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느림의 미학 765 환삼의 변신

김흥만 2023. 9. 2. 19:48

2023.  9.  2.  05;30

9월이 되자 새벽공기는 사뭇 달라졌다.

19도까지 떨어진 기온은 새벽공기를 제법 쌀쌀하게 만들어

등산용 조끼를 걸치게 한다.

 

맹위를 떨치던 더위, 물러나지 않는 폭염에 지쳤던 8월이

지나고 9월이 되자 폭염은 나한테 '돌발성 난청'이라는 병만

남긴 채 간다는 인사도 하지 않고 사라졌다.

 

매미도 울지 않는 새벽,

거미만 사냥용 그물을 치느라 어둠 속에서 부산하고,

14년 후에나 다시 찾아온다는 슈퍼 블루문이 교교하게 빛난다.

 

모처럼 카메라를 들고 나왔다.

가로등 꺼진 어두운 산길에서 내가 무엇을 찾을 수 있을까.

 

스마트폰의 플래시 기능을 켜자 불빛 범위 내에 든 식물이

보이기 시작한다.

 

제일 먼저 '환삼덩굴'이 눈에 띈다.

논두렁 밭두렁과 산길에서 칡넝쿨과 함께 무한대로 공간을

잡아먹고 뭇 식물들을 괴롭히기에 농부들이 지긋지긋하게

싫어하는 환삼덩굴이 사방에 뒤엉켜 세력을 넓히는 중이다.

 

농부들은 환삼덩굴과 칡덩굴, 바랭이, 쇠비름, 가막사리 등

농사에 방해되는 식물은 잡초라 하며 보이는 대로 제거를

했기에 환삼덩굴은 이렇게 산길에서나 겨우 존재를 과시한다.

 

환삼은 삼(蔘)과 식물이다.

맥주의 '홉'과 같은 속(束)이라 맥주를 빚을 수도 있다.

 

베를 짜는 마(麻, 포布), 대마초(大麻草)와 아주 비슷하게

생겼는데,

대마초는 잎이 조금 좁고 잔가시가 없어 부드러운 반면

환삼은 억센 잔가시가 많아 구별하기가 쉽다.

 

칡처럼 번식력이 매우 강해 덩굴로 주변 식물에게 뻗어 죽게

만들며, 잔가시가 유별나게 발달해 맨손으로 처리하기는

어렵고 장갑을 끼어야 처리하기가 용이하다.

 

덩굴 식물이라서 낫이 빠르게 무뎌지고,

예초기도 쉽게 엉키게 만드는 환삼은 2019년부터 생태계

교란식물로 지정이 되었다.

 

물론 한의학에서는 율초(葎草)로 부르면서 풀 전체를 혈압을

낮추는 약재로,

열매는 이뇨작용에 좋은 약재로 쓰기도 한다.

 

생태계교란 생물로 지정되어 설움을 받던 중,

최근 환삼덩굴에서 탈모방지에 효과가 있는 성분이 발견되었고,

 

성분추출을 하여 샴푸를 비롯한 여러 탈모 방지용 제품이

개발되고 있다니 천덕꾸러기 신세에서 대접을 받는 신세로 

변신한 셈이다.

 

06;00

예전 이곳에 수염이나 머리를 검게 염색할 때 쓰던 '한련초

(旱蓮草)'가 많이 있었기에 지금 찾아보니 다 사라졌다.

 

어떤 사람이 이 근처에서 한련초를 채취하기에 유심히 지켜

보았는데 그 사람이 한련초를 멸종시킨 모양이다.

 

06;10

뽕나무과의 어린 '꾸지나무'도 보인다.

 

나무껍질은 각종 한지원료로 이용되는데,

딸기 같은 열매가 가지마다 붉은색으로 열려 아름답기도

하지만 열매의 맛이 달콤해 맛이 좋다고 알려졌다.

 

삼(蔘)과 식물 중,

봄이면 사포닌 성분이 많아 태자삼(太子蔘)으로 불리는

'개별꽃'을 만났고,

초여름엔 봉황삼(鳳凰蔘)으로 불리는 '백선'을 이곳에서 만났다.

 

맛이 몹시 써 지삼 또는 고삼(苦蔘)으로 불리는 녀석도 이곳에서

만났는데,

고삼이 얼마나 독했으면 줄기나 잎을 달여 살충제로 썼고,

변소에 넣어 두면 구더기가 생기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고향친구 덕분에 검단산에서 산삼(山蔘) 맛도 보았다.

산에서 삼(蔘)의 종류 중 산삼, 태자삼, 봉황삼, 고삼 등 꽤 많은

녀석을 만나는 행운을 누렸으니 이만하면 행복한 인생이 아닌가.

 

                            2023.  9.  2.  새벽 앞산에서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