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느림의 미학 271 사우곡(思友哭)

김흥만 2017. 3. 26. 15:33

병화야!

그동안 참 많이 아팠지?

이젠 아프지 않은 곳에서 영면을 하겠구나.

 

마지막 모습을 보려 길을 나섰다가 차마 자네의 영정사진을 볼 자신이 없어

발걸음을 돌렸으니 내가 많이 비겁해진 모양이다.

 

지난 봄 3월 1일 장봉도 해변을 걷는 모습이 참 평화롭게 보였는데 느닷없이 수술을

해서 많이 놀랐지.

병화한테는 평화로운 고독(孤獨)이 고독(苦毒)이 되었구나.

 

 

담배를 참을 수 없어 비행기를 못 탄다고 하며 너털웃음을 짓던 친구야.

 

작년부터 딸에게 경영수업을 시킨다 해서 너무 서두른다고 하니 이제 쉬어야 하겠다는

말이 유언이 된 건지,

미리 예감을 하였는지 사랑하는 사람들 곁을 너무 일찍 떠나 못내 허전하구나.

 

이젠 아픔과 장애에서 벗어나 해탈(解脫)하였으니 부디 고요한 상태로 열반(涅槃)에

드시게.

 

나 또한 친구를 잃은 애달픔으로 통곡을 하며 지난번 먼저 영면에 들어간 양근이와

자네를 죽을 때까지 가슴속에 묻으려네.

 

오늘은 놀란 가슴에 먹지를 못하지만, 얼마 후면 살고자 입속으로 꾸역꾸역 밥이

들어 가겠지.

 

                                                  2014.  12.  9.  비겁한 친구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