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9. 8. 19;00.
검단산 위로 추석 보름달이 솟구치고,
"귀뚤귀뚤♬♪♩" 귀뚜라미가 요란스럽게 창문을 두드린다.
내가 좋아하는 동요가 떠올라 흥얼거린다.
귀뚜라미가 또르르 우는 달밤엔
멀리 떠나간 친구가 그리워져요~♬♪♩
정답게 손 잡고 뛰놀던 내 동무
그곳에도 지금 귀뚜라미 울고 있을까
귀뚜라미기 또르르 우는 달밤엔
만나고 싶은 동무께 편지나 쓰자
즐겁게 뛰놀던 지난날 이야기
지금도 그 동무 내 생각하고 있을까~♬♪♩
달빛 아래 귀뚜라미 우는 소리는 먼 옛날 동무를 생각나게 한다.
유난히도 노래를 잘 부르던 친구였는데, 그 때도 9월이었지.
병원 앞뜰에서 유난히도 크게 울어대는 귀뚜라미 소리에 잠 못 이루는 밤이 여러 날이었지.
군대 입영을 두 달 앞두고 친구와 장난을 치다 왼 다리가 부러져 기브스를 하고
진천읍내에 있는 박기수 병원에 입원을 한다.
입원실에 아침저녁 들려 방문을 열어주고 닫아주고, 변기를 치우고,
답답할 때엔 휠체어도 없는 시골병원이라 나를 업고 다니며 노래를 불러주던 친구였지.
패티 김의 '이별'이었던가?
"어쩌다 생각이 나겠지 냉정한 사람이지만~~♬" 유달리 잘 불러주던 노래가 생각난다.
제대 후 한동안 소식이 없다가 1988년 서울올림픽 때 내가 근무하던 둔촌동지점에
찾아와 얼굴을 한 번 보고 간 이후 30년이 다돼가는데 소식이 없다.
"명동에서 사채업을 하는데, 다른 사람에게 사기를 쳐도 너한테만은 그럴 일이 없을 거야"
라고 한마디 말을 남긴 채 죽었는지 살았는지 지금까지 소식이 없다.
귀뚜라미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창밖을 바라본다.
소리가 부드럽고 위협적인 소리가 아니니 수컷이 암컷을 부르는 모양이다.
귀뚜라미는 앞날개에 뾰족뾰족하게 튀어나온 부분이 50~250개 정도가 있다.
이것들을 서로 부딪치면서 소리를 내는데, 1초 동안 큰 귀뚜라미는 1,500번 정도,
작은 귀뚜라미는 1만 번이나 된다니 전문가가 아닌 나로서는 상상하기가 어렵다.
전 세계 1200여 종류 중 우리나라엔 약 30종류가 있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귀뚜라미 귀는 사람처럼 머리 양옆에 있는 게 아니라 앞다리에 작고 얇은 고막이
있는데 길이는 불과 2cm에 불과하다.
작고 변변치 않다 하여 사람들은 곤충을 미물(微物)이라 하는데 이렇게 마음을
울려주는 귀뚜라미에게 미물이라고 말을 하는 것은 사람들의 허욕(虛慾)이겠지.
우리나라는 달과 관련된 명절이 두 번이나 있는데 추석 한가위와 정월 대보름이다.
대보름은 음력 1월 15일로 새해 들어 처음으로 보름달이 뜨는 날 저녁, 달이 뜰 무렵이면
햇불을 들고 높은 곳으로 올라가 달맞이를 한다.
사람들은 달을 보며 소원을 비는데, 남들보더 먼저 달을 보고 소원을 빌어야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믿는 사람들은 서로 앞다투며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현자(賢者)들은 달을 보며 그해 농사가 풍년인지 흉년인지를 내다 보았다.
달빛이 맑으면 풍년이 들고, 달빛이 흐리면 흉년이 든다고 했으며, 달빛이 붉으면 가물고
흰빛이면 장마가 길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추석 한가위에는 곡식과 과일을 수확하여 축제를 벌였으며 보름달 아래서 손에 손을
맞잡고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기도 한다.
토끼가 절구를 찧는다.
하늘의 명을 받은 토끼가 무병장수의 약을 만들기 위해 절구에 재료를 넣고 찧는데
우리 선조들은 욕심 많은 인간이 그 약에 손댈 수 없도록 달에다 전설을 만들기도 했다.
구름 뒤에 숨었던 달이 튀어 나오기에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와 서성인다.
화광처럼 빛나는 달빛이 춤을 춘다.
바흐의 소나타일까, 아님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일까?
소나무 옆으로 다가가 하늘을 조용히 바라본다.
지금 내려 쏘는 달빛은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합주를 하는가 보다.
00;10
교교한 달빛 아래 달그림자가 길게 끌린다.
이렇게 친근한 달인데도 서양에서는 달을 싫어했지.
서양의 옛사람들은 보름달이 사람을 미치게 만들고, 특별한 수요일이나 금요일 밤에 보름달
빛을 받으며 잠을 자면 늑대인간이 된다는 전설을 만들고 영화도 만들었다.
또한 서양 사람들은 달을 보고 죄를 지어 달로 쫓겨난 사람의 모습을 많이 상상하였다고 하며
대체적으로 달은 정신병과 어둠, 재앙 등 부정적인 이미지와 연관 시켰다.
이는 달을 숭배한 동양과 달리 서양에서는 태양을 숭배하였기 때문이라고 학자들은 말한다.
평소보다 13%나 크다는 수퍼 문이라는데, 그냥 멍하게 달을 바라다 본다.
마음을 비우고 무념무상(無念無想)으로 달을 바라보아야 감동이 있다.
머리에 걱정을 잔뜩 집어넣고, 가슴에 한숨을 가득 넣고 바라보면 달빛도 무거울 뿐
무슨 흥(興)이 있으랴.
<두물머리 사진 출처; 사진작가 묵향>
무념무상으로 바라보니 달빛은 피안으로 다가온다.
달빛조차도 피안의 삶으로 다가오니 애써 고통(苦痛)을 창조하지 말고,
세월 내려앉은 거짓 고통은 버리자.
이 생각 저 생각에 잠은 오지 않고, 만월(滿月)은 서쪽으로 흘러간다.
2014. 9. 8. 추석날밤 달빛 아래에서
석천 흥만 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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