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4. 25. 10;00
하얀 벚꽃의 향연이 끝났다.
청매, 홍매의 암향부동(暗香浮動)도 끝났다.
병아리 색깔을 상징하는 노란 개나리꽃도
사라졌다.
들판엔 노랑 민들레와 흰색 봄맞이꽃,
노란 이고들빼기가 지천으로 깔리고 수명이
다한 민들레꽃의 포자(pappus)가 바람타고
우주를 유영(遊泳)할 준비를 마쳤다.
개불알꽃은 하고현상(夏枯現象)을 빌려
소리소문 없이 땅속으로 숨어버렸다.
들냉이, 물냉이들은 말냉이로 바뀌었고,
코딱지 나물이라는 별명을 가진 노란색
꽃다지들이 자잘자잘 피어나 들판을 장악해
나간다.
이에 질세라 노랑 아기똥풀이 숲 속 여기
저기에서 튀어나오고,
지칭개도 내 무릎까지 자라더니 소루쟁이,
망초도 난쟁이를 벗어나 제법 자랐다.
며칠후면 아까시와 이팝나무꽃이 다시 한번
하얀 세상을 만들겠지.

11;00
개나리꽃은 왜 노란색이고 벚꽃은 왜
흰색일까,
같은 시기에 피는 개나리꽃잎은 4장으로
길쭉한데 비해 영춘화 꽃잎은 5~6장으로
동글동글하게 생긴 까닭은 무엇일까.
꽃과 새, 곤충이 자연계에서 갑(甲)과 을(乙)
의 관계가 성립한다면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일까.
꽃이 열매를 맺기 위해 수분(授粉)을 하려면
풍매화(風媒花), 조매화(鳥媒花), 충매화
(蟲媒花) 즉 바람과 새와 곤충 중 어느 것을
전략적으로 선택할까.
새와 바람, 곤충을 매개체로 이용하지 않고
땅속에 있는 줄기 또는 구근(球根) 즉
알뿌리로 꽃을 피우고 번식을 하는 튤립,
수선화, 백합, 히야신스, 붉은 상사화엔 꿀이
있을까.
꽃가루를 옮기는 곤충 종류 중에서 꿀벌은
단연코 생태계의 왕이다.
그런 벌이 전 세계적으로 약 20,000종이나
된다고 하니 나의 짧은 지식으로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나비는 어떨까,
나비가 이 꽃 저 꽃으로 날아다니며 꽃가루를
옮기는 모습은 생명을 잉태하는 동화 속의
예술 비행이 아닌가.
이밖에도 딱정벌레, 나방이, 파리, 등에,
개미 등 수많은 곤충들은 충매(蟲媒)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그렇다면 자연에서 어느 색깔의 꽃이 많을까,
계절별로는 무슨 색깔의 꽃이 많을까.
오늘 이 글을 쓰면서 온통 의문투성이다.
이른 봄엔 개나리, 영춘화, 애기똥풀같이
샛노란 꽃이 많이 피고,
바람을 이용해 수분을 하는 풍매화(風媒花)
중 소나무와 참나무의 수꽃도 노란색이요,
꽃가루도 노랗다.
늦봄과 초여름에는 아까시, 조팝나무, 때죽
나무, 산딸나무, 쥐똥나무 등 흰꽃이 핀다.
초가을에는 각시투구꽃, 쑥부쟁이, 벌개미취,
배초향 등 보라색꽃이 많이 피고 겨울에는
빨간 동백꽃이 핀다.
이른 봄에 꽃을 피우는 식물들은 겨울을 나고
남은 양분으로 꽃과 새잎을 만들어야 하기에
비교적 에너지가 적게 드는 노란색을 선택
한다고 한다.
이유는 초봄에 활동하는 '등에' 등 곤충들이
노란색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야생화가 다양한 방법으로 꿀벌과 나비 등
곤충을 유혹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꽃의
색깔과 향기다.
꿀벌은 붉은색 색맹이라 노란색, 파란색,
보라색을 선호하며, 특히 가을꽃은 가을
늦게까지 활동을 하는 뒤영벌이 좋아하는
보라색을 선택한다.
나비는 꽃이 크고 밝은 색깔과 향기가 강한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을 좋아한다.
야생화는 이렇듯 생존과 번식을 하기 위해
꿀벌과 나비, 곤충들이 좋아하는 특정한
향기를 발산하여 이들을 유인하니 꽃과
곤충은 자연에서 갑(甲)과 을(乙)이라 할 수
있겠다.
2002년 강혜순 교수가 쓴 '꽃의 제국'에서
우리나라에서 피는 꽃 3600여 종의 꽃 중
하얀색이 약 32%로 가장 많고, 빨간색이
24%, 노란색이 21%라고 발표했던 글을
기억해 낸다.

통계가 나온 지 20년이 훌쩍 지났고,
지구의 온난화로 우리나라도 온대지방에서
아열대 기후로 바뀌고 있다.
예전 통계가 맞을지 모르겠지만 그 후 나온
통계가 없으니 지금도 비슷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산과 들판에서 관찰을 하다 보면 이른 봄에는
연분홍빛이 많이 보이다가 점점 노란색이
많아지고,
늦봄과 초여름에는 하얀색꽃이 많아진다고
느낄 때가 많다.
가을에는 보라색꽃이 많이 핀다고 느껴지니
꽃이 곤충의 눈에 잘 띄도록 점점 진화하는
생존전략이 대단하다.
이렇듯 야생화는 새나 곤충에게 먹이를 제공
하고, 이들 매개체들은 수분(授粉)을 통하여
야생화의 번식을 돕는 역할을 수행하니
야생화와 곤충과 새는 서로 공생하는 필수
존재라 할 수 있다.
17;00
사월 중순에 어울리지 않게 많은 눈이 쏟아
지고, 꽃샘추위로 벚꽃 등 봄꽃들에게 많은
시련을 주었던 짧은 봄이 사라져 간다.
숲은 남풍(南風)을 타고 연두색을 지나
초록으로 숨 가쁘게 달리는 중이다.
4월에 걸맞지 않게 온도가 섭씨 25도를 오르
내리며 봄의 따뜻함보다는 초여름 더위가
시작되었다.
겨우내 옷장 설합 속에 있던 반팔 티셔츠 등
여름옷을 꺼내고, 선풍기 커버를 벗겨
제자리에 배치를 하는 소동을 벌리며 여름을
맞이할 준비를 끝냈다.
2025. 4. 25.
석천 흥만 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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