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26.
한 친구가 자기는 버킷 리스트(bucket list)를
작성해 놓고 열심히 이행한다고 자기 자랑을
한다.
꼭 다녀와야 할 피라미드, 타지마할 등
여행 포함 20여 개를 선정해서 10개를 이행
했고 이제 10개만 리스트에 남았다는 거다.
"나머지 10개가 끝나면 바로 죽겠네,
그게 언제지?"라고 말대답을 했더니 그
친구는 침묵을 지킨다.
버킷 리스트(bucket list)라는 말을 유행
시킨 영화의 주인공은 시한부 삶을 선고
받은 두 명의 노인이다.
말 그대로 버킷 리스트(bucket list)는
죽음을 앞둔 사람이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을 적은 목록이다.
출근에 얽매이지 않으려 임금 피크제를
포기하고 은퇴하면서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이 100여 가지나 되었다.
어느 날부터 버킷 리스트하면 죽음이 먼저
떠올랐고,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ABC) 등반', 100대
명산 등반, 친구들 장수사진 촬영 등 내가
스스로 작성했던 버킷 리스트를 보는 순간
숨이 꽉 막혔다.
버킷 리스트가 나 자신을 스스로 밧줄로
꽁꽁 묶었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리산 천왕봉을 등반한 후 리스트를 바로
찢어 버렸고, 목표에 얽매이지 않자 비로소
몸과 마음이 해방되어 자유롭게 하루하루를
즐기며 살게 된 거다.
버킷 리스트와 달리 나이 들면서 피해야
할 일들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바로 '더킷
리스트(Duck it list)'이다.
예전에는 60, 70세가 되면 가족, 친지, 친구,
주변 사람들을 불러 장수 축하잔치를
벌이는 게 풍습이었다.
그러나 잔치를 완강하게 거절하고 미역국
한 그릇으로 만족하게 여겼더니 주변에서도
잔치가 자연스럽게 사라져 부담스럽지 않은
분위기가 되었다.
누구든지 나이가 들수록 여기저기 아픈 데가
많이 생겨 약봉지가 늘어나고 건강보조제
종류가 늘어난다.
황반변성에 필수인 비타민A를 제외하고,
알부민, 비타민D, 오메가3, 마그네슘,
아연을 치워 버렸고 건강보조제가 줄어들자
뱃속이 오히려 편안해졌다.
친구들과 당구게임을 할 때도 잔소리가
듣기 싫어 훈수를 받으면 반대로 친다.
나부터 잔소리가 듣기 싫기에 친구나
가족들에게 장난과 농담은 많이 하지만
잔소리는 일체 하지 않는다.
정치성향이나 종교관, 사회습관, 가치관,
생각하는 방식, 소통하는 방식이 서로
다르기에 잔소리는 서로의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세상은 복잡하고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
디지털, IT 등 사이버 공간은 노년의 인지
범위를 훨씬 넘어섰다.
그래도 익숙해질 때까지 과감하게
두드렸더니 인터넷 뱅킹은 물론 웬만한
옷이나 생필품은 인터넷으로 쉽게 구매를
하고 키오스크 사용도 어렵지 않다.
어렵더라도 변화를 수용하고 내가 스스로
바뀌어야 불편하지 않다는 걸 느꼈기에
실천을 한 거다.
생(生)의 마지막에 대한 생각 없이 삶의
깊이는 생기지 않는 법이다.
어둠이 있어야 빛이 있고,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생기는 게 우리네 인생이다.
꼭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하지 말아야 할 일,
새로운 것을 찾기보다는 이미 살아본 삶,
걸어서 행복했던 길, 맛보아서 행복했던
것이 그리워질 때가 되어야 비로소 진정한
'더킷 리스트(Duck it list)'가 완성 되는 게
아닐까.
2025. 3. 26.
석천 흥만 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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