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느림의 미학 639 욕(辱)

김흥만 2021. 7. 28. 08:23

2021.  7.  28.

휴! 덥다.

더워도 이만저만 더운 게 아니다.

수은주는 영상 38도까지 올라갔고 습도가 높아 숨이 막힌다.

 

다한증(多汗症)이 있는 몸이라 요즘같은 무더위는 참기 힘들다.

지난겨울 영하 26도까지 떨어졌었는데 요즘 영상 38도를 넘나드는

날씨니 겨울대비 무려 64도나 온도차이가 난다.

 

선풍기는 내 몸에서 2m이상 떨어지지 않았는데 시원한 바람은커녕

습한 바람을 내보내기에 에어컨을 켤까 리모컨을 만지작거린다.

 

재산세가 60%나 올랐는데 이달의 전기료는 얼마나 더 나올까,

머리가 지근거리며 나도 모르게 입에서 욕설(辱說)을 내뱉는다.

 

TV를 켜도 시원한 장면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올림픽 소식이 궁금해 중계 채널을 열면 우리 팀이 이기는 경기는 볼 수가

없고 매번 지는 경기만 나온다.

 

내 주치의는 운동경기를 볼 때 이기는 경기만 보라고 했는데,

살아가며 이기는 게임만 할 수 없고 이기는 게임만 볼 수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종편 채널로 돌리니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과 집권여당 사람들이 나오기에

서둘러 스위치를 끈다.

 

사람이 사람을 미워해서는 안 된다며 기독교에서는 사랑을 전파하고

불교에서는 자비를 주창(主唱)하는데

종교에서 아무리 떠들어도 저 사람들만 보면 저절로 욕(辱)이 나온다.

 

대통령의 암울(暗鬱)한 모습,

장관과 집권여당의 내로남불과 자화자찬하는 모습을 보면,

누가 암군(暗君)인지 또 누가 오군(誤君), 기군(欺君)인지 금세 판단을 할 수 

있다.

 

청해부대원 301명중 90%가 넘는 장병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어

배를 버리고 퇴선 하였는데도 임무에 성공하였다는 국방장관,

감염된 부대원을 이송하는 작전명을 '오아시스'라고 군사기밀을 노출하는 장군,

대통령이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비행기 두 대 파견"을 지시했다는 수석비서관의

문비어천가,

 

댓글 조작사건으로 구속되면서도 "진실이 바뀔 수 없다"는 경남지사의 궤변,

뇌물을 받고 구속되면서 "사법 정의가 이 땅에서 죽었기 때문에 상복을 입고

오른손엔 성경, 왼손엔 백합꽃을 들고 역사와 양심의 법정에선 무죄"라고

하는 전 여성 국무총리의 뻔뻔함,

 

자녀 입시 비리, 펀드 투자, 뇌물 수수, 감찰 무마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으면서

300번 이상 법정 증언을 거부한 전 법무장관 등이 설치는 나라,

 

작은 양심이라도 남아있는 사람은 고개를 숙이고 달게 벌을 받겠다며 수감장소로 

들어가는데,

이들 진보 쪽 사람들은 수년간 머리 좋은 검사 판사들이 법에 의한 증거와 증언을

가지고 내린 신중한 판결과 진실을 모독하며 감옥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대통령이 내로남불로 암군(暗君)이 된지 오래되었고,

대통령의 주변엔 임금을 잘못 이끄는 오군(誤君)과 임금을 속이는 기군(欺君)이

판치는 나라에 사는 내가 이 대목에서 욕이 안 나오면 오히려 이상하지 않은가.

 

얼마 전 친구가 올린 글에서 인생 십치(十恥)를 읽으며 메모를 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을 속이는 사치(詐恥),

입을 함부로 놀려 남에게 욕을 먹는 구치(口恥),

지키지도 못하는 약속을 남발하는 남치(濫恥),

오만한 갑질로 세상의 빈축을 사는 오치(傲恥),

부정을 통해 남의 자리를 빼앗는 탈치(奪恥),

 

욕정을 참지 못해 불륜을 범하는 간치(姦恥),

어린 자식을 학대하고 방치하는 학치(虐恥),

나이 든 부모를 팽개치고 돌보지 않는 패치(悖恥),

남의 이목 때문에 가식적인 행동을 하는 가치(假恥),

아집에 사로잡혀 세상을 무시하다 세상의 모든 비난을 자초하는

부끄러움을 말하는 극치(極恥) 등을 인생 십치라 하는데 이들에겐 얼마나 해당될까.

 

아! 정말 욕이 나온다.

욕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남의 인격을 무시하는 모욕적인 말"을 뜻한다.

 

아기가 처음 말을 배울 때 맘마, 찌찌, 엄마 등을 배우고,

유치원 등 사회생활을 하면서 욕(辱)부터 먼저 배우는 게 정확한 현실이다.

 

나는 언제부터 욕을 하기 시작했을까,

우리가 평소 쓰는 욕으로

[닝기미, 좆됐다, 좆까, 십탱구리, 제기랄, 젠장, 개새끼, 씨팔, 염병할 년, 잡놈,

개잡년, 빌어먹을 놈, 배라먹을 년, 호랑당말코, 호로새끼, 육시랄년] 등이

있는데,

 

이밖에도 예전 지하철에서 인기를 끌던 무가지(無價紙)의 주인공인 '무대리'가

남발하던 욕 '닝기리조또'가 생각난다.

 

(辱)을 쓰면서 땀이 줄줄 흐른다.

간신(奸臣)들로 인해 무더위가 더 심해지고 어떠한 망서지방(忘暑之方)도 통하지

않기에 에어컨 리모컨을 누른다.

 

누군가는 말한다.

마음이 잔잔하면 말도 잔잔하고,

마음이 거칠면 마음도 거칠어지며,

마음이 부드러우면 말도 부드럽고,

마음이 차가우면 말도 차갑다고 말이다.

 

따라서 좋은 말을 하기 위해 좋은 생각을 품으면,

좋은 생각이 좋은 말을 하게하고 좋은 말이 좋은 그림을 그리게 한다는 평범한

진리가 오늘따라 마음에 와 닿기에 욕을 멈추고 가슴과 머리속을 좋은 생각으로

채운다.

 

생각을 바꾸니 흐르던 땀이 줄기 시작하고, 

아래층 돌이 채 지나지 않은 쌍둥이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지금 들리는 아기들 울음소리가 이 세상에서 그 어떤 천상의 소리보다

아름답게 들리니 욕을 멈추고 좋은 생각으로 바꾼 덕분이지도 모르겠다.

 

오늘부터는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가 비록 지더라도

그동안 땀을 흘리며 최선을 다한 수고로움에 위로와 격려를 하고 흘리는 눈물을

감싸주련다.  

 

                                   2021.  7.  28.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