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느림의 미학 128 고통없이 살자 북악산 하늘길

김흥만 2017. 3. 24. 23:09


2010.  10.  10.

'소변금지'를 뒤집으면 '지금변소'가 되어 일부러 영역표시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며칠 전 행복전도사로 '자살(自殺)을 뒤집으면 살자.'가 된다고 하여 유명해진

 '고 최윤희'씨가 남편과 함께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700가지 통증에 시달려본 분이라면 조금은 이해해 주리라." 하며,

그녀는 구차한 삶의 질<well being>을 포기하고 죽음의 질<well dying>을 선택한다.


"생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일어나는 것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스러짐이라"

죽음도 삶의 일부분이라고 하며 전직 대통령도 글을 남기고 고인이 되었다.

 

108번뇌가 아닌 700가지 통증이라?

두통, 치통, 흉통, 요통, 복통과 루푸스(Lupus)도 포함되고,

루푸스는 '홍반성 난창'이라 하여 꽤 오래 전 여성 탈렌트 김지호가 열연한 '꿈의 궁전'

이라는 드라마 소재가 되기도 하였다.

 

난치성이 아닌 불치성으로 면역체계가 무너져 바늘로 찌르는 듯한 극심한

통증 속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온몸에 종기 등이 나고,

햇볕에 피부가 노출되면 문제가 생겨 맑은 날에 외출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힘든 병이라

물론 임신도 안된다.

 

통증이라!!~~난 이해가 된다.

32살 때 마비가 온다.

동네병원에선 말초신경염이라 하며 호르몬계통 스테로이드를 처방해준다.

호르몬계통 약을 복용하니 순식간에 체중이 불어나는데

68kg에서 88kg으로 무려 20여 kg이 늘어 예비군 훈련 시 군화 신기도 힘들어진다.

 

겁이 나 경희대병원에 가니 약풍 또는 간풍이라 하고, 한양대병원에선 '상완신경총염',

서울대병원에선 병명을 모른다고 한다.

열이 많이 나 아스피린을 복용하니 온몸에 열꽃이 생기고

이 열꽃을 본 의사는 유행성출혈열로 진단하지만 먼 훗날 알고 보니 뇌종양이었다.

 

통증이 오면 밤새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쑤시고~결리고~저리고~찌르고 ~깨지고~이 고통을 무엇이라 표현할까?

손으로 물건을 잡으면 놓쳐서 깨기가 일수이고, 결재하던 도장도 수시로 놓쳐

모서리가 깨지니 말 못하는 혼자만의 고통이다.

 

명색이 가장이라 가족들 앞에서 아픈 내색을 하기도 힘들어 묵묵이 고통을 인내한다.

다행히 순천향병원에 통증 크리닉이 생겼고,

통증 부위에 마취를 하면 1~2년 정도는 효과가 있다 하여 목 부위의 일부 신경을

차단하는 수술을 받는다.

 

요즘 병원에선 통증을 적절하게 잘 치료한다.

통증을 오래 방치하면 진짜 중병이 되어 헤어날 길이 없다.

따라서 통증치료센터는 수많은 환자들로 시장 통을 방불케 한다.

 

중요한 건 마음이다.

어리석음도 지혜로움도 다 마음에 달려 있다.

아프고 힘들면 산이라는 대자연의 종합병원에 온몸을 맡기는 것도 지혜일 텐데,

아까운 사람들, 한창 자라는 학생들이 자살이라는 결론을 내고 행동하니 안타깝기만 하다.

 

09;00

오늘도 둘레둘레 둘러 보는 북악산 하늘 길은 옆으로만 가지 않고 위로도 올라간다.

 

현재 고도 170m

지도를 보니 약 8km에 세 시간 정도 걸리는 북악산 하늘 길이다.

마을길에는 나무 데크를 깔았고 산길은 낙엽 섞인 편안한 흙길이다.

 

 

언제부터 개방되었는지는 모른다.

10여 분 오르니 희뿌연 안개 속에 나는 서울을 내리 깔았다.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니 내 것처럼 배가 부르다.

 

하늘 길이라 느낌이 다르다.

