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엽이라 Autumn Leave구나.
11월 하순이면 깊어가는 가을일까, 겨울의 초입일까.
비 그침을 확인하고 한강에 나선다.
세찬 바람에 귀가 시리고 찬바람을 맞는 눈에도 눈물이 나는 걸 보니
'안구 건조증'이 왔나 보다.
하늘의 먹구름이 이리저리 휘감으며 요동을 친다.
길바닥엔 낙엽이 잠시 머물렀다 가버린 자국이 남았고,
'마파람'이 갑자기 '된바람'으로 바뀌며 얼굴을 때린다.
내 마음 갈 곳을 잃었는지 스산한 마음을 달래주는 따뜻한 커피가 생각난다.
쓸쓸하게 떨어져 날리는 낙엽만 보아도 가슴이 아프며 적적해지는 11월,
남자들은 어디론가 떠나고 싶고, 여자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붙잡고 싶은
계절이라고 하지.
오늘은 누구를 만나게 될까?
30년이 넘는 은행생활은 사람들과 만남의 연속이다.
1년 미만의 인사부 근무만 잠시 하고 본점생활은 거의 해보지 않은 은행생활,
본점 근무가 적성에 맞지 않아 평생을 영업점에서 지내다 정년을 맞는다.
난 사람의 첫인상을 상당히 중요시한다.
대부분 첫인사를 나눌 때 명함을 서로 건넨다.
깔끔하게 자기표현을 잘한 명함도 있고,
어느 명함을 보면 온갖 직함이 앞뒤로 빼곡히 기록이 된 명함도 있다.
"청소년 선도위원" "xx 협회 xx임원" "경찰서 방범위원" "로타리 클럽 임원"
"라이온스 임원" 등 심지어는 15개까지 기록되어 다 읽으려면 숨이 차다.
자기를 내세우며 과시하는 사람들 중엔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사람들이 많다.
10여 년 전에 '의원'이나 '위원'한번 하고, '전 의원, 전 위원~~'' XX 전 회장' 등
옛 직함을 쓴 명함도 있어 우선 거부감이 들지만 내색을 하지 못하고 역겨워도 참는다.
난 용무가 끝난 손님을 배웅할 때 반드시 지점 정문 앞 또는 주차장까지 나가 배웅을 한다.
이때 차를 슬그머니 본다.
차 속의 정리 상태, 그리고 차를 정갈하게 관리하고 있는지 여부를 보는데
어떤 사람은 소나타에 BMW 마크를 부착하고 심지어는 아반테에 '벤츠'심볼도
부착한 경우도 있었다.
난 바로 담당직원에게 대출승인을 거절하라고 지시한다.
'진실성이 없어 부실대출 확률'이 높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중고 소형차라도 깨끗하게 정리정돈과 관리를 잘하는 사람들이 역시 성실하다.
은행 창구나 지점장실에 와서 종교인 행세를 하면 무조건 사기꾼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지점장실에 들어오자마자 특정 종교인처럼 멋지게 '기도'를 하고 상담이 시작된다.
의심하는 마음을 감추며 상담하려 애쓰는 나도 고단하다.
거래처 방문 시에도 사무실과 경영자의 방에 종교색채가 강하면 일단 의심과 부정을
하는데 거의 100%에 가까운 부도율이다.
종교인처럼 행세하며 사기 치는 수법이 대단한 사기 전문가들이다.
철산지점장 시절에 가깝게 지내는 지인의 부탁으로 '파주'의 한 인쇄업체를 방문한다.
회사 입구부터 종교 색채가 너무 강하다.
머릿속에 적색경보가 울리며 난 투자를 말렸지만,
그 지인은 자기 형을 관리 임원으로 채용하는 조건을 달아 견제수단을 만들고,
투자를 하는 바람에 불과 2년도 안돼서 십 수억 원을 날린다.
난 특히 최고 경영자의 책상주변을 잘 본다.
서류를 수\이히 쌓아 놓고 질질 끄는 지 아니면
간결하고 신속하게 결재를 하고 깔끔하게 처리를 하는 지를 관찰한다.
항상 진솔해야 되는데 대화 시에 허세를 부리는 사람들이 꽤 많다.
권력기관의 '장'을 잘 안다는 사람.
재력이 있는 사람을 잘 안다는 사람.
수표보관증을 요구하는 사람.
통장보관증을 요구하는 사람.
예금실적을 올려주며 금품을 요구하는 사람.
구화폐를 신화폐로 바꿔주면 수수료를 주겠다는 사람 등 온갖 사기꾼들이 난무한다.
술자리에서도 가급적 긴장을 하며 상대방을 살피다 보면 술이 취하지 않을 때도 많다.
주사를 부리는 사람도 있고, 큰소리로 허세를 부리는 사람 등 웃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술자리에서 주도(酒道)를 지키는 사람들은 신용이 대체적으로 좋은 사람들이다.
잘 알고 지내던 지인이 5천 만 원이 필요하다며,
본인은 당좌거래 부도로 '적색거래처'가 되어 대출이 안 된다고 부탁을 한다.
세상을 거칠게 산 친구라도 20 여 년 전 "다른 전과자가 되어도 금융전과자와 친구들에
우정전과자는 되지 않겠다."라고 한말이 생각난다.
은행원으로서 사적금전 소비대차가 금지되지만, 아파트 중도금 낼 돈이 몇 개월
시간적 여유가 있어 빌려준다.
그 이후 사업이 잘 안 돼 제때에 상환 받지 못한 나 또한 중도금 연체까지 이르는 곤란을
겪게 된다.
몇 개월 약속이 3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후 지인의 집이 팔리면서 우선 변제를 받는다.
다른 사람들 보다 우선 변제해주니 고맙기만 하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피해를 당하지 않고 월 200명 이상을 만났으니 난 참 운이 좋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중요한 인연이다.
아무리 나쁘고 사기성이 있더라도 미리 간파를 하고 준비를 하며, 성심성의껏 진심으로
대하면 대개는 나한테 사기를 치지 않는다.
대신 명철한 판단과 결단은 필수다.
떨어져 날리는 낙엽을 보며
사람과 사람에 대한 생각이 잠시 스쳐 지나간다.
2010. 11. 27 한강에서 석천 흥만 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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