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4.
오늘은 '칠보산' 산행이다.
충청도엔 대설주의보가 내렸으니 눈이 많이 쌓였을까?
간밤에 많이 마신 막걸리로 숙취가 심하지만,
중부고속~영동고속~내륙고속~연풍IC에서 빠져 충북 괴산 '칠보산'으로 향한다.
숙취로 칠보산이 힘드니, 각연사를 들렸다 악희봉으로 등산하기로 결정을 하고,
각연사 입구에서 물맛이 기막힌 약수 한 잔으로 숙취를 해소한다.
신라 법흥왕 때 창건된 각연사 대웅전(大雄殿)은 무려 1,000여 년 세월이 지났는데도
고색창연하다.
대웅전이라, 큰 수컷 아니 깨달은 큰 인물을 모신 곳이라,
건물의 격(格)은 <전, 당 , 합 , 각, 재, 헌, 루, 정>의 순서인데 대웅전의 격은 그 중에서 제일 크다.
법고와 범종 뒤로 '보배산(772m')이 우뚝 솟아있다.
비로전에서 스님의 독경소리를 들으며 '보리자나무' 아래에 선다.
보리수는 약 3m 정도 크는데 이 나무는 20m가 넘는다.
'슈베르트 가곡'에서 나오는 '보리수'?
이 나무는 보리수가 아니라, 바둑판을 만들기 좋은 피나무 종류 중 하나인 '보리자나무'이다.
우리말로 옮기면서 불교의 보리수와 혼동하여 잘못 옮겼다 하며,
즉 불교와 절에서 불리어지는 보리수나무는 '보리자나무'로서 보통 10m 이상 큰다.
석가가 그 나무 밑에서 해탈하였다 하여 절에서 많이 심고 있는데,
실제로 석가와 관련된 보리수는 인도의 가야산에서 자라는 '보오나무'가 맞다.
등산로로 접어드니 험하고 위험한 구간이라 입산금지가 되어 있고, 적발시 벌금 50만 원이라,
당초 계획대로 쌍곡으로 해서 칠보산 산행을 강행하기로 한다.
11;00
쌍곡 떡바위에 도착하니 벌써 11시가 가깝다.
계류를 건너 천천히 고도를 올린다.
전날 과음으로 가슴이 답답하다.
등산로는 전형적인 육산으로 낙엽 쌓인 길이 푹신하다.
미래에 우리나라 나무를 대표할 서어 과 나무인 '물푸레나무'의 무늬가 인상적이다.
가지를 꺾어 물에 담그면 물이 약간 푸르게 변하며, 수맥에 민감하여 물을 찾아주는 역할도 한다.
고도를 올리는 중 멋진 갓바위가 나온다.
드디어 '청석고개'이다.
여기서부터는 눈이 녹지 않고 쌓여있다.
정상까지는 0.6km.
이제부터는 좀 더 힘을 내야하는 구간이다.
'칠보산(778m)'은 백두대간 상에 있는 악희봉에서 괴산군 칠성면과 장연면을 가르면서
서쪽으로 지능에 솟아 있는 암산이다.
정상에서 남서로 뻗은 능선 상에는 9개의 암봉이 절벽을 이루면서 솟아있고, 바위틈새를 비집고
자라난 노송과 어우러져 산의 풍광이 뛰어나다.
장성봉과 군자산. 보배산. 속리산. 구병산 등을 건너다 보는 조망이 뛰어나며,
정상에서 동쪽으로 이어진 주능선은 굴곡이 심한 암릉지대로 밧줄이 곳곳에 설치되고,
직벽에 가까운 철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방심할 수가 없다.
'사량도 지리산' 암릉의 난이도와 비슷하다.
칠보산은 우리나라에 4군데가 있는데 경북 영덕, 전라도 정읍, 북한에 있고, 오늘 온 곳이
가장 아름답다.