하늘 금을 이룬 북한산 도봉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인다.


소나무, 참나무, 국수나무 등이 적당히 배합된 혼효림 속에서, 설악산, 주왕산에서

만났던 팥배나무의 빨간 열매가 탐스럽다.

 

맛이 시금털털하여 사람들은 잘 먹지 않으나 배고픈 산새와 들새들에겐 진수성찬이라

새들이 아주 좋아하는 팥배나무 열매이다.

 

김신조 루트 가까이에 벙커 겸 초소도 있고,

 

군사 통제구역으로 남았던 흔적이 곳곳에 보이고,

벙커 옆에 '고마리'가 곱게 피었다.

 

사연 많은 며느리밑씻개, 며느리밥풀꽃, 며느리배꼽 등과 같이 하천, 들, 산에 많이

피는 잡초로 줄기에 가시가 많다.

 

마디풀과에 달린 한해살이풀인데 한국이 원산이며 중국 일본 러시아 극동지역에도 서식한다. 

보릿고개 시절에는 구황식물로 수제비를 만들어 먹기도 하였고,

일명 돼지풀이라 하여 물을 정화시키는 능력이 탁월하며 요통, 위염, 시력회복에 효험이 있다.

너무 번식이 잘되어 '그만'자라라고 고마리라는 이름이 붙었다고도 한다.

 

한 송이 '가는잎구절초'가 애처롭다.

 

여러해살이풀이며 관상용, 약용이다.

 

와! 음나무이다.

깊은 산중에나 있는데 서울 한복판에서 보니 신기하다.

 

엄나무라고도 하며 두릅나무과로 키는 20m에 이르기도 한다.

어린잎은 나물로도 먹으며 합판, 가구 등에 쓰이며 흔히 닭백숙을 만들 때 넣기도 한다.

 

예로부터 민간에서는 가지에 가시들이 있어 귀신을 쫓는다는 귀신나무라 하여

안방 문 위쪽에 걸어 두거나 무당이 굿을 할 때 귀신을 물리치는 도구로 쓰기도 하였다.

경남 창원의 키 19m, 둘레 5.4m인 음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남정목의 열매가 신비롭다.

 

남정목은 '쥐똥나무'이다.

까만 열매가 쥐 눈, 쥐똥과 색깔, 크기, 모양까지 닮았다.

당뇨병에 좋은 남정목은 겨울에 잎이 떨어지지만, 노화를 막는 여정목<광나무>은 겨울에도

잎이 떨어지지 않는다.

 

흔히 대도시의 가로변, 학교, 아파트의 울타리 등으로 심는데 이 나무들은 약효가 별로이고

산속에서 자란 나무들이어야 약효가 있다고 한다.

쥐똥나무<남정목>의 열매는 수랍과라 하여 햇볕에 말려 강장, 지혈, 양기부족, 항암제,

신체허약 등에 쓰인다.

 

쥐똥나무<남정목>나 광나무<여정목>는 백랍벌레라 하여 초파리 비슷한 벌레가 기생하여

하얗게 가루물질을 뒤덮는데,

이것으로 초를 만들면 촛불이 훨씬 밝고 촛농이 흘러내리지 않으며 백랍은 귀중한 한약재로

쓰인다.

 

충청도에서는 물쪼가리나무, 조갈나무라고도 부른다.

즉 당뇨병인 조갈병, 소갈병을 고치는 나무라는 뜻이다.

따라서 남정목은 소갈병 즉 목이 마르고 허기가 지는 병에 좋은 효과가 있다고 하니

관심을 가져볼만하다.

 

'작살나무'의 보랏빛 열매가 구슬(자주紫珠)처럼 신비하다. 

 

좀작살나무는 마편초과의 갈잎떨기나무이다.

한국이 원산이며 중국과 일본에도 있다고 한다.

고기잡이에 쓰는 작살은 단단한 나무막대기에 삼지창 모양의 날카로운 쇠붙이를 꽂아서

쓴다.


무슨 일이 있어 잘못되어 결딴나거나 형편없이 깨지고 부서질 때 흔히 "작살난다"

라는 말을 쓰는데 아무리 자세히 바라봐도 억세 보이지 않다.

