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느림의 미학 908 친구야! 때로는 크게 넘어질 때도 있다네.

김흥만 2025. 7. 19. 14:23

2025.  7.  19.

며칠 전 지하철 안에서 폰이 울렸다.

이수회를 주관하는 '종곤' 친구의 목소리다.

 

뇌하수체에 생긴 거대선종으로 시력을 잃을

위기가 왔다며 수술여부와 병원에 대해 상의를

하는 거다.

 

처음엔 무슨 이야긴가 했다.

지하철 안이라 시끄러워서 제대로 의사소통이

안되기에 통화를 종료하고,

 

집에서 차분하게 통화를 하면서 뇌하수체에

2cm 이상의 거대선종이 생겨 병원에서는

수술을 권유하고, 그대로 놔두면 실명을 할

수가 있어 ASAP 수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이 먹먹해진다.

 

몇 달 전엔 간이식수술이 필요하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이 났고,

위암수술 후 하루 4번씩 혈액투석을 해야 하는

친구의 아픔에 나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났다.

 

3개월 전엔 거의 매일 만나던 고향친구가 교통

사고로 사경을 헤매는 현실에 심장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을 느끼기도 했다.

 

최근엔 한의사 친구가 전립선암으로 진단이

나왔으니 나잇병인가.

 

참~산다는 게 뭔지,

마음은 청춘이라도 육체의 늙음과 아픔, 그리고

죽음이라,

인간에게 찾아오는 생로병사는 피할 수가 없다.

 

친구에게 사전증상을 물어보니 그동안 마비나

통증이 없었고, 체중도 빠지지 않았고, 거대

선종도 악성이 아니라는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20여 년 전 철산지점장 당시 악몽이 떠오른다.

"당신 뇌종양이래"

전화로 들려온 아내의 목소리는 나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랬구나, 그래서 그렇게 아팠구나.

전조증상(aura)이 심했었다.

 

팔과 손의 마비는 심각했었고,

수시로 찾아오는 통증, 점점 어눌해지는 말투,

걷는 자세도 이상해지고, 등산과 조깅으로

만들어진 단단한 몸이 뒤틀려지기 시작했다.

 

수술을 안 하면 3개월 내 전신마비가 오고

6개월 내 사망하며,

수술을 하더라도 수술 중 사망률 70%라는

주치의 선고에 아예 질려버렸다.

 

병원은 급하게 돌아갔다.

드라마 주인공도 아닌데 졸지에 시한부 인생

이라니,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라는 고민과

갈등을 할 여유도 없었다.

 

그 병원 의사로 계시던 형님이 자기가 수술

전 과정을 모니터링하며 지켜볼 테니 '자기

믿고 마음 편히 수술을 받아라'는 한마디에

진단이 나온 지 3일 만에 수술을 받은 거다.

 

"자기를 믿어라?"

여기에서 자기는 의사형님과 나뿐이니

주치의와 나 자신을 믿을 수밖에 없다.

 

차디찬 수술실에서 마취되기 전 잠깐 생각을

했다.

지금까지 나는 나 자신을 위해 무엇을 얼마나

하며 살아왔던가.

 

아파서, 불면의 밤을 지새우면서,

너무 아파서 차라리 영원히 잠이 안 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가장이라는

이유로,

 

남자라는 이유로 참고 또 참은 기억밖에 남은 게

없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회한(悔恨)의 눈물을

흘리다가 정신을 잃었다.

 

아프다고 제대로 이야기를 했던가,

아파서 제대로 울은 적이 있던가,

이대로 생을 마감하기엔 너무나 허망했었지.

 

항상 밝은 웃음을 주는 종곤 친구야!

이제까지 잘해왔지 않은가,

종교가 있다면 신을 믿는 거도 좋고 어쩌면 자신

스스로를 믿는 거도 좋다네.

 

세상을 살다 보면 때로는 크게 넘어질 때가

있는 법이란다.

넘어지면 주저앉아 그냥 엉엉 우는 사람도 있고,

발딱 일어나 자세를 추스르는 사람도 있는 법,

 

넘어지면 어떤가 일어나면 되고,

이젠 아프면 아프다 하고, 울고 싶으면 엉엉

울기도 하세.

 

이제까지 아내의 병시중 등 온갖 힘든 일에

잘해왔듯이 다시 일어서면 되는 게 아닌가.

 

                      2025.  7.  19.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