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느림의 미학 768 새 친구 '꾸지'를 만나다.

김흥만 2023. 9. 15. 17:31

2023.  9.  15.  05;10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아 우화(雨靴)를

꺼내 신고 우산을 챙긴다.

 

매일 1분씩 늦게 꺼지는 가로등이라 오늘은 5시 48분에

꺼지겠다.

가로등이 꺼지기 전에 목표지점까지 다녀오리라 마음을

먹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빗줄기가 조금씩 더 굵어지며 우산에 떨어지는 소리가

나무를 때리는 빗소리와 합쳐 하모니(harmony)를 이룬다.

 

오늘은 비 형태가 조금 특이하다.

이렇게 산기슭 여기저기를 옮겨 다니며 산자락을 때리는

소나기를 '산돌림'이라 했던가.

 

우리 조상들은 소낙비 가지고도 여러 의미를 부여하고

멋진 이름을 지었음에 탄복을 한다.

 

어라 이 나무가 무슨 나무지?

어둠 속에 뽕나무과의 '꾸지나무'가 보인다.

이곳을 숱하게 지나다녔어도 보지 못하였는데 오늘 처음

꾸지나무를 발견한 거다.

 

꾸지나무가 너무 어려서인지 9~10월에 성숙한다는 빨간

열매는 보이지 않는다.

 

뽕나무과의 닥나무 속으로 나무껍질은 각종 한지원료로 이용

한다는데 꾸지나무를 보며 숱한 세월 산에서 너무 위주로만

관찰을 했나 보다라는 생각이 든다.

 

학문적으로 식물을 분류할 때 [계~ 문~ 강~목~과~속~종]

으로 구분한다.

 

꾸지나무는 같은 뽕나무과지만 속은 '닥나무 속'으로

'꾸지뽕나무 속'에 속한 꾸지뽕나무 잎사귀와는 모양이 조금

다르다.

                                <   꾸지나무   >

 

꾸지나무를 어떻게 알았느냐고?

산야(山野)에서 꽃과 나무, 이름 모를 풀과 친구 한 지 많은

세월이 지났어도 아직 모르는 거 투성이다.

 

누구든 산과 들에 자라는 수천수백 가지 꽃과 나무를 다

알 수 없을 거고 나 또한 예외가 아니다.

 

나는 수백 종류의 꽃과 나무 사진이 실린 식물도감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예습은 물론 산에 다녀와서 복습을 즐긴다.

 

계절별로 구분한 식물도감(植物圖鑑)을 수시로 펴고 꽃과

나무사진을 보며 눈과 머리에 담고 산에 오르면 웬만한 꽃과

나무는 처음 보더라도 금세 알아볼 수가 있다.

 

예습과 복습이라,

학창시절에는 게을리했었는데 나이 들어 예습과 복습을 하며

우습다는 생각이 가끔 들기도 한다.

 

11월이면 대입 수학능력 평가고시가 있다.

만점자나 전국 1등을 한 학생이 매스컴에서 인터뷰를 할 때,

사람이 달라졌는데도 매년 앵무새처럼 똑같은 이야기를 한다.

 

그들은 학원이나 과외수업은 받지를 않았고,

먹을 거 다 먹고, 잠잘 거 다 자면서 공부를 했으며,

교과서와 학교 수업을 위주로 예습, 복습을 철저히 했다고

천편일률(千篇一律)적인 모범답변을 내놓는다.

 

그렇다면 나는 나무와 꽃에 대해 어떻게 예습, 복습을 할까,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편하게 식물도감을 편다.

 

다행히 아직 기억력은 좋은 편이라,

애써 외우려 하지 않고 눈에 익숙해질 때까지 여러 번 보는데

의외로 효과가 좋다.

                              <   청가시덩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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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가시덩굴'도 보인다.

'청미래덩굴'과 잎사귀는 매우 비슷해 구분하기 애매하지만

열매는 다르다.

 

청가시덩굴 열매는 쥐똥나무 열매와 비슷한 검은색이고,

청미래덩굴의 열매는 빨갛다.

 

나는 식물의 이름을 표기할 때 가끔 넝쿨과 덩굴을 뒤바꿔

쓰기도 하는데

넝쿨과 덩굴 중 어느 게 바른 표현일까.

 

어느 책에는 둘 다 바른 표현이라 했고,

확실히 알고자 동아출판사에서 1989년 발간한 '새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넝쿨은 명사로 설명이 없고 덩굴로 검색하라 나온다.

 

사전에서 '덩굴이란 길게 뻗어 바닥으로 퍼지거나, 다른 것을

감아서 올라가는 식물의 줄기를 뜻한다'라고 분명하게 설명을

했다.

 

덩굴이 표준어, 넝쿨은 비표준어로 규정하고 있다는 다른

표준어 자료도 있으니 '덩굴'로 일원화 시켜야겠다.

 

세차게 내리던 빗줄기가 조금씩 잦아든다.

다음에는 어떤 새로운 친구를 만날 수 있을까.

 

숲에서 무성하게 자라는 잡초라도 좋다.

이름을 모르면 이름을 알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자연에서 자연을 알아간다는 것은 인생에서 나 자신을

알아가는 것이기도 하다.

 

빗속에서 새로 만난 꾸지나무와 대화를 하며 이 글을 어떻게

쓸 것인가 곰곰이 생각을 하며 하산을 한다.

 

                         2023.   9.  15.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