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4. 4.
언제부터인가,
우체통이 보이지 않아 우편물을 발송
하려면 직접 우체국에 들려야 한다.
오늘도 석해 우편취급국에 근무하는 두
여직원의 빠른 도움으로 등기우편물을
발송했다.
시대가 참 많이 변했다.
예전 동네마다 큰 길가 또는 골목에 서있던
빨간 우체통과 미장원, 다방과 길가에서
복덕방 아저씨들이 장기를 두던 풍경이
사라졌고, 빨간 지붕과 파란 대문집이 있던
곳에는 아파트가 들어섰다.
미장원은 헤어 샾(hair shop)으로 복덕방은
부동산으로 간판이 바뀌었고, 다방은
스타벅스 등 커피샾(coffee shop)으로,
우체통이 있던 자리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고 공중전화 부스(booth)도 거의 다
사라졌다.
그렇다면 우표는 아직 사용을 할까,
우리 집 우편함에는 대량 발송이 된 지로
고지서와 세금고지서가 들어있을 뿐 우표가
붙은 편지는 없다.
스마트폰 시대가 되어 직접 통화나 카톡,
또는 문자메시지로 의사전달과 소식을
전하니 편지가 사라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된 거다.

청소년 시대에는 편지를 쓰기 좋아했다.
고교시절 학생 월간지 '학원'에 우연히 나의
프로필이 실렸고, 전국 각지에서 수백 통의
편지가 쏟아져 들어와 우체부 아저씨를
피곤하게 만들었다.
최전방에서 3년여 군대생활을 할 때도
많은 편지는 위로가 되었고 삶의 활력소가
되었다.
요즘 사람 대부분이 전화나 카톡으로 보내는
메시지는 그냥 평범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로
마음이 담긴 내용은 거의 없다.
그러나 편지는 목적만을 좇지 않는다.
볼펜보다는 잉크를 찍은 펜글씨나 만년필
글씨로 이런저런 사소한 이야기를 늘어
놓기도 하고, 가끔은 그리움과 슬픔을
가득 담아 쓰기도 했다.
편지의 서두에는 정겨운 계절인사와 함께
상대의 근황과 안부를 묻고, 사실만 전하는
게 아니라 마음의 진실을 담아 써 내려갔다.
두고두고 후회할 말은 가급적 쓰지 않고,
어떤 경우에는 에둘러 표현하기도 했으며,
때로는 막막한 심정을 써서 편지를 받는
사람이 답답하게도 만들었고, 종내에는
할 말을 다 쓰기도 했다.
내가 살아생전에 누군가에게 편지를 쓸 일이
있을까,
우표에 침을 발라 편지봉투에 붙이고 길가의
우체통에 넣는 일이 있을까 상상해 본다.
서로 다른 사람끼리 마음을 통하게 하는
편지를 써 본 지 많은 세월이 흘렀고 이젠
아련한 추억으로만 남았다.
우편함에서 지로고지서를 꺼내며 완곡(婉曲)
하고 간곡(懇曲)하게 마음을 담았던 옛 시절
편지의 대화법이 문득 그리워진다.
2025. 4. 4.
석천 흥만 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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