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2. 21. 05;30
가는 겨울이 너무 아쉬운가.
겨울 눈 산으로 대표 산인 덕유산 종주를 위해 남으로 달린다.
10;00
'설천봉'에 올라서니 벌써 10시.
산속 자작나무, 참나무 위에 겨우살이가 지천이다.
대둔산 쪽 운해가 너무 신비롭다.
지리산 천왕봉도 조망되고,
오늘의 종주 방향인 무룡산, 남덕유산이 장쾌한 능선과 봉우리가 우리를 압도한다.
어제 전국적으로 눈비가 왔지만 여기 덕유산 능선엔 눈이 제법 쌓였다.
고도 1,500m 가 넘는데도 층층나무, 구상나무, 조릿대, 당단풍, 고로쇠, 자작, 거제수, 철쭉,
물푸레 등 서어나무 과가 많다.
조릿대는 복조리 등을 만들며, 고산지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무다.
어느 산에나 널려있는 편이지만 남쪽지방에서 자란 것이 약효가 높다고 한다.
이 식물이 혈압을 낮추고 열을 내리며, 위궤양, 당뇨병, 천식, 만성간염 등에 뛰어난 치료효과를
지닌 약초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어린아이들이 조릿대차를 즐겨 마시면 체질이 매우 튼튼해져서, 어른이 되어 일체 잔병치레를
하지 않게 되고, 여름철 무더위에 지쳤을 때 이 차를 마시면 더위와 갈증이 금방 풀린다.
조릿대는 당뇨병 치료에도 효험이 뛰어나다 하니, 당뇨가 있는 친구들은 관심을 가져 볼만하다.
따라서 산약초의 대가인 '최진규 선생'은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의 절반쯤은 조릿대 차만 마셔도
고칠 수 있다고 장담한다.
조릿대는 항암작용도 뛰어나서 잎과 뿌리를 달여서 먹고 위암이나 간암환자가 효험을 보였다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6~7월에 조릿대 새순을 따서 달여 먹으면 만성간염이나 만성신부전증에 좋다하니 나도 금년엔
이 차를 마셔볼까?
화류계 40년에 알콜성 지방간이 항상 있으니 없어질까?
이 자료는 '최진규 선생'의 책에서 본 기억을 적으니,
술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당뇨, 혈압이 있는 친구들은 꼭 참고하시길.
조릿대는 너무 흔해서 약초로 별로 대접을 못 받고 있지만, 가장 흔한 것이 가장 귀한 것 아닌가?
고도를 높여가며 좌우를 보니 덕유산의 명물인 구상나무가 지천이다.
고산지역으론 덕유산의 구상나무 개체수가 제일 많아 이 산의 명물이며 전에는 구상나무축제도
했다고 한다.
10;30
드디어 덕유산 정상 향적봉(1,614m)이다.
덕유산의 향적(香積)봉이라!
넉넉한 산의 향기가 쌓인 봉우리라는 이름이니 향기 향(香)자를 쓰는 산이 얼마나 될까?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돋보인다.
저 너머로 정상 바로 밑까지 올라온 스키장 리프트 터미널이 보인다.
많은 등산객들이 우려했듯이 산 한쪽이 완전히 산으로서 제 모습을 잃었다.
그러나 덕유산은 산 한쪽을 잃던 말든 개의치 않고 대자연의 신비를 오늘도 잃지 않고 있다.
어찌 보면 산은 그대로인데, 산을 접하는 우리들의 자세만 변했는지.
이런 '덕유'의 모습을 대하는 순간, 인간의 터무니없는 욕심에 가슴에 미어져 온다.
지리산 천왕봉을 가리키며 문성이의 산 설명이 진지하다.
웅장한 산군이 파노라마로 펼쳐져
가야산(35km), 지리산(58km), 황매산(45km), 운장산(34km), 대둔산(48km), 계룡산(68km)이
조망된다.
너무나 조망이 좋아 사진은 사진 모음집에 올리기로 하고, 실제 도상거리를 스케일로 측정하여
기록해 본다.
조금만 더 맑으면 100km도 조망되겠지.
