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느림의 미학 886 김 회장의 사춘기(思春期)

김흥만 2025. 4. 19. 10:34

2025.  4.  19.  10;00

아들 내외와 두 손주 녀석들이 들어오자

집안에 활기가 넘치기 시작한다.

 

분가를 한 지 10여 년 세월,

집안은 늘 적막강산(寂寞江山)인데 주말에는

손주들이 와 사람 사는 세상으로 변한다.

 

작년 국회의원 선거 이후 매스컴을 멀리 하는

습관이 들었고, 조간신문 읽기도 10여분이면

끝난다.

 

TV는 잘보지 않아 클래식 선율과 함께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소리만 간간이 들렸는데 훌쩍

커버린 손주들의 모습을 보며 세월의 흐름을

느낀다.

 

만날 아빠와 형이랑 장난을 잘 치던 막내의

말수가 요즘들어 확연히 줄었다.

 

"김 회장 사춘기 왔냐?"  

"예! 혼자 있고 싶을 때가 많아요."

초등학교 6학년인데 스스로 사춘기가 왔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지난 3월 말쯤이던가, 

막내가 집에 들어오면서 "저 회장으로 당선

되었어요."라는 게 아닌가.

 

4학년때부터 매년 학급회장을 도맡아

하였기에 아무런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이번에도 아빠 엄마의 의견이나 도움 없이

스스로 선거공약과 연설문을 만들고 학생

회장으로 출마하여 당선되었다는 거다.

 

그때부터 집안에서 막내에 대한 호칭은

자연스럽게 '김 회장'이 되었다.

 

공군사관학교가 목표로 리더십과 친화력,

주관이 뚜렷하고, 태권도 3단으로 시범단

활동을 하며, 

 

틈틈이 복싱도장에도 나가고,

2024년엔 하남시 초등부 태권도 챔피언이

되기도 했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유치원에서 여자친구

에게 사랑의 고백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박장대소를 한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키가 170cm가 넘는 건장한 청소년

으로 훌쩍 커버렸다.

 

'혼자 있고 싶다?'

사춘기의 사전적 의미로는 '성적 기능이 활발

해지고 2차 성장이 나타나며 생식기능이

완성되는 시기를 말한다.'라고 되어있다.

                         <  해거리로 겨우 핀 미선나무꽃   >

 

그러고 보니 목소리가 조금 굵어지고,

체모도 보이고, 코밑 인중과 턱 부위에도 

수염과 구레나룻이 자라기 시작했다.

 

사춘기는 청소년들이 아동기를 벗어나면서

큰 변화를 겪는 시기로,

신체적 특징, 성적 충동, 자기중심적 생각,

타인과의 입장, 신체변화에 따른 당혹감에

정서적인 혼란을 겪으며 우울증과 반항적

표현을 할 수 있으며,

 

괜스레 예민해지고, 민감해지고, 거칠어지고,

까탈스러워지고, 이유 없는 반항, 훈계를

잔소리로 듣고, 짜증 내고, 화내고, 눈물이

많아지고 성격이 난폭해질 수도 있다.

 

어른에게도 나이가 들면 갱년기가 오고,

직장생활이 힘들고 짜증 나면 '직춘기

(職春期)'오듯이 말이다.

 

사춘기에 감정의 기복이 심하다면 갱년기

에는 우울감, 신경 예민, 건망증이 증가하며,

안면홍조, 식은땀, 기억력 저하가 온다.

 

나이가 더 들어 우울해지고 의욕이 없어지면

사추기(思秋期)라고도 한다.

때로는 우울증일 수도 있어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경우도 많다.

 

집과 가족이란 무엇인가.

가족과 함께 살며 발 뻗고 편히 누워 쉴 수

있는 가장 편안하고 안전한 공간이 집이다.

 

따라서 사춘기건 사추기건 사람에겐 등 기댈

벽과 비 막을 지붕이 필요하다.

간섭을 하지 않고, 본인이 의식하지 못하는

범위 내에서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좋겠다.

 

사춘기가 왔어도 버릇은 변함이 없다.

양말을 벗어 한구석에 던져 놓고 바디프랜드

안마기에 올라타는 건 여전하다.

 

지금은 온갖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이 세상을

지배하고 통제하는 세상이다.

 

이 녀석들이 이런 세상에서 사춘기를

슬기롭고 올바르게 살아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해 본다.

 

성장을 하면 할수록 본인 스스로

옳고 그름, 선과 악, 생과 사, 명예와 불명예,

나쁨과 좋음, 다름과 같음, 특별과 보통,

특화와 일반, 사랑과 배신, 의리와 배반,

장점과 단점, 자유와 통제, 민주와 독재,

자본과 공산, 여당과 야당, 보수와 진보,

간섭과 관심을 슬기롭게 구분을 하고 극복해

나가야 한다.

 

사람은 보는 대로 믿는 것이 아니라 믿는

대로 보는 존재이다.

따라서 사람들의 머리와 가슴에는 확증편향

(確證偏向)과 소망편향(所望偏向)으로 가득

찼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사춘기에 접어든 청소년들이

세상을 볼 때 '찬찬히' '천천히' 잘 보게

도움을 주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13;00

글 쓰던 것을 잠시 멈추고 창밖을 바라본다.

새벽부터 내리던 봄비가 대지를 촉촉이

적시었고 앞산에는 나무들의 연둣빛이

숲 속을 메꿔 나간다.

 

식사 후 중학생인 큰 녀석은 아내의 서재에서

중간고사 대비 공부를 하고, 거실에서 놀이에

열중하는 막내의 고운 얼굴에 여드름꽃이

피기 시작한다.

 

                 2025.  4.  19.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