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느림의 미학 856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다.

김흥만 2024. 12. 19. 18:43

2024.  12.  19.  05;00

동녘 검단산 위 여명빛이 오르기 전 기온이

영하 9도까지 떨어졌기에 새벽운동을 포기

했다.

 

서재에 우두커니 앉아있자니 좀이 쑤셔서

핸드카에 재활용 쓰레기를 싣고 지하

주차장에 설치된 분리수거장으로 향한다.

 

배터리 방전을 막기 위해 여러 차량에 시동이

걸린 상태라 디젤의 매캐한 냄새가 콧구멍

으로 스멀스멀 들어온다.

 

분리수거장은 06시 교대를 앞둔 경비

아저씨가 깨끗하게 정리를 하였기에

조심스럽게 종이, 플라스틱과 비닐류를 분류

하여 함에 넣는다.

 

집으로 올라와 어둠에 잠긴 창밖을 내다본다.

이 추위에도 환경미화원 아저씨가 여전히 

담당구역의 쓰레기를 치우는 중이고 어쩌다

새벽출근하는 사람들이 오간다.

 

저 환경미화원 아저씨는 매일 새벽에 보는

그 아저씨다.

 

내가 새벽운동을 나갔더라면 늘 그랬듯이

호주머니에 넣은 비상용 초콜릿과 프로

폴리스 사탕 두 알을 미화원 아저씨 손에

쥐어 주며 고마움을 표시하였을 텐데,

 

오늘은 나가지를 않았으니 그냥 마음속

으로만 고마워한다.

 

119구급차량이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새벽 찬공기를 가르며 소실점(消失點)을

향해 사라진다.

 

12월 3일 생뚱맞게 발령이 되었던 비상계엄

으로 대통령이 탄핵되었고 세상이 시끄럽다.

 

신문과 TV의 뉴스를 외면한 지 오래 되지만

세상 돌아가는 꼴을 전혀 외면할 수가 없다.

 

당구장에 설치된 TV와 식당 TV에서는

시종일관 계엄과 탄핵에 관련한 방송으로

도배를 하고,

 

검찰, 경찰, 공수처와 야당에서는 힘 빠진

대통령을 물어뜯으며 전리품을 서로 챙기려

이전투구(泥田鬪狗) 중이다.

 

08;00

마스크와 방한모자를 쓰고 집을 나섰다.

 

하남초등학교와 덕풍중학교 4거리 교차로

에는 매일 나오는 60~70대 노인 네 분이

학생과 시민의 안전을 위해 깃발로 교통

정리를 하고,

 

자동차들은 빨간불이 켜지면 서고, 파란불로

바뀌면 출발했다.

 

추위로 완전무장을 한 시민들은 빠른 걸음

으로 전철역을 향하고 책가방을 멘 아이들은 

교차로를 건너간다.

 

건너편 학교 앞에는 학교보안관이

호루라기를 연신 불며 아이들을 보호하고,

10여분 정도 걸어가니 공사차량과 인부들이 

입김을 불어가며 부산을 떨고,

버스기사들은 승객을 가득 태우고 안전

운행을 한다.

 

2024년 12월 4일 아침이나 오늘 아침은

별반 다르지 않다.

 

밤새 수많은 군인들이 나라를 지켰고,

경찰, 병원의 의사와 소방관이 국민의 생명을

구하고 지키느라 밤을 새웠고,

오늘 같은 강추위에도 환경미화원들은 변함

없이 거리를 청소했다.

 

대통령과 정치권이 비상계엄으로 싸움질을

하든 말든 우리의 일상은 변하지 않았고,

나는 센터에 도착하면 강의실 책상과 의자를

정리하고 칠판을 닦는 등 수업준비를

것이다.

 

나와 국민들이 누리는 소소한 일상은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 덕분

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으며 발걸음을 재촉

한다.

 

우리는 지금 닥쳐온 난관으로 당장은 고통을

받고 있지만 늘 그래왔듯이 금방 극복해 낼

것이다.

 

                     2024.  12.  19.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