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느림의 미학 906 거미

김흥만 2025. 7. 13. 15:01

2025.  7.  12.  04;30

숲 속으로 들어가자 모기가 사이렌 소리를 내며

달려든다.

산모기의 톱날침은 코끼리 피부까지 뚫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자랑하는데 내가 먹이로

보였나 보다.

 

모자를 흔들자 1초에 800번이나 움직이는

날개로 잽싸게 순간이동을 하며 도망을 쳤다.

 

잠자리의 초당 날갯짓은 약 30~40회로

시속 50~60km의 속도에 비해 800번이나

날갯짓을 하는 모기의 속도는 놀랄 정도로

빠르다.

 

예전에 영국 런던대 리처드 봄프리 박사팀이

초고속 카메라로 모기가 나는 과정을 촬영

했다.

 

모기는 다른 곤충에 비해 날개가 움직이는

각도가 작아 초고속 비행을 할 수 있다는 발표가 

생각나니 아직은 내 기억회로가 정상 작동하는 

모양이다.

 

모자를 벗어 산모기를 쫓아내고 몇 걸음 걷지

않았는데 이번엔 거미줄이 얼굴에 걸려 손으로

떼낸다.

 

요즘 새벽산책을 할 때 늘 있는 일이지만

대략 4~5번 정도 얼굴에 거미줄이 달라붙고

떼어내도 조금 가렵다.

                          <   으아리   >

 

이 녀석들은 잠이 없나,

숲에서 가장 부지런한 곤충 중 하나는 거미다.

거미들은 새벽부터 으아리꽃 옆에 집을 짓고

먹이사냥을 시작했으니 말이다.

 

날파리나 곤충들이 거미줄에 걸리면 오늘

아침에 이 녀석들은 푸짐한 식사를 하겠다.

 

산모퉁이를 돌자 조금 시원한 바람이 불어

오고 가로등불 아래 또 다른 거미가 집을

만든다.

 

거미가 복부에 있는 방적돌기에서 실을 뽑아

내면서 집을 빠르게 지어가는 것을 우두커니

서서 바라본다.

 

일본 대마도에서 만난 거미는 크게 원을 만들고

점점 안으로 디테일(detail)하게 만들어 나갔다.

 

그런데 이 녀석은 반대로 가운데에 작은 원으로

시작하여 방사형으로 뻗어져 나가게 만들고

세로줄과 세로줄 사이에 가로줄을 규칙적으로

이어지게 만든다.

 

거미가 특히 지혜로운 건 가로줄에는 점성이

있어 끈끈하고 세로줄에는 점성(粘性)이 없어

자신이 다니기 쉽게 만든다는 거다.

 

어느새 거미집이 완성되어 가고 

그새를 못 참은 하루살이와 모기가 걸려들었다.

 

저 정도의 규모라면 작은 새도 너끈히 잡을만한

규모로 묘하게 향(向)이 북쪽 방향이다.

 

습도가 50% 이하로 떨어져 덜 덥기에 휴대폰을

꺼내 나침반 앱으로 방향을 재보니 거미집의

방향은 정확히 북향이다.

 

바람이 동서(東西)보다는 남북(南北)의 방향

으로 많이 부는 모양이다.

 

목련은 북쪽을 향해 꽃이 피고,

동네 똥개들은 똥을 눌 때 머리와 몸을 지도상의

도복(圖北)보다 나침반의 바늘이 가리키는 자북

(磁北)과 자남(磁南) 방향으로(磁南) 일치시켜

배변(排便)을 한다고 독일 뒤스부르크 에센대와

체코 생명과학대 연구진이 오래전 발표를 했다.

 

소나 사슴도 바람의 방향과 관계없이 남북방향

으로 풀을 뜯어먹는다고 하는데 아마도 지구의

자기장과 관계가 있는 모양인지 새삼 자연의

신비로움에 감탄을 한다.

 

인기척을 느낀 '배회성 거미'가 잽싸게 풀숲으로

숨는다.

 

거미의 종류로는 나무와 나무사이 또는 풀숲에

집을 짓고 먹이를 사냥하는 무당거미, 호랑거미,

집거미, 덩굴거미 등 '정주성(定住性) 거미'와

 

'배회성(徘徊性) 거미'로 불리는 늑대거미,

껑충거미가 있고,

숨어있다가 먹이 사냥을 하는 '갈색 은둔형

거미'가 있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파리, 모기, 진드기 등의

해충을 잡아먹으며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거미는 사람의 입장으로 판단한 유익한 생물

즉 익충(益蟲)으로 분류한다.

 

거미는 기다림이다.

집을 짓고 먹이가 걸릴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린다.

 

얼마 후 아침 해가 떠오르면 천적을 피해

자취를 감췄다가 저녁에 제자리로 돌아온다.

 

나같이 새벽에 산책하는 사람들에 걸려 집이

부서지면 거미는 묵묵히 또 집을 짓고 막연한

기다림 속으로 들어가겠지.

 

사람들 대부분은 기다림에 서투르다.

기다림에 익숙하지 못한 전임 대통령이 다시

구속되었다.

 

비록 미물(微物)이지만 끈질기게 집을 짓고

기다리는 거미의 삶을 보며 사람들도 배울

점이 많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2025.  7. 12.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