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느림의 미학 965 그녀들의 아름다운 도전

김흥만 2026. 3. 1. 17:38

2026.  3.  1.

  카카오톡이 이상하게 변했고,

지난 12월부터 다시 원위치해준다고

했는데 여전하다.

 

원하던 원하지 않던, 싫어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사람을 가리지 않고 사진이

뜬다.

 

최근 반가운 소식이 떴다.

연합회 활동 지원팀장으로 일 년간 근무

했던 박팀장의 대학교 졸업소식과 함께

'사회복지학' 학사 수여식 사진이 뜬 거다.

 

작년 1월 담당팀장으로 새로 부임하였

는데 늘씬한 키와 상당한 미모, 목소리

마저 청량해 매력이 많은 여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박팀장이 150명이 넘는 장애인의

활동지원과 감독을 하려면 꽤나 힘들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했었는데 지나고 보니

나의 기우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전임자들이 1년 계약기간을

못 채우고 이직 또는 사직을 했다.

 

그러나 그녀가 매사 긍정적으로 일을

즐기며 지원활동을 하는 모습에 걱정은

커녕 감사를 느끼며 오래 근무하기를

바랬다.

 

순환근무 방식에 의해 4월부터 나를

담당하게 되었고 매주 1회 이상 대화를

하며 야간대학교 대학생임을 알았다.

 

나이 55살에 대학생이라면 늦어도 한참

늦은 만학도(晩學徒)이다.

 

배우자 사망이라는 아픔을 이겨내며

학업을 이어간 도전은 대단한 용기였고,

각고(刻苦)의 노력 끝에 졸업과 학사

학위를 받은 그녀의 노력에 많은 찬사를 

보냈다.

 

또 한 명은 소속기관인 '글로벌 다문화

센터'의 센터장으로 작년 66세 나이에 

박사학위를 받았으니 대단한 여인이

아닌가.

 

성격이 직진형이고 리더십이 강하다는

'테토녀'이건,

다정하고 감성적인 성향의 '에겐녀'로

구분할 이유가 없다.

 

무엇이든 목표를 가지고 행동을 한다는

자체가 아름답다.

 

주변에 나이 육십 대 중후반에 현역

으로 또는 프리랜서로 일하는 여인들이

의외로 많다.

 

정주영 회장은 "시련은 있지만 실패는

없다"라고 했다.

 

나이에 관계없이 도전을 한다는 것,

당사자는 힘들겠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은 아름다운 도전이라는 생각을

한다.

                         <  목련 冬芽  >

 

나는 2023년 여름 '서울 사이버대 심리

학과' 가을학기에 만학도(晩學徒)로

합격을 하였다.

 

그러나 황반변성으로 점점 시력을 잃어

가는 바람에 4년간 컴퓨터와 씨름을

자신이 없어 등록을 포기하였다.

 

담당교수가 18학점을 취득하면 월반과

함께 조기졸업도 가능하다며 적극 권유

했는데도 불구하고 눈 상태가 점점 악화

되어 손을 들고 만 거다.

 

삶이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하고 싶은 걸 다할 수 있는 삶이 있다면,

하고 싶어도 신체상의 이유로,

또는 돈과 시간의 제약이라는 이유로

시작도 못하고 포기하는 삶도 있다.

 

물론 시작을 하고 버티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버티는 것만으로는 좋아하는

삶을 완주할 수 없는 게 인간세상의

순리이다.

 

은퇴 후 처음에는 목표 없이 그냥 철없는

아이처럼 살고 싶었다.

산에 다니며 책이나 읽고 막걸리를

즐기며 주유천하(周遊天下)를 하고자

했다.

 

철이 들었는지 어느 날 무위도식(無爲

徒食)만 하기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버킷리스트(bucket list)를 작성

하게 되었고 악기, 어학, 글쓰기에 도전

하였다.

 

등산은 국내 산 4,440곳 중 한라, 지리,

덕유, 설악산 포함 1,000 산이 목표였고,

 

외국산은 ABC로 유명한 히말라야 '안타

푸르나 베이스캠프'를 목표로 정하자

아들이 원정산행 비용 300만 원을 미리

지원하기도 했다.

 

독서는 일만 권을 읽고,

어학과 악기에 도전을 하고,

글 쓰기는 '느림의 미학'으로 1,000회

쓰기를 목표로 정했다.

 

은퇴 후 17년,

독서는 황반변성으로 1천여 권에 그쳤고,

등산은 높이 1,000m 이상의 국내산 포함

340여 곳에 올랐고 진행 중이며,

글 쓰기는 이 글을 다 쓰면 965편이 된다.

 

어학과 악기의 도전은 포기를 했고,

지리산 천왕봉에 세 번째 오른 후 버킷

리스트를 없앴다.

 

이걸 왜, 꼭 해야 하는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게 싫어졌기 때문이다.

 

살다 보니 어느새 목표가 있는 삶은 조금

버겁게 느껴지는 나이가 되었다.

 

이제부터 글을 쓰고 싶을 때는 1,000회

넘겨도 쓸 수 있을 때까지 쓰고,

친구들과 당구를 즐기며 그냥 철없는

아이처럼 살고 싶다.

 

                 2026.  3.  1.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