'태백산 망경사'에서도 울릉도가 조망된다니, 여기서도 100km 이상이 조망되지 않을까.
향적봉을 뒤로 하고 하산을 하는데 바람이 너무 세어 마스크를 착용하고 운행을 시작한다.
주목나무의 아름다운 자태를 본다.
가던 길 멈추니 가야산, 운장산의 산군이 장엄하게 파노라마를 펼친다,
이 정도면 히말라야의 산군이 부럽지 않다.
눈꽃이 없어 아쉽지만 멀리 상고대가 보여 발걸음을 재촉한다.
문성이가 투덜댄다.
어떤 사람이 내려갈 걸 왜 올라왔느냐고 해서 죽을 걸 왜 사느냐고 했다고 한다.
우리 인간은 참으로 미련스럽다.
그 사람 말처럼 어차피 내려갈 걸.
그래도 구비 구비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 산과 인생이 아니더냐.
옛날의 버전으론 '힐러리'경의 어록에 의한 '산이 거기에 있어 올라간다.'지만,
요즘의 버전은 '내려가기 위해 올라간다.'라는 것을 모르는 인간이 문성이를 서글프게 했구나.
고사목이 너무 멋있어 잠시 쉰다.
이 구간은 눈이 제법 쌓여있다.
멋있게 서있는 구상나무를 뒤로 하고 전망대로 올라선다.
천상의 절경에서 우린 다 선인( 仙人)이 된다.
12;00
'중봉'이다.
송계삼거리가 막걸리를 기다리니 기운을 내자.
아직도 세 시간 이상 운행을 해야 하니 휴식을 하며 간식을 먹어야 체력이 생긴다.
덕유평전은 원추리, 범꼬리, 흰여로, 큰까치수염, 노루오줌, 산수국 등 야생화 보물창고인데,
한겨울의 황량함에 꽃은 보이지 않는다.
이미 남쪽엔 복수초, 변산바람꽃, 동자꽃 등이 올라오고 있다는데,
여기 나무에도 물이 오르는 것이 느껴지니 봄이 멀지 않았다.
상고대다.
봄꽃인들 이보다 화사할 수 있을까.
여름꽃인들 이보다 탐스러울 수가 있을까.
가을꽃인들 이보다 가냘플 수가 있을까.
상고대가 순백의 세계를 펼치고 있다.
상고대가 나를 감탄케 하고 들뜨게 하니 혹시 떨어뜨릴세라 조심조심 접근을 한다.
13;30
동엽령 쉼터가 나온다.
문성이는 이곳이 비박자리로 최고라고 설명을 한다.
봉길이 회장이 짊어지고 온 장수막걸리가 9병이다.
약 7리터가 넘고 무게로선 상상이 안 간다.
회장의 막중한 책임으로 친구들의 먹을 간식과 막걸리를 챙겨 오니 항상 감사하고, 그 힘에
경탄한다.
익선이가 가져온 빈대떡, 내가 싸온 찹쌀떡, 희천이의 육포, 봉길 회장의 골뱅이무침 등
산에서 진수성찬이다.
아직도 고도 1,250m인데 계속 내리막길이니 열심히 먹어두자.
익선이 찹쌀떡을 입에 물고 섹시한 가슴 털을 보이며, 별표를 조개표로 바꾸라고 해
배꼽을 쥐게 만든다.
'히말라야 트래킹' 제안을 하니 전원이 다 찬성을 한다.
이제부턴 계단 및 질퍽대는 길, 너덜지대, 계류 등이 적당히 섞여진 내리막길이다.
아직도 두 시간을 더 내려가야 하니 고달프다.
15;30
칠연폭포 삼거리가 나온다.
'블랙호크 다운'이 아니고 '희천이 다운'이다.
아직도 하산을 끝내려면 30여 분이 남았다.
오랜만에 보는 소나무 군락지다.
산딸나무도 보이고, 귀한 노각나무도 보인다.
여섯 시간에 걸친 등산을 끝내고 분당 식당으로 향한다.
2009. 2. 21. 덕유산 종주를 끝내고
석천 흥만 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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