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느림의 미학 820 전환반응

김흥만 2024. 6. 29. 20:43

2024.  6.  29.  10;00

"내가 요즘 몸이 안 좋아"라고 말하면 그 이야기를 듣는

친구나 지인이 "나도 아파~" 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느라 아프다고 말한 상대방의 말을 듣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럴 때 "어디가 안 좋아?"라고 물으며 상대의 마음을

알아주고 공감대를 형성하면 좋은데 상대의 이야기를

자신의 스토리로 바꿔 버리는 식의 대화는 금세 서로를

지치게 한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말수가 점점 적어진다.

말이 적어지는 건 말을 못 해서가 아니고 말상대가

점점 없어지기 때문이다.

 

몸이 건강해도 말 상대가 점점 줄어드는데,

아파도 말을 못 하고 혼자서만 속앓이를 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게 현실이다.

 

자주는 아니지만 병석에 있거나 건강이 좋지 않은

친구들이랑 가끔 통화를 한다.

 

의사들은 원격진료를 반대한다.

그들은 환자를 대면하고 문진, 촉진, 청진, 각종 검사

등을 통해 병을 정확히 알아내고 적절한 치료와 처방을 

한다.

 

나는 의사가 아니다.

그러나 친구들의 목소리를 들으면 건강상태에 대해

대충 감이 온다.

 

간혹 어둡고 침울한 목소리, 절망에 빠진 목소리,

탁한 목소리가 들리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을 정도로

놀라기도 지만 한결 밝아진 목소리가 들리면 기분이

다.

 

작년에 겪었던 '돌발성 난청'이 정상으로 회복된 후

청각이 다시 예민해졌고 나름대로 판단이 서는 거다.

 

남자들은 남자라는 이유로, 가장이라는 이유로

아파도 아프다 말을 못 하고 그냥 견디는 경우가 많다.

 

겉으로 표시 내지 않으려 참고 또 참고, 스스로 

아픔을 감내(堪耐)하는 과정이 얼마나 힘든지

경험자들은 안다.

 

때로는 대화만 하면 피곤한 사람이 있다.

대화를 할 때 서로의 공감은 무시하고 자신의 얘기를

하느라 상대의 말을 듣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상대의 이야기를 자신의 스토리로 바꿔버리는 식의

대화는 금세 서로를 지치게 하는데 심리학에서는

이를 '전환반응'이라고 한다.

 

친하면 친할수록 '전환반응'을 자제하여야 한다.

아픈 사람은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조금의 위로를 받기 때문이다.

 

대화 중 잘못된 정보가 있어도, 중간에 말을 자르지

않고 끝까지 들어주고 하고 싶은 말은 나중에 하면

된다.

 

상대방의 말을 충분히 듣기 위해선 적당한 침묵과

상대의 말을 받아들이는 긍정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내가 어떤 말을 했는지는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

말없이 친구의 말을 그저 들어만 줘도 그 친구는

고마워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들어주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해지면 상대도

침묵에 스며든 내 마음을 알게 된다.

즉 말을 잘 들어주는 게 말을 잘하는 것이 아닌가.

                

작년 여름 '서울 사이버대 심리학과 학위 과정'에 지원

하면서 잠시 심리학에 관심을 가졌고, 만학도(晩學徒)로

합격통지를 받았다.

 

막상 등록을 하려니 머리는 자신 있지만 지금 내 눈의

컨디션으로는 전문서적, 컴퓨터와 4년간을 씨름할 

자신이 없어 등록을 포기하였고,

그때 읽은 책의 일부 내용이 '전환반응'이었다.

 

                    2024.  6.  29.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