괴산군청에서 펴낸 책에 의하면, 옛날에는 칠보산을 봉우리가 일곱 개라 해서 칠봉산이라고
했다는데, 실제론 봉우리가 열다섯 개이다.
남서로 흐르는 쌍곡계곡에는 '쌍곡구곡'의 명소가 있는데,
이 아름다운 아홉 명소는
제1곡 호롱수, 제2곡 소금강, 제3곡 떡바위, 제4곡 문수암, 제5곡 쌍벽, 제6곡 용소, 제7곡
쌍곡폭포, 제8곡 선녀탕, 제9곡 장암으로 옛날부터 이름난 곳이다.
명승 쌍곡구곡을 빚어놓은 주역은 계곡 주변의 산들이며,
이 산들 중에서도 잘 알려진 군자산(948m), 남군자산(830m), 칠보산(778m) 등이 있다.
계곡에는 우암 '송시열'이 머물렀다는 서당말도 있고, 북쪽 율원리에는 원효대사가 수도했다는
원효굴도 있다.
원효대사는 소요산에도 많은 발자취를 남겼는데, 여기에도 영역표시를 했다.
청석고개에서 북쪽으로 아까 들렸던 '각연사'가 보이며 서쪽으론 보배산이 조망된다.
눈이 쌓였어도 별로 미끄럽지 않아 아이젠은 착용하지 않는다.
눈꽃이 만발하니 너무 아름답다.
열두 시가 넘으며 허기가 지기에 가져온 간식을 먹는다.
정상 부근의 설화를 바라보며 세속의 때를 벗겨 볼까?
759고지의 눈꽃이 대단하다.
어라!
이게 무슨 바위지?
발견한 태영이가 자세히 보고 설명을 해준다.
여성의 성기를 닮은 바위라며, 스쳐 지나면서 자세히도 봤다.
정말 거시기를 연상시키는 바위이다.
한 발짝만 벗어나면 천 길 낭떠러지인데, 아래를 내려다보니 오금이 저릴 정도로 겁이 난다.
계속되는 눈꽃에 감탄을 한다.
이보다 더 화려한 꽃이 있을까?
이보다 더 청순한 꽃이 있을까?
이보다 더 순결한 꽃이 있을까?
눈꽃을 보니 가슴이 두근거리기까지 한다.
약 두 시간 정도 걸려 정상에 오른다.
기암절벽에 낙락장송이 어우러져 있고, 암봉과 높은 벼랑이 있으니 시야가 열려 가슴이
시원해지며 거칠 것이 없는 조망이 일품이다.
거기에 멋진 소나무가 운치를 더하니, 주위 경관을 감상하며 '호연지기'를 기른다.
너른 마당바위에 자리를 펴고 정상주를 한잔한다.
오늘은 5명에 막걸리가 5통이니, 각 1병씩 마시면 된다.
추억의 과자 크라운산도를 인원수대로 가져오면 봉길이 잔소리하니 아예 한 상자를
메고 왔다.
멀리 백두대간의 거산(巨山)인 속리산, 구병산 등이 조망된다.
속리산은 사화와 설화의 보물창고이다.
검정개 '뭉치'가 다른 등산객을 따라 올라왔다.
빵을 몇 개 주니 아예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다.
뭉치는 등산을 잘하기로 소문이 난 '절말'의 유명한 개라고 한다.
암튼 이 놈 때문에 하산 길 내내 즐겁다.
거의 직벽에 가까운 사다리계단도 능숙하게 내려가고, 먼저 가서 기다리다 되돌아오기도 하고,
정말 영리하다.
목욕만 시키면 아주 예쁠 텐데, 여의도에 있는 국회의원 놈들 보다도 훨씬 똑똑하다.
뭉치는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고, 여의도 국회의원 놈들은 혐오감만 주니 말이다.
멀리 '희양산'이 조망된다.
희양산은 충북 괴산과 문경시에 걸쳐있는 산으로 높이는 999m로 울진의 응봉산과 같으며,
동, 서, 남 3면이 화강암 암벽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돌산이다.
