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8. 11.
최봉길 백수 선배 말이 맞다.
현역 때는 멀쩡하던 몸이 "은퇴하면 여기저기 망가져 나타난다."라는 말이
남의 일인 줄만 알았지.
장자(莊子)는
"먹는 나이는 거절할 수 없고,
흐르는 시간은 멈추게 할 수 없다."라고 했다.
나이 탓인지 머리가 좀 좋아지니 이번엔 '눈'이 말썽이다.
매일 긴장하고, 고객접대, 회식 핑계로 술에 절어 살며 아픈 줄도 몰랐던 부분이
여기저기 문제가 되어 튀어 나온다.
책을 펼치니 책장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군데군데 글자가 깨져 보인다.
주치의는 "혈압, 당뇨는 정상이니 충격 받은 일이나 스트레스"를 묻는다.
10년이 넘는 은행지점장 생활 속에 쇼크? 스트레스라 매일매일 연속 아닌가.
눈에 출혈이 있어 시력도 나빠지며 회복은 불가능하고 그대로 살라고 한다.
이젠 좀 더 심해져 사물이 굴절되어 깨져 보이고 가까운 글자도 잘 안 보인다.
주치의가 비장의 무기라도 되는 것처럼,
레이저로 쏘고 주사요법(유리체내주입술)으로 시술해주는데,
왼쪽 눈을 안대로 막아 놨으니, 해서는 안 되지만 한 눈으로 운전을 할 수밖에 없다.
영등포 서울교에서 88도로로 진입하니 다행히도 차가 밀린다.
휴우!
좌, 우 차선변경이 어려워 그대로 직진만 하며, 촛점이 맞지 않으니 앞차와
차간거리를 넓히는데 갑자기 뒤차에서 번쩍거리며 상향등을 켜대고 크랙션을 울린다.
룸 밀러와 사이드 밀러를 보니 차선도 살짝 밟으며 넘나든 거도 같고, 균형이 잘 잡히질
않는다.
비상등을 켜고 규정 속도로 운행하니 다른 차들은 아예 날 무시하고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오히려 위협운전을 한다.
눈은 아프지만 88도로의 제한속도인 80km를 유지하고 운행하는데
가까이 붙는 놈, 끼어드는 년, 빵빵거리는 놈, 온갖 잡년 놈들이 시비를 걸며,
상대방을 배려해주지 않는다.
나도 균형을 잃었지만 다들 균형이 깨졌다.
나뿐만 아니라 다들 한 눈으로만 보는 세상이 되었으니 말이다.
요즘 좌냐, 우냐, 한창 시끄럽다.
여당이 하는 건 야당이 무조건 반대하고,
야당이 주장하는 건 무조건 대중영합주의(포풀리즘)라고 한다.
각자 한쪽 눈으로만 보니 균형 감각이 깨진 시각일 수밖에 없다.
서로를 인정하고 배울 건 배우고,
국가와 국민의 행복을 위해 목표를 가지면 한목소리가 나올 텐데,
무상급식, 무상보육, 선택적 무상급식. 보편적 복지 등 온갖 돈 잡아먹을 궁리만 한다.
세상에 공짜란 없고 다 세금으로 쓰는 거다.
좌파들의 머리가 보통이 아니다.
보수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좌파들의 뛰어난 감각과 기민한 행동을 따라가지 못한다.
직업 데모꾼들을 태운 버스가 "희망버스"라고?
민주, 진보, 참여, 국민, 행동, 희망, 연대 등 좋은 건 다 차지했다.
기막히게 머리 쓰는 놈들이나, 반박하는 놈들이나 시각은 한쪽 눈이다.
서로가 서로를 따라 하며 2중대니 포풀리즘이니 하며 시비나 걸고 싸움질로 날샌다.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대세론, 친박, 친이, 야 5당 연합 등 죄없는 국민들을
팔아가며 발광을 한다.
국회의원, 대통령선거가 내년인데도 벌써 짝짓기 철이 왔나 보다.
나하고 필명이 비슷한 송천필담(松泉筆談)에서 나오는 '필패지가(必敗之家)'를 이야기
해볼까.
오랜 세월 권력자를 곁에서 섬긴 역관 김근행(金謹行)이 병들어 눕자, 가르침을 청한
젊은 역관에게 말한다.
첫째; '요직을 차지하고 앉아 수레와 말이 법석대는 자'는 반드시 망한다.
사람과 고급승용차가 득실함을 경계함이요.
둘째; '무뢰배 건달이나 이득을 챙기려는 무리를 모아다가 일의 향방을 따지고
이문이나 취하려는 자'는 반드시 망한다.
즉 자격없는 자나 이권에 개입하는 자들을 경계함이요.
셋째; '높은 지위에 있으며 점쟁이나 잡술가들에게 공사간의 길흉 묻기를 좋아하는 자'도
반드시 망한다.
