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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미학 869 동아(冬芽)

2025.  2.  6.  15;00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파랗다.오후 네시부터 눈이 내린다고 했는데또 일기예보가 틀리려나. 매서운 겨울바람만 허공에 가득 찼다.지금 하늘의 분위기로 봐서는 눈은커녕 아무것도 하늘에서 내리지 않겠다. 16;00오후 네시가 되자 눈발이 날린다.눈발로는 성이 덜 찼는지 하늘은 거짓말처럼함박눈을 만들어 지상의 더러움을 흰색깔로 지워 나간다. 거실의 유리창을 통해 바깥세상을 바라보며 서성이다가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온다. 눈 내린 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백설은 어느새 발목까지 차오른다. 비상등을 켠 차들은 엉금엉금 기어 다니는거북이 신세가 되었고,나는 한 손에 우산을, 다른 한 손으로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걷는다. 눈속으로 사라지는 빨간 산수유 열매를 아웃 포커싱(out..

나의 이야기 2025.02.08

느림의 미학 868 낯선 얼굴

2025.  2.  1.  06;00매월 1일이 되면 샤워하기 전 면도기날과칫솔을 바꾸느라 조금 부산스럽다. 손바닥에 비누거품을 만들어 턱에 바르고칼면도를 하기 위해 얼굴을 거울 가까이에 댄다. 누구 얼굴이지?오동통하게 살찌고 낯선 얼굴이 거울에 꽉 찬다. 추운 날씨와 눈 쌓인 길에서 낙상(落傷)을 피하고자 운동을 게을리했더니 체중계에올라서기가 겁날 정도로 체중이 불었다. 평소 79~80kg을 오르내리다가 84kg까지늘었으니 앞으로 얼마나 더 늘까. 술도 마시지 않고 먹는 음식과 주전부리를 많이 줄였는데도 저울 눈금은 나를 매일실망시킨다. 동네 병원장은 볼 때마다 체중을 줄여야한다며 잔소리를 해대고,성심병원 주치의는 술을 마시지 말고 체중이 줄면 빨리 찾아오라고 주의를 주는데 어느 의사의 말이 맞을까. ..

나의 이야기 2025.02.01

느림의 미학 867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2025.  1.  27.텅 비었다.무기력증(無氣力症)인가.마음도 머릿속도 모든 게 텅 비어 아무것도할 수가 없고 하기도 싫다. 작년 12월 3일 생뚱맞은 비상계엄으로 혼돈(混沌)의 세상이 된 대한민국, 숨 가쁘게 돌아가는 세계정세 속에 나라는점차 무기력증에 빠져가도 나는 염치(廉恥) 없이 한 살 더 먹었다. 어떻게 보면 어설픈 비상계엄으로 탄핵이 되고 구속이 된 대통령만 탓할 문제는 아니다. 29번씩이나 탄핵소추권을 줄줄이 남발하여국정을 마비시키고, 일방적 예산삭감으로 국정을 농락하는야당을 보며 비상계엄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당위성(當爲性)을 수용하지 못하는 이중국민이 되었다. 시대착오적이고 상상력이 빈곤하고타협을 할 줄 모르는 대통령이 벌인 비상계엄의 여파로 나라전체가 얼어붙었다. 덕분에 이 나라의..

나의 이야기 2025.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