암봉들이 열두 판 꽃잎처럼 펼쳐져 있으며, 그 중심에 '봉암사'라는 절이 있는데,
평소에는 일반인 출입금지이며, 일 년에 단 한번 석가탄신일에만 개방한다고 한다.
하산 길이다.
군데군데 세미클라이밍을 해야 하는 위험구간이다.
하산 길이 4.2km인데 편안한 길도 나오겠지.
허지만 철 계단 오름길에 이어 다시 직벽에 가까운 사다리 계단에 마당바위까지는 안심을 못한다.
험한 길을 한 시간 정도 내려오니 편안한 능선길이다.
'뭉치'란 놈은 잘도 간다.
중간중간에 장난도 치며 똑똑한 강아지이다.
계곡길을 천천히 내려오니 '쌍곡폭포'와 관리소가 나온다.
아직도 2.4km가 남았다.
계곡길은 위험한 구간이 없으며 계속 이어지는 소나무 숲길이다.
전국의 산을 다녔어도 이렇게 많이 소나무 군락을 이룬 곳은 처음 본다.
계곡의 맑은 물을 보니 봄이 바로 다가온 느낌이다.
물고기들도 보이고, 중태미인가 꺽지인지 잘 모르겠다.
주변에 조릿대가 지천이다
6~7월경 새순이 나오면 이 이파리를 따 달여 먹으면 당뇨, 혈압에 좋다고 하니
관심을 가져보길 바란다.
동네가 보이니 '뭉치'가 쏜살같이 달려가 자취를 감춘다.
제집에 찾아간 모양이다.
우리가 저 산릉을 넘어서 왔다고?
꿈만 같은 산행이다.
산행지의 종점은 '절말'이다.
절말이란 절이 있는 마을을 말하는데 여기 절말엔 절이 없다.
옛날 어느 스님이 절말에 절을 지으려고 공사를 시작한다.
공사장에는 대패밥 등 나무부스러기가 쌓여야 정상인데, 밤이 지나 아침에 보면 나무부스러기들이
모두 없어져 보이지 않는 일이 되풀이되자, 스님은 밤에 숨어서 지켜보았다.
밤중이 되자, 수많은 까치들이 날아와 나무부스러기들을 물고 칠보산을 넘어가기에 뒤쫓아 가보니
까치들은 물고 온 것들을 지금의 각연사 자리에 있던 연못에 떨어뜨려 연못을 메우려 했다.
스님이 연못을 살펴보니 석불이 보여 그 연못을 메우고 각연사를 짓고, 그 석불을 모셨다 하는데
그 석불이 현재 각연사에 모셔져 있는 보물 제433호 '석조비로자불좌상'이라 한다.
칠성면 길가 식당에 들어가 올갱이 해장국을 먹는데 밥을 한 그릇 반을 먹는다.
이렇게 많이 먹어 본 기억이 없다.
봉길이 두 그릇이고, 다들 한 그릇 반 이상 먹고, 국물까지 다 마신다..
괴산((槐山)은 느티나무 괴(槐) 또는 회화나무 괴자를 써 느티나무가 많은 곳으로만 알았는데,
실제로 와보니 기막힌 명산과 기암괴석, 토종 소나무로 어우러진 멋진 동네이다.
칠보산(七寶山)이라!
불경인 무량수경과 법화경에 나오고, 전륜성왕이 가지고 있었다는 일곱 가지 보배가 있는 산이라고
하는데, 난 아무 것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좋은 공기, 기막힌 바람, 눈의 향연, 너무나 멋진 암릉, 수량이 풍부한 쌍폭. 군락을 이룬 토종소나무, 등산객을 따라 정상까지 올라 온 강아지 뭉치 등이 바로 이 '칠보'에 해당되지 않을까?
2009. 3. 4. 칠보산 등산을 마치고
석천 흥만 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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