가지들이 서로 마주나기로 달리며 중심가지와 각도가 벌어져서 작살나무인가

모양이다.


옆을 바라보니 <오광수> 시인의 시문이 있다.

 

  { 산에 오르다

    꽃 한 송이를 보았네.

    나를 보고 피어있는 이름 모를 꽃. 

 

     산에서 내려오다

    다시 그 꽃을 보았네.

    하늘을 보고 피어있는 누님 닮은 꽃.]

 

얼마 전 중미산 들머리에서 신비롭게 핀 가시엉겅퀴를 발견한다.

새벽이라 꽃이 약간 덜 피고 어두워서 하산 중에 찍으려 위치만 확인한다.

내려오던 길에 찾아보니 누군가가 꽃을 비틀어 꺾어 버렸다.

어찌나 서운하고 화가 나던지 약이 바짝 오른다.

 

요즘 야생화를 찍는 사람들 중엔 자기가 찍은 야생화를 남들이 찍지 못하게

파가거나 발로 뭉개 버리는 못된 풍조가 있다고 한다.

그런 못된 사람들이 야생화나 대자연의 미를 카메라에 담겠다고 전국 산야를 누비니

벌 받을 일이로다.

 

10;00

현재고도 315m

김신조 루트의 하늘다리다.

이곳에서 30여 분 올라가면 백악산 정상이라는데 사전에 허가가 필요하다.

 

1968년 이후 42년 만에 개방된 길인데 사전에 예약이 되어야 간다고 한다.

68년 1월 21일 김정일의 지령을 받은 무장공비 김신조 일당 31명이 청와대를 습격하러

청와대 뒷산인 이곳 북악산까지 침투, 총격전 끝에 31명중 28명이 사살되고 그중 1명인

김신조는 포로가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북으로 넘어간 1명은 연평해전을 주도하여 출세한 북한 인민군 대장 박세경이며

그는 현재 총정치국 부총국장의 직함으로 북한군부 최고 실세 중 한 사람이라고 한다.

 

겨울방학 끝난 후 등교하니 교실이 엉망이다.

이놈들이 청와대 뒤에서 교전을 벌이다 도망치면서 우리학교 교실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진흥왕 순수비가 있는 '비봉'이 지척이다. 

 

11;34

성북구간은 끝나고 종로구간이 나온다.

 

태풍 '곤파스'가 내 마음의 안식처인 북악산(백악산)마저 무너뜨렸구나.

여기 저기 태풍의 상처가 너무 크다.

 

앞에 있는 인왕산을 보며 고택의 옆을 천천히 걸으니 시간도 멈춘다.

 

이제가면 언제 또 다시 올까?

쉬엄쉬엄 걸어도 3시간이 안 걸리는 북악산 하늘길.

구름의 속도로 천천히 걷는다. 

 마음에 따라 시간이 더디게 빠르게도 가는 하늘길도 이제 끝난다.

 

13;10

자하문 손 만두집의 만두국이 한 그릇에 만 원이다.

보통 5~6천 원인데 맛이 있다고 소문이 난 집이라 대기번호표가 28번이지만 인터넷으로

예약한 수고 덕분에 기다림은 없다.


막걸리 한잔으로 산행의 피로를 푼다.

호프 2만cc를 힘들지 않게 마신다는 주봉(珠鳳) 선생은 주신일까, 주선일까?

 

언젠가 느림의 미학에서 술꾼에 대해 논한 적이 있다.

