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느림의 미학 862 행복은 동심(童心)에서

김흥만 2025. 1. 6. 19:39

2025.  1.  6.  09;00

와! 갓난아기다.

젊은 부부가 포대기에 감싼 갓난아기를 안고

엘리베이터에 오르자 젓냄새와 함께 아기

냄새가 물씬 풍긴다.

 

생후 21일 되었다는 아기를 보니 마음이

푸근해지고 행복해진다.

 

9층 산후조리원에서 내려온 부부에게

아기가 너무 예뻐 천사라고 덕담을 했다.

 

요즘 아기만 보면 나도 모르게 행복해진다.

그러고 보니 오늘 출근할 때 앞집 문 앞에

보이지 않던 유모차가 서있었다.

 

"응애응애"하는 아기 울음소리가 며칠 전

부터 들렸으니 며느리가 출산을 한 모양인데

아기가 보고 싶어도 참아야겠지.

 

예전에는 '삼칠일'이라,

'세이레'라고도 하는 이 기간 동안은 금줄을

쳐서 가족이나 이웃주민의 출입을 삼가게 

하였으며, 특히 초상집 등 부정한 곳에 다녀온

사람은 아기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하였다.

 

세이레라는 말은 아기가 출생한 뒤 7일째를

초이레, 14일째를 두이레, 21일째를 세이레라

했다.

 

초이레가 되면 새벽에 삼신(三神)에게

흰밥과 미역국을 올리고 아기는 새 옷으로

갈아입히고 한쪽손을 자유롭게 해 주었으며,

 

두이레가 되면 초이레와 같이 하고 아기의

두 손을 자유롭게 해 주었고,

 

세이레가 되는 새벽에 삼신에게 흰밥과

미역국을 올린 후 산모가 먹고 금줄을

내린 후 이웃사람들의 출입을 허용하는 게

우리나라의 풍습이었다.

 

나는 7남매 중 셋째 아들이다.

어머니가 동생들을 출산하면 아버지께서는

대문에 숯 덩이와 빨간 고추를 끼운 금줄을

달으셨다.

 

동생도 사내만 낳았기에 금줄엔 늘 숯 덩이와

고추를 끼우셨고,

훗날 여동생이 태어났을 때 비로소 생솔가지와

숯 덩이를 끼우며 함박웃음을 지으셨다.

 

10;00

사무실에 갓 돌이 지난 아기 '재호'가 와서

걸음마를 띠며 재롱을 피운다.

 

엄마가 베트남 출신 다문화 가정이라,

유전학에서 말하는 F1 세대답게 인형같이

예쁘다.

 

11;40

강동역 근처에서 유모차에 탄 아기를 만나

눈을 맞추며 손을 흔들어준다.

 

오늘따라 아기들을 많이 만났다.

저 아가는 어떤 자장가를 좋아하고

아기엄마는 어떤 자장가를 불러줄까.

 

내가 부를 수 있는 자장가는 몇 개나 될까

손으로 꼽아본다.

슈베르트의 자장가, 이흥렬의 섬집아기,

브람스의 자장가, 모차르트의 자장가가

생각나 흥얼거린다.

 

요즘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이라는

우울한 소식만 보고 듣다가 출산율이 반등

하였다는 기사를 보며 매우 반가웠다.

 

아기만 보면 왜 행복해지는 걸까.

이것저것 계산하지 않고 순수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아기의 마음이 나에게 스며

들어서 일까.

 

답은 동심(童心)이다.

아기가 가진 동심이 나에게도 전파되니

행복해질 수밖에 없다.

 

나는 요즘 아무도 없을 때 하모니카로

동요를 많이 분다.

하모니카로 동요(童謠)를 불고, 입으로

동요를 부르면 마음이 고요해지고,

동시(童詩)를 읽으면 마음이 맑아진다.

 

20;00

위층에서 유치원에 다닐 정도로 커진

쌍둥이가 쿵쿵대며 뛰어논다.

 

아기들이 뛰어노는 건 당연한 권리가

아닌가.

층간소음으로 짜증이 날만도 한데 웃음이

나온다.

 

아들내외가 분가하기 전까지는 손주

두 녀석들이 뛰어놀 때마다 마음을 졸였고,

명절 때마다 아래층에 선물을 보냈다.

 

책상 위에 놓인 수년 전 손주들 사진을 본다.

어느새 내 키만큼 훌쩍 커버린 손주

두 녀석을 바라보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2025.  1.  6.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