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느림의 미학 966 꽈배기 타령

김흥만 2026. 3. 7. 12:15

2026.  3.  7.  08;30

  영하 3도까지 떨어진 휴일의 이른

아침.

 

4번의 방문 끝에 '하남빵집'에서 한 개

2,800원짜리 꽈배기 10개를 샀다.

 

이십여 일 전 집에 들른 지인이 꽈배기

사 왔고, 약간 쫀득한 식감의 꽈배기

두 개째 먹다가 포장지보니 하남

빵집이다.

 

그날 밤 방송인 유재석이 진행하는

'유퀴즈'를 우연히 시청하게 되었고,

 

2026년 제빵계의 월드컵대회로 불리

'쿠프 뒤 몽드 드 라 불랑주리'에 출전

했던 빵 명장 4명이 방송에 출연했다.

 

그들은 거북선을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당당히 우승을 하였고,

하남빵집은 그중 한 명인 최용환 세프가

운영하는 빵집임을 알게 된 거다.

 

삼전사기(三顚四起)인가,

내가 좋아하는 꽈배기를 사러 3번이나

'하남빵집'에 들렀는데 번번이 매진되어

사지를 못했으니 말이다.

 

대타로 신장 사거리에서 예전부터 영업

하고 있는 '경x 꽈배기'를 2천 원에

3개샀는데 식용유의 냄새인지

'전 내'가 너무 심해 먹지를 못하고

버렸다.

 

오늘은 일부러 아침 8시에 들렸는데

웬만한 빵들은 벌써 다 팔렸고 30분

정도 기다려서 꽈배기를 사게 된 거다.

 

쌀가루를 기름에 튀기지 않고 구웠다

는데 구수하고 약간 쫀득거리는 꽈배기

의 식감은 엄니의 손맛을 생각나게 한다.

 

내가 어릴 때니까 아득한 먼 옛날이다.

어머니는 비가 오는 날이면 날궂이로

부엌에서 꽈배기를 만드셨고,

 

어떤 날은 고추장돼지 불고기를 석쇠에

깔고 아궁이의 군불에 올려놓으신다.

그러면 지글거리는 불꽃과 함께 구수한

냄새가 온 집안에 퍼졌었지.

 

우리나라에선 최근 몇 달간 두바이에

없다는 '두쫀쿠' 열풍이 거세게 불었다.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의 바삭함,

마시멜로의 쫀득함을 앞세운 '두바이

쫀득쿠키'를 사려는 긴 대기 줄이 매일

화제였고,

 

두쫀쿠의 선물은 남녀관계를 측정하는

척도가 되었으며 심지어는 '두쫀쿠

이별'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열병과 열기는 오래 머물지

않았고 요즘 두쫀쿠 자영업자들은 악성

재고에 고통을 받는다고 한다. 

 

대왕 카스테라, 앙버터, 크로플, 소금빵이

그러했듯 편의점에 한 개씩만 공급했던

6,300원짜리 240g 삼립크림빵도, 1963

라면도 순식간에 정점에 올랐다가 그

열기가 식고 있다.

 

속도의 본능이 일상의 소비까지 지배

하는 한국 사회와 국민의 시간은 엄청

빠르게 흐른다.

 

'빨리빨리'라는 한국 사회의 집단적

생존방식은 뒤처지면 도태된다는 압박

속에서 형성된 속도 본능이다. 

 

남들보다 먼저 맛보고, 먼저 경험해야

안심하는 마음은 유행을 좇는 것이라고

하기보다는 뒤처지지 않기 위한 생존

본능일 수도 있다. 

 

빨리빨리라는 생존방식을 가지고 서둘러

도착한 끝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었을까.

 

사라지는 것은 비단 두쫀쿠만 아니다.

아로니아, 석류 제품도 사라지고 요즘은

알부민 제품이 매스컴을 장악했다.

 

불닭짬뽕, 마라탕 등 매운 음식도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두쫀쿠의 퇴장은 이미 정해진 수순이고

그 대타로 '봄동비빔밥'이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

 

유행의 수명이 짧아진 시대,

나만이 아는 맛이 아닌 모두의 맛으로

보편화가 되면 유행은 끝이 난다.

 

한 친구는 서대문 영천시장에서,

또 한 친구는 답십리 꽈배기집에서

자주 사와 친구들의 입을 즐겁게 만들

었던 꽈배기,

 

꽈배기의 유행은 오래가려나,

어머니의 손맛이었던 꽈배기를 천천히

맛보며 오랜 세월 기억 속에 눌러앉았던

시간의 감각을 되살려 본다.

 

                  2026.  3.  7.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