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29. 10;00
내가 그 시간에 거기에 갔더라면,
그곳을 지났더라면 나에게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까.
아들이 졸업한 명일동 대명초등학교 인근
4거리에 있는 함흥냉면집 장안면옥이 나의
단골식당이다.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체질이라 맵지
않은 그 집 함흥 회냉면이 내가 먹기 편한
음식이기 때문이다.
3월 24일 오후 6시경에 그곳으로 가려다
미세먼지가 심해 외식을 포기하고, 뉴스를
검색하다가 깜짝 놀랐다.
내가 가려던 바로 그곳에서 그 시간에
땅 꺼짐이 일어났고,
그곳을 지나던 34살 젊은이가 오토바이와
함께 싱크홀속으로 매몰되는 안타까운
인명사고가 발생한 거다.
인명(人命)은 재천(在天)이라 했다.
사람은 운명과 팔자대로 사는 걸까.
옛 어르신들께서는 사람은 이름대로 살아
가고 말이 씨가 된다고 했다.
내 이름은 흥(興) 자를 쓴다.
그렇다면 '일어날 흥'자를 쓰는 덕에 잠시
나마 시한부 삶을 살았던 내 인생은 이전
삼기(二轉三起)라 할 수 있겠다.
최근 선거법 위반 2심에서 무죄로 뒤집힌
야당대표의 이름은 재명(在明)이다.
있을 재(在)와 밝을 명(明) 자를 쓰는데,
정치생명이 간당간당하다가 4전 5기로
다시 일어섰으니 멘털(mental)에 관한 한
대한민국의 제 일인자가 되겠다.
삼성그룹 이재용 회장은 있을 재(在)
녹일 용(鎔) 자를 쓰는 대한민국 제일의
부자이다.
그런 이론이라면 있을 재(在) 자에 복이
있다는 건가,
좋은 이름임에도 불구하고 13년 전에
백혈병으로 작고한 동창 재백이는 하늘이
지켜주지 않은 모양이다.
한학에 능하고 재주와 학식이 높아 대화
상대로 많이 좋아했는데 그 친구의 요절로
한참 동안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성명학(性名學)을 연구하는 사람들에
의하면 이름은 인생의 길흉화복(吉凶禍
福)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얼마 전 별세한 고향 친구의 어머니 이름을
부고장에서 보고 많은 생각을 했다.
104세에 돌아가신 어르신의 이름은 '최장수'
여사였다.
사람들이 원하는 장수(長壽)라,
그것도 '최장수'라니 사람은 이름의 뜻대로
사는 모양이다.
이름에 획수가 많다.
그렇다면 이름의 획수(劃數)대로 살까,
획수가 중요하다면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은 한자식 이름인데 한자의 획수가
중요할까, 아니면 한글의 획수가 중요할까,
자원오행(字源五行)을 잘 맞추고 획수도
잘 맞추면 운이 좋아지는 걸까.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짜인 사주팔자란
무엇일까.
내 전문분야가 아니니 생각하면 할수록
온통 의문투성이고 아리송할 따름이다.
우리의 토속신앙에서는 북두칠성이 사람의
생명과 수명을 관장하는 신이다.
따라서 사람이 죽으면 별세라 하여 칠성판에
누워 칠성신(七星神)에게로 돌아간다는 거다.

< 남산에서 만난 영춘화 >
요즘 컴퓨터를 오래 보지 못한다.
인공눈물약을 넣고 눈을 쉴 겸 TV를 켜자
영화채널에서 '분노의 질주'가 방영된다.
수십 번 방영이 되었기에 다른 채널로
돌리려다가 영화의 주인공 '폴 워커'를 본다.
2013년 포르셰를 타고 영화의 장면처럼
질주하다가 충돌사고로 사망을 하였는데
죽은 사람이 주연배우로 연기를 하는 모습을
보니 묘한 생각이 든다.
영화나 노래의 주인공은 그 영화나 그 노래의
주인공이 된다고 한다.
배우는 맡은 배역을 따라가고,
특정 가수가 어느 특정 노래를 부르면 노래
가사대로 인생이 결정된다는 제목 운명론,
가사 운명론이 항간에 회자(膾炙)된 적이
있었다.
한(恨)과 애환(哀歡)이 서린 노래 가사같이
산장에서 외롭게 쓸쓸히 죽어간 산장의
여인 권혜경,
낙엽 따라가 버린 차중락,
마지막 잎새가 되어 요절한 배호,
이름 모를 소녀와 하얀 나비의 김정호,
비운의 천재 가수 장현과 장덕 남매,
내 사랑 내 곁의 김현식,
리 메이크 곡인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와 이등병의 편지 주인공인 김광석,
이들의 노래는 한결같이 자신의 미래를
예감했는지 서정적이고 쓸쓸한 노래라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에 고향, 사랑, 엄마,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남진, 나훈아 등 원로 가수
들은 나이가 많아도 지금까지 현역으로
활발하게 활동한다.
창밖을 보며 '홍시'와 '친정엄마'를 듣다가
노래 처럼 살다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난 가수
들의 모습을 떠올린다.
11;00
제대로 봄이 오지 않았는데 뜰안에 활짝 핀
목련꽃잎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북서쪽에서
검은 비구름이 몰려온다.
지금 이 시간에도 지리산에선 산불을 잡으려
많은 인력이 생사를 걸고 고군분투를 한다.
다행히 안동, 의성 쪽의 주불은 잡혔다는데,
지리산은 어떻게 끝날까,
불길에 휩싸여 목숨을 잃은 사람들,
피지도 못한 채 타버린 꽃송이와 새순,
생사를 알 수 없는 산짐승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금년 봄은 유달리 잔인한 봄이다.
불길은 어느 정도 잡혀간다지만 그 산불로
인해 입은 피해와 상처들이 아물려면 억겁의
시간이 필요하겠지.
이 글을 쓰는 동안 이슬비보다 작은 알갱이
'는개'가 살짝 내려 땅이 젖었다.
이곳에 비가 오지 않아도 좋으니 산불현장에
굵은 빗줄기가 세차게 쏟아져 땅과 나무와
풀을 흠뻑 적셔주고 화마가 할퀴고 간 숲에
새 생명이 돋아나고 회복하길 간절히 신(神)
에게 기원한다.
2025. 3. 29.
석천 흥만 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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