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 8. 09;00
꽃은 피고 지는 시기가 제각각이다.
봄이 오기도 전에 눈을 녹이고 나오는
복수초가 있는가 하면,
봄에 피었다가 따뜻한 겨울에 또 피는 진달래도
있고, 오월의 여왕이라 뽐내던 장미가 12월
따뜻한 담장가에서 새빨갛게 피기도 한다.
앞산으로 가는 골목길에 단순호치(丹脣皓齒)를
가진 미인처럼 요염하게 자태를 뽐내는
장미꽃을 보며 괜히 가슴이 설렌다.
09;20
금년 단풍은 늦더위로 지각을 했다.
12월 겨울인데도 산길 언저리에 여전히 남은
단풍이 산객을 유혹하다가 휘몰아치는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땅바닥에 우수수 떨어져 붉은
피를 흘린다.
지나가는 산객의 폰에서 노사연의 '님 그림자'
라는 노래가 흘러나온다.
어젯밤 음악경연프로 '불후의 명곡'에서
가수 알리가 불러 관객과 시청자의 심금을
울렸는데 오늘도 또 듣는 거다.
[ ♬저만치 앞서가는 님 뒤로 그림자 길게
드린 밤~~~~ 휘훵한 달빛아래 님 뒤로
긴 그림자 밟은 날 없네♬♪~ ]
한 편의 서정시(抒情詩)로 만든 노래를 들으며
가슴속이 처연(凄然)하고 목이 메었다.
뮤지컬 형식을 빌린 가수 알리의 독백(獨白)과
한숨, 그리고 애절한 가사와 잔잔한 목소리의
노래 한곡이 내 마음을 울리다니,
그 노랫소리는 분명 떨림이었고 울림이었다.
최근 수년간 미스, 미스터 트로트 경연대회가
인기를 끌었고 대단한 스타들이 탄생을 했다.
작년엔 돌발성 난청으로 입원해 스테로이드
집중치료를 받는 등 소란을 떨기도 했지만,
어릴 때부터 유난히 청각 기능이 좋았던 탓인지
예선부터 우승자를 예상했고 100% 다 맞췄다.
우승자인 송가인, 양지은, 정서주, 임영웅,
손태진, 박창근, 안성훈, 전유진, 진해성을
다 맞췄으니 말이다.
트로트 장르에서는 꺾기를 중요시한다는데,
너무 꺾는 송가인 창법은 느끼해서 별로 시청을
하지 않는 편이다.
노래의 맛은 상대적이다.
이야기를 풀어가듯이 부드럽게 부르는 임영웅,
국악인 출신으로 살짝 한이 서린 양지은,
성악가 출신으로 내지르지 않고 절제의 미를
추구하는 손태진,
담백하면서도 미묘한 떨림이 있는 정서주의
노래를 들으면 묘한 감동과 울림이 온다.
어떤 특정 가수의 노래를 듣는다는 것이
생각만큼 중요하지는 않다.
그냥 나의 마음에 떨림과 울림을 주는 노래가
좋을 뿐이다.
10;00
매운바람이 분다.
지난주 내렸던 엄청난 폭설이 거대한 소나무
두 그루의 허리를 동강 냈다.
태양이 내 뒤를 비추고 해 그림자가 길게 서서
발걸음을 재촉하는 겨울의 아침,
집에 들어가면 누구의 노래를 들을까 궁리를
해본다.
2024. 12. 8.
석천 흥만 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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