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느림의 미학 996 묘비는 마지막 명함이다.

김흥만 2026. 6. 29. 10:55

2026.  6.  29.  08;00

   장난기 많은 친구가 단톡방에 묘비

사진을 올렸다.

 

나와 동명이인(同名異人)인 '고 육군

일병 김흥만' 용사의 3초짜리 묘비

동영상이다.

 

내 이름이 그리 흔한 이름이 아닌데,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전사자의

묘비 이름이 나와 같다니.

 

우여곡절 끝에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지

못했는데 만약에 참전을 하였고,

전사를 하였다면 내 묘비에도 '육군

병장 김흥만의 묘'로 되어 있겠다.

 

이름이 같은 용사의 묘비 사진을 보며

고개 숙여 마음으로 명복을 빌었다.

 

가까운 친구가 은퇴 직전의 내 명함을

갖고 있다며 사진을 찍어 보냈다.

               

현역 시절에는 승진으로 직급이 달라

지거나 점포가 바뀔 때마다 명함이

바뀌었다.

 

은퇴 후 명함을 정리하며,

직함이 없고 이름만 있는 명함이라도

만들어야 하나 잠시 갈등을 느꼈다.

 

직함과 수식어가 없고 이름만 있는

명함은 허껍데기인데,

그거라도 만들어 지갑에 넣고 다니면

허전했던 마음이 조금이라도 채워질까

이 생각 저 생각이 들었던 거다.

 

그동안 은행에서 영업을 하고,

관리자로서, 관리책임자로서 다양한

역할을 하며 살아왔지만,

 

백수가 되면서 집에서는 호칭이 남편,

XX 아버지로,

바깥에서는 '전'자가 붙었고,

시일이 지나면서 고 xx 사진작가의

배우자로 불리었다.

              

이름이 같은 '고 김흥만 일병'의 사진을

보며 묘비야말로 사자(死者)의 명함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나라 여행을 하면서 많은 묘비를

보기도 했다.

 

오스트리아 빈의 중앙묘역에서 베토벤

슈베르트 묘비 등 여러 묘비를

지만 감동을 받은 묘비나 해학적인

글을 쓴 묘비는 보지 못했다.

 

국립묘지나 영락동산 공원묘지에서

묘비를 대할 때마다 가금 내 묘비명을

상상해 봤다.

               <   수레국화   >

내가 죽으면 내 묘비에는 어떤 글이 

써질까.

 

죽으면 장기 및 시신기증 후 화장과

산골(散骨)로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겠지만 그래도 묘비를 갖는다면

 

"이 세상에 태어나서 잘 마시고 한바탕

잘 놀다 갔노라"라는 글귀를 남기고

싶다.

 

매장에서 화장으로,

납골당에서 무빈소 산골(散骨)로 장례

문화가 빠르게 변해가며 묘비도 사치품

되어가는 세상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살면서 소중한 가치를 지켰는지,

진짜 나 다움을 찾고 떠났는지,

 

묘비에 쓴 함축된 몇 글자는 그 사람의

삶과 가치를 말하며 감동을 줄 수 있다.

 

직함이 있는 산 자(者)의 명함과

죽은 자의 명함인 묘비(墓碑)가 묘한

울림을 주는 아침이다.

 

          2026.  6.  29.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