대통령되려고 풍수지리에 의해 부모, 조상을 이장해도 반드시 망한다.
넷째; '백성을 사랑하고 아랫사람을 예우한다는 명예를 얻고 싶어 거짓으로 말과
행실을 꾸며 유자(儒者) 즉 선비인 척 하는 자'도 틀림없이 망한다.
따라서 요즘 툭하면 "국민의 이름으로~서민의 아픔을 대신하여~"등을 써먹는
엉터리와 좌빨이 정치인들은 반드시 망한다.
다섯째: '아침의 말과 낮의 행동이 다른 자'도 망한다.
조삼모사하는 인간들과 가까이 함을 경계함이요.
여섯째; '으슥한 길에서 서로 작당하여 사대부와 사귀기를 좋아하는 자'도 망한다.
일곱째; '언제나 윗자리에만 앉아야 직성이 풀리는 자'도 꼭 망한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요, 화무십일홍(花舞十日紅)이라~
권력은 10년이 가질 않고, 붉은 꽃은 십일이 가지 않음을 교훈으로 준다.
여덟째; '특히 다른 사람이 누구의 사람이라고 손꼽아 말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요즘, '친이', '친박', 노무현계, 동교동계, 손학규계, 정동영계 등 계파활동을
하는 자는 필히 망한다.
라고 하며 한쪽 눈으로만 보는 것을 경계한다.
따라서 우리들은 '뻔한 것을 못 보는 자, 의심하는 자, 경솔한 자, 상황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자(척확무색), 무리에게 휘둘리는 자'들을 잘 추려내 정계나 관계에서 추방하고,
이치를 밝히고, 현명하게 변화에 대처하며, 굳센 의지로 나라와 국민을 진정으로
섬기는 자를 골라 뽑아야 이 나라의 밝은 미래가 보장된다.
전에 모셨던 모 부행장과 모 본부장은 은퇴하였어도 기피인물에 속한다.
어쩌다 만나면 시종일관 혼자 90% 이상 말을 하며,
은행근무 시절 자기자랑부터 시작해 은행 일을 혼자 다한 것 같이 말한다.
현역시절에도 점포 순시를 다닐 때 시시콜콜하게 청소부터 시비 걸며,
온갖 일을 혼자 하려하고 일일이 다 참견을 한다.
기안문서의 토씨, 글자 하나까지 따져 가면서 하루해를 넘기는 게 일상이라,
아래 직원들은 아주 비생산적인 상사라고 혹평을 하는데도 혼자 잘난 맛에 산다.
주인이나 윗사람, 지도자가 혼자 다하려 하면 심신이 피곤해져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
행정사무를 주관하는 행정부서의 책임자인 장관을 실무자 취급하는 대통령,
모든 일을 혼자서 다 챙겨야 하는 CEO 등이 다 민망한 풍경이다.
등소평의 흑묘백묘론을 따질 것도 없이 "경제는 자네가 대통령이야."라며,
'김재익 경제수석'에게 힘을 실어주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생각나게 하는 한 대목이다.
불필친교(不必親敎)라!!!
통치나 일을 할 때 상하가 영역을 침범하면 안 된다.
사내는 밭을 갈고, 계집은 음식을 하고,
개는 집을 지키고, 닭이 새벽을 알리는 것은 만고의 진리이다.
이 진리가 통하지 않을 때는 식소사번(食少事煩)이라 즉 일은 많고 성과는 적다.
따라서 불필친교(不必親校)라 '할 일과 지시할 일'이 따로 있다는 중요한 교훈이다.
모든 것을 한쪽 눈으로만 보려 하니 문제가 된다.
내가 막상 한 눈이 되어 한 눈으로 보니 총 쏠 때처럼 일정한 부분은 더 잘보이지만,
정말 필요한 초점, 거리감각 등 모든 것이 떨어진다.
대부분의 사람, 나 또한 두 눈이 있어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한쪽에 치우쳐 즉 내가 보고자 하는 방향만 본다.
도둑한테도 배울 건 있다.
중국의 유명한 도둑 '도척(盜蹠)'이 '성,용,의,지,인'에 대하여 말한다.
~방안 어디에 값진 물건이 있는지 단번에 알아내는 성(聖)
~훔칠 때 앞장서는 용(勇)
~훔친 뒤 맨 마지막에 나오는 의(義)
~그날 상황을 잘 판단하는 지(智)
~장물을 공평하게 나눠주는 인(仁)
즉 도둑들도 이런 덕목을 갖춰야 제대로 균형을 갖고 도둑질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하물며 시각의 균형을 갖춘 인물을 기다리는 것은 나 혼자 만의 바램일까?
2012. 8. 11 무더운 여름날 오후
석천 흥만 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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