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느림의 미학 827 무리

김흥만 2024. 8. 2. 17:03

2024.  8.  2.

지난봄 황산 숲길에 무리 지어 탄생한 관중(貫衆)이 

어느새 많이 자랐다.

 

여러해살이풀 양치식물로 키는 1m가량 자라는데,

식물 이름에 특이하게 꿸 관(貫), 무리 중(衆) 자를 썼다.

 

인제 방태산(1,444m)을 오를 때 2단 폭포를 지나면

삼거리가 나온다.

 

좌측으로는 매봉령(1,213m)과 구룡덕봉(1,389m)을

거쳐 정상인 주억봉(1,444m)에 오르고,

오른쪽으로는 바로 주억봉으로 오르는 지당골이

나오는데 지당골은 관중(貫衆)이 숲을 이룬다.

 

지당골은 관중과 공작고사리, 미역고사리, 일색고사리,

검정개관중이 정글을 이루고 있어 영화 '아바타'의 배경

보다 더 멋졌던 풍경이 생각난다.

 

무리를 지어 핀다는 뜻을 가진 분홍색 '무릇'을

작년에는 이 근처에서 찍었는데 요즘엔 통 보이지

않는다.

 

식물이름에 대해 관심을 갖다 보면 특이한 이름을

볼 수 있다.

그중 꽃이 무리를 지어 피기에 '무릇'이라는

이름을 붙인 무릇, 꽃무릇, 중의무릇 등이 있다.

 

작으면 소이 즉 '쇠' 또는 '왜'자를 붙이고,

조금 부족하다 싶으면 '개'자를 붙이고,

물가에서 잘 자라면 '물'자를 붙이고,

돌틈에서 잘 자라면 '돌'자를 붙이기도 한다.

 

이밖에도 청색과 보라색이 많이 섞인 '냉초',

보라색이 강한 '긴산꼬리풀',

하얀색이 강해 백두옹(白頭翁)으로 불리는 '삼백초',

노랗게 피는 '짚신나물' 등이 무리를 지어 피며,

 

잎이 먼저 나고 나중에 꽃이 피는 수선화 종류인 '상사화'와

꽃이 먼저 피고 잎이 나중에 나는 '꽃무릇'도 무리 지어

핀다.

 

양치류 식물인 관중(貫衆)을 바라보다 요즘 프랑스

파리에서 한창 진행하는 하계 올림픽이 생각난다.

                         <   배롱나무꽃   >

 

마음 조리며 보던 양궁 남녀 단체전, 펜싱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는데,

단체전은 '무리'가 함께 떼로 경기를 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언제부터 이렇게 잘 뭉쳤던가.

서로 믿고, 끌어주고, 밀어주고 마침내 금메달을 따는

장면을 바라보며 진한 감동을 받는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했다."

 

화살 한두 개는 쉽게 꺾이지만 여러 개를 묶어 놓으면

꺾기 힘들다는 뜻의 절전지훈(折箭之訓)이라는

사자성어도 있다.

 

예전엔 우리나라 국민성이 개인은 강한데 단체는

단합하지 않아 약하다 했고,

반면에 일본사람들은 단합을 잘해 단체가 강하다고

했다.

 

어느 학자는 한국사람의 국민성을 모래알이라 혹평

하기도 했는데 이는 잘못된 사고방식으로 모래알이

뭉치면 얼마나 단단한지 모르는 사람의 넋두리에

불과하다.

 

실제로 모래를 담은 컵에 나무 막대기를 꽂고 흔들면

모래알끼리 서로 뭉치고 모이고 끌어당기는 응집력

(凝集力)에 의해 막대기는 쉽게 뽑히지 않는다.

 

고사성어에 사상누각(沙上樓閣)이라는 말도 있다.

모래 위에 집을 지으면 기초가 튼튼하지 못하여 오래

가지 못할 일이나 사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인데,

이 고사성어 또한 틀린 말이다.

 

잠실 모래밭에 지은 아파트나,

삼성물산에서 지은 UAE 두바이의 높이 828m 빌딩인

'칼리파'는 사막에 지었어도 규모 7 정도의 지진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하다고 한다.

 

오늘 아침 조간신문은 세계은행 보고서를 톱기사로

썼다.

'한국은 중진국을 벗어난 성장 슈퍼스타로

<한국이 25년 동안 달성한 성과는 중진국이 50년 만에

이뤄도 기적>이라고 극찬을 한 기사를 읽었다.

 

투자(investment), 기술(infusion), 혁신(innovation),

즉 3i 전략을 모범적으로 적용하였으며, 외환 위기가

전화위복이 되었다며 한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오늘은 어떤 선수들이 무리로 똘똘 뭉쳐 값진 승리를

따내고 국민들을 시원하게 해 줄지 기대되는 날이다.

 

                       2024.  8.  2.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