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느림의 미학 246 정장의 추억과 벤츠의 추억

김흥만 2017. 3. 26. 13:43


2014.  5.  20. 17;00

민이 자동차를 태워준다고 약속했기에 일찍 들어간다.

현관문을 열자 신발장 위에 큰 보따리 두 개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물어보니 재활용으로 버릴 거라고 한다.

 

분명히 이틀 전 재활용품을 다 버렸는데 버릴 게 또 남아 있었나?

고개를 갸우뚱하며 내용물을 확인하다 온몸이 감전된 듯 숨이 꽉 막힌다.

 

"내 정장 양복인데?"

은퇴 후 한 번도 입은 적이 없는 양복 정장을 버리는 거라고 설명을 한다.

 

세월이 쌓인 만큼 옷장에 내 옷이라는 더께가 쌓여 있었구나.

세탁을 해서 걸어 놓아서인지 주름 하나 없는 옷을 바라보며 마음이 착잡해진다.

 

어느새 세월이 이렇게 흘렀구나.

가족들이 보지 않는 틈을 타서 슬그머니 입어본다.

거울 앞에 양복 정장을 한 내 모습은 현역 때와 다름없이 싱싱하다.

근데 옷을 버리다니, 내 몸을 버리는 거와 같은 생각이 들며 잠시 가슴이 먹먹해진다.

 

주섬주섬 보자기에 다시 싸서 재활용품 용기에 집어넣으며 내 세월도 같이 넣는다. 

 

우리 속담에 "말이 씨가 된다."라는 말도 있지만 "한번 뒤웅박팔자는 계속 뒤웅박 팔자"라는

말도 있다.

 

대부분의 인생은 마음에 그린대로 이루어진다.

살면서 중요한 일이나 목표에 부딪치면 나는 항상 말을 먼저 내뱉는다.

'나는 할 수 있다'라고,

 

또한 주어진 목표에서 내 개인의 목포는 항상 두 배 이상으로 잡는다.

책정된 목표를 잊어 버리고 나자신에 대한 목표를 향해 차근차근 나아가면 어느새 책정된

목포를 초과달성하게 된다.

 


대부분 사람들은 인생을 살면서 본인이 그린대로, 꿈꾼 대로 이루어진다.

자기가 바라고 강렬하게 생각한 것이 현실이 되어 나타나는데 이 법칙은 무엇일까?

자연의 법칙일까, 우주의 법칙일까?

아니면 초자연적인 현상일까?

아니면 수많은 삶의 체험을 거친 절대법칙일까?

 

마음에 그린대로 이루어지는 게 바로 꿈의 실현이지.

나는 논어 제7 述而篇에서 나오는 묵이지지(默而識之)란 말을 간직하고 산다.

묵(默)은 안으로 간직하여 내놓지 않고, 속으로 깨닫고 아는 법이니 심덕(心德)을 닦고,

말없이 마음에 새겨둔다.

 

뒤웅박팔자란 입구가 좁은 뒤웅박 속에 갇히면 헤어 나오기가 어렵다 해서 쓰는 말이다.

같은 뒤웅박이라 해도 부잣집에선 쌀을 담아 두지만, 가난한 집에서는 여물을 담아 윗목의

천장이나 방문밖에 매달아 놓고 썼다.

 

따라서 어느 집에서 쓰이느냐에 따라서 뒤웅박의 쓰임새는 달라졌기에 말을 하는 거다.

 

수십만 원이나 하는 벤츠 자동차를 생애 최초로 선물을 받은 승민이는 벤츠의 추억으로

나중에 성장하면 벤츠라는 고급 승용차를 타게 되겠지만 심덕(心德)을 닦으며

어진 인성(人性)도 함께 길러야겠지.   

  

                                     2014.  5.  20.  빨간 차 벤츠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