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느림의 미학 871 소천(召天), 하늘이 부르다.

김흥만 2025. 2. 20. 17:50

2025.  2.  20.  17;00

심장 정기검진일이다.

채혈과 심전도 검사 후 차트(chart)를 체크

하던 주치의는 심장이 아주 건강한 심장

이라고 한다.

 

건강하다?

그렇다면 앞으로 심장을 검진하지 않아도

되는 게 아닌가.

그런 이야기를 내심 기대하였는데 4개월 후

보자고 한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들리기 싫은 곳이 몇 곳

있다.

바로 경찰서와 병원이 아닌가.

 

한번 다니기 시작하면 죽을 때까지

다녀야 하는 곳이 바로 병원인 모양이다.

 

체력이 예전만 못해 귀가시간이 점점

빨라진다.

추위 핑계로 늦잠을 잔 덕분에 미처 읽지

못한 조간신문을 펼친다.

 

햇볕 따뜻한 창가에 앉았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환한 햇살에 눈이

부시고 마음이 평화롭다.

 

오늘 하루도 별일 없는 평범한 하루였다는

생각을 하기가 무섭게 단톡방 알림이 온다.

 

고향 동창의 소천(召天) 소식이다.

지병으로 죽었을까, 요양원에서 죽었을까,

고통은 없었을까,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다 고개를 가로저으며

나쁜 생각을 떨쳐내려 애쓴다.

 

1967년 중학교 졸업 후 58년간 단 한 번도

얼굴을 보지 못했지만 이름과 모습은

기억을 하기에 동창의 별세소식은 마음을

무겁게 한다.

 

아픔은 무엇일까,

늙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죽음이란 무엇일까.

 

죽음에 대해 가끔 생각을 해보지만

죽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죽음이란 내가

여전히 알지 못하는 미스터리(mystery)

영역이다.

 

어느 책이었더라?

수십 년 전에 읽었던 제목이 생각나지 않는

어느 책에서 고대 로마의 철학자이자

사상가였던 '키게로'가

 

"노년은 예상보다 더 빨리 슬그머니 다가

온다. ~산다는 것은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했던 글이 생각난다.

 

17;30

해가 사라지자 온기도 사라졌다.

 

입춘이 지난 지 여러 날이 되었어도

계절이 거꾸로 가는지 연일 영하 10도

언저리를 오르내리는 맹추위가 기승을

부린다.

 

면장우피(面張牛皮)라,

인간사회에는 얼굴에 쇠가죽을 바른 듯

뻔뻔한 사람들이 판친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등에 대한 탄핵국면이

길어지고 법정시간은 점점 늘어난다.

 

추위와 숨 막히는 시국에 사는 국민들은

즐거움 없이 암막(暗寞)의 세상에서 허우적

거린다.

 

17;40

Tv에서 미스터 트롯에 출연해 준결승에

오른 남자가수가 '그 강을 건너지 마오'라는

곡을 부른다.

 

감정에 쌓여 비장한 표정이지만 마음에

와닿지를 않아 원곡자인 양지은의 노래를

찾아 듣기 시작한다.

 

[  ♬ 가지 마오 가지를 마오,

  그 강을 건너지 마오~~

 

  강물에 떠내려가는 마지막 꽃잎일 새라~

  가지 마오 가지를 마오 ♬♪                     ]

 

죽음에 대한 표현은 매우 다양하다.

개신교에서는 소천(召天),

가톨릭에서는 선종(善終),

불교에선 입적(入寂), 열반(涅槃),

군주나 임금 등 높은 사람이 죽으면 붕어

(鵬御), 훙서(薨逝), 승하(昇遐), 서거(逝去)

하고,

 

일반인이 죽으면 임종(臨終), 작고(作故),

타계(他界), 사망(死亡)이라 표현한다.

 

종교인이 종교의 사유로 죽으면 순교(殉敎),

공무원이 공무를 집행하다 죽으면 순직

(殉職),

군인은 전사(戰死), 산화(散化),

 

어려서 죽으면 요절(夭折),

이밖에도 졸(卒), 몰(歿), 폐(廢) 등 표현

방법이 다양하다.

 

사별(死別)의 뜻을 담은 양지은의 노래를

들으며 가슴이 먹먹해진다.

 

생은 무엇이고 삶은 무엇인가.

죽은 뒤에 저승에서 받는 복을 명복(冥福)

이라 했던가.

 

어쩌면 다 부질없는 욕심이다.

어둠이 밀려오는 창밖을 우두커니 바라

보며 하릴없이 동창의 명복(冥福)이나

비는 수밖에.

 

                     2025.  2.  20.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