가 엄청난 행복이다.

 

아기들은 과거를 후회하거나 미래를 걱정하지 않으며

오직 현재에만 몰입한다.

이게 바로 아기가 행복한 삶을 사는 비결이다.

 

우리도 다가올 미래에 대해 미리 걱정하지 말고 아기같이

잘 놀고,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면 그게 바로 행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소한 일에도 웃음이 나오면 그게 행복이고,

행복이란 마음먹기에 달려있으니 일체유심조(一切唯

心造)로다.

 

그러고 보니 건널목에서 만난 아기는 나에게 행복의

의미를 가르쳐준 스승이 되는구나.

 

스마트 워치에 20,000보가 기록되고 2천 킬로 칼로리가

소모 되었다는 메시지가 떠서 피곤할 만도 한데,

행복의 의미를 깨달으며 몸은 가볍고 발걸음은 점점

경쾌해진다.

 

                             2024.  5.  18.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