   1등급    주신 酒神~   마셔도 마시지 않은거 같은 이

   2등급    주선 酒仙~   마셔서 얼굴이 살짝 홍조를 띄우며 부처님의 자비로운 미소를 

                               느끼게 하는 이와 山에 들어가 마시는 이~즉 入+山

   3등급    주성 酒聖~   마시되 성스럽게 품위 유지하는 이

   4등급    주황 酒皇~   마시되 황제같이 호탕하게 마시는 이

   5등급    주왕 酒王~   마시되 왕과 같이 묻사람을 거느리며 폼나게 마시는 이

   6등급    주당 酒黨~   마시되 혼자 안마시고 무리를 지어서 마시는 놈

   7등급    주당 酒戇~   마시되 어리석게 마시는 놈 

                               따라서 같은 주당이라도 구분이 필요할 듯

   8등급    주접 酒摺~   같이 마시되 두번 다시 마시고 싶지 않은 놈~즉 바로 접어야 될 놈

   9등급    주광 酒狂~   처먹어도 미친 놈 같이 처먹어 아에 미친 놈

  10등급   주책 酒責~   술 처먹고 주책이라고 맨날 깨지는 놈

  11등급   주택 酒宅 ~  바깥에서는 못 마시고 집에서만 마시는 놈

 

진정한 주도(酒道)란 무엇일까?  

주신(酒神)은 못돼도 주선(酒仙)이 될 수는 없을까.

산에서 마시면 주선<酒 入+山>인데?

이재영 회장을 대주(大舟 큰배)로 지으니 스스로 酒仙이 좋겠다고 고집 피운다.

 

모교에 오니 신났다.

청운중 16회여 영원 하라!

 

   

 

서울시에서 보호수로 지정한다고 발표한 '반송'의 그늘에서 솔 향을 맡는다.

우리 키 정도였던 반송이 흘러간 40년 세월 속에 부쩍 자랐다.

 
소나무 중 성장속도가 느리며 수명이 짧은 반송(盤松>)은 소반 위에 올려 놓을 정도로
아름답다고 해서 반송이라 하는데 키는 10m 까지 자란다.

줄기 밑 둥에서 굵은 가지가 10~30개 정도 갈라져 나와 생김새가 우산같은 점이 특징이다.
정원수로 많이 심으며 가지가 많이 갈라져 만지송(萬枝松)이라고도 한다.

 

 

 

이 교정과 운동장에서 꿈을 길렀기에

나는 널리 사람에게 이로운 진정한 홍익인간(弘益人間)이 되었는가?

 

앉아서 지난날을 후회하기엔 살아온 세월이 너무 아까운 나이이다.

모처럼 교정에 서니 누군가가 그리워지고,
아련한 추억이 생각나며 다시 젊음으로 되돌아 간다.

젊음을 보상받고 싶은 인생도 아니니 아직은 늙지 않은 몸과 마음이다.

 

"장엄하다 백악이여 민족의 얼이 깃든 이곳

 한양성 굽어보며 우뚝 세운 학문의 전당이다"

 

옛날 홍준오 선생님은

  [천맥 (天脈) 휘어내려 기백리(幾百里) 장성(長城)

   한가람 뻗은 북녂 이 기슭에

   백악(白岳)이 외롭게 구름에 떴다.]-라고 했다.

 

광화문의 수문장 교대식이 한창이라 달리는 버스에서 급히 한 장 찍는다.

 

이 평화스러운 광장을 왜 민주당과 좌빨이들은 시위장소로 만들려고 할까?

 

 

천진난만한 아이들과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그리고 먼 훗날 역사 앞에서 부끄럽지도 않을까?

 

14;20

비각의 곧추선 처마가 교보빌딩의 육중한 몸을 압도한다.

 

고종이 즉위한지 40년이 된 것과 51세가 되어 국호를 대한제국으로 고치고 황제 칭호를

쓰게 된 것을 기념하기 위하여 세운 청경 기념비이다.

 

트래킹 내내 머릿속에 맴돈다.

예식장 다녀오던 전철에서 '종교를 가진 사람은 자살을 하지 않는다'라는 의견 제시가

있었으나 오히려 '종교를 가지면 자살확률이 더 높다'라는 다수의 의견이 나온다.

 

어쨌든 '고통(苦痛)은 뒤집어도 통고(痛苦)'라 여전히 아프다.

고통이 없어진다 해서 반드시 행복한 삶이 오는 건 아니지만

숨 한번 크게 들이 마시고, 다시 크게 한번 내뿜고, 몸과 마음이 아픈 이웃의 고통도

조금씩은 이해도 해주며, 고통없는 행복한 세상을 꿈꿔보자.

                                

                          2010.  10.  10.  백악의 하늘 길에서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