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5. 10.
이틀 전이다.
산책 중 꽃봉오리가 아직 열리지 않은 붓꽃을
관찰하다가 재미난 풍경을 본다.
개미떼가 일렬로 움직인다.
내일 비가 오려나?
개미떼를 보며 의봉혈우(蟻封穴雨)라는
옛 고사성어가 퍼뜩 떠올랐다.
'개미 蟻' '봉할 封' '구멍 穴' '비 雨'라,
비가 오기 전에 개미는 빗물이 들어오지
못하게 흙을 물어다가 동굴 입구를 막는다.
개미는 날씨 변화에 민감한 곤충으로 습기를
극도로 싫어하는 성질이 있기에
기압골의 영향으로 지하환경의 작은 변화를
감지해 비가 올 것을 미리 알아차린다.
개미가 입에 흙을 물고 움직인다?
개미는 두 가지 방식으로 비를 대비하는데,
흙을 물어와 땅굴 입구를 막아 빗물이 들어
오지 못하게 사전작업을 하는 경우가 있고,
또 다른 방법으로 높은 곳에 있는 풀밭이나
비를 피할 수 있는 나뭇잎 밑으로 숨기도
한다.
개미는 먹이를 찾거나 자신의 집으로 돌아
갈 때 휘발성이 강한 페로몬(pheromone)
이라는 화학물질을 분비한다.
비가 오기 전 공기 중 습도가 높아지면
페로몬의 휘발속도가 느려져 개미가 일렬로
질서 있게 이동하고,
날씨가 맑고 건조하면 휘발속도가 빨라져
뒤따르는 개미들이 경로를 잃고 사방으로
흩어진다는 거다.
따라서 개미가 일렬로 이동하면 비가 내리고,
사방으로 흩어져서 움직이면 날씨가 좋다.
그러고 보니 지렁이도 땅속에서 나와 산길가
에서 꿈틀거린다.
새들에게 아주 좋은 먹이라,
지렁이가 하루라도 더 살 수 있게 나뭇가지로
집어 숲 속으로 던져준다.
06;00
잠시 비가 멈추자 '울새'가 요란하게 운다.
기관총소리보다 빠른 울음소리가 딱따구리는
물론 다른 새들을 압도한다.
이어서 되지빠귀, 직박구리, 콩새도 덩달아
숲 속의 고요를 깨고 교향곡을 연주한다.
맹금류가 없는 숲 속은 새들의 천국이다.
휴대폰에서 '새소리'를 찾아 지금 울고 있는
새들과 하나하나씩 소리를 대조해 나간다.
까치, 뻐꾸기, 소쩍새, 호랑지빠귀, 휘파람새,
두견이, '어치'까지 소리를 들어가며 구분을
했다.
요즘 내 귀는 무척 호강을 한다.
집에서는 뉴스를 보지 않고 품격 높은 트롯과
클래식 음악으로,
숲 속에 들어오면 온갖 새들의 노랫소리에
정신없이 취하니 말이다.

< 꽃사과 >
06;30
소강상태였던 비가 다시 쏟아져 우산을 편다.
새들은 침묵 모드로 돌아섰고 빗방울이
우산을 강하게 두드리는 소리가 내 귀를
장악해 나간다.
그동안 비 예보가 제대로 맞지 않아 불편
했는데 개미떼의 선견지명 탓인지 기상청
비예보가 제대로 들어맞아 이틀간 봄비가
길게 이어진다.
어찌 보면 신경통을 가진 노인들이 기상청
보다 더 정확하게 비 예보를 한다.
몸 어딘가가 결리고 쑤시고 아프면 영락없이
비가 내리기 때문이다.
07;00
자연에 관심을 많이 가지면 재미나는 현상을
많이 만날 수 있고 알면 알수록 재미가 있다.
달무리가 생기면 사흘이내 비가 오고,
제비가 낮게 날면 비가 오고,
아침노을이 지면 비가 오고,
정주성(定住性) 거미는 북쪽을 향해서 집을
짓는다.
북쪽을 향해서 꽃이 피는 목련,
원앙새는 바람둥이 새,
기러기는 의리의 새,
까마귀는 부모를 봉양하는 효자새요,
아침에 제일 먼저 만난 등산객을 복주산
정상으로 안내하며 끝까지 완주하던 철원
복주산(1,152m)의 진돗개,
괴산 칠보산(778m) 정상에서 만나 하산길을
안내하던 검정개 뭉치가 생각난다.
동네 똥개들이 똥을 눌 때 머리와 몸이
나침반이 가리키는 뱡향과 정확히 일치하고,
소나 사슴도 남북방향으로 서서 풀을 뜯어
먹는다는 사실과,
독수리, 비둘기나 철새는 지구 자기장을
감지하는 능력으로 수천 km를 비행하며
길을 잃지 않는다고 하니 신비하다.
경주 지진 전에 숭어 수만 마리 떼가
2~3km 정도 일렬로 떼 지어 이동을 했으며,
해변에도 개미떼가 나타났다 했고,
중국 랴오닝 성의 대지진 전에 많은 개구리
떼의 이동 등이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채
미스터리(mystery)로 남았다.
나무에게 거짓말 탐지기를 부착하고 폭언과
다정한 말을 하는 실험을 했더니 감정표현을
했고,
콩나물에 클래식을 들려주면 곱게 자라고,
시끄러운 록(rock)을 틀어주면 제멋대로
자란다.
또한 밥통의 음식에게 못된 욕을 했더니
금세 곰팡이가 생겼고 좋은 말을 하니
쉽게 상하지 않았다는 실험의 결과를 보며
감탄을 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이종교배(異種交配)를 허락하지
않는 토종 흰민들레가 있는가 하면 교배를
할 때마다 전혀 다른 DNA가 나와 2,300여 종
이나 된다는 연꽃,
꿀벌과 나비 등 곤충이 좋아하는 모양과
색깔로 핀다는 야생화의 생존전략과
전 세계에 2만 종이나 된다는 꿀벌을 믿을 수
있을까.
고작 100년을 못 사는 인간들이 감히
대자연의 신비를 다 알 수 없기에 그냥 감탄
하며 재미있게 같이 살아가면 된다.
07;10
빗물 흐르는 개골창에서 개구리들이 모여
떼창을 한다.
양서류(兩棲類)란 뭍과 물 양쪽에서 살아
가는 동물을 말하는데, 비가 내리니 개구리,
두꺼비, 도롱뇽, 맹꽁이 등 양서류가 제
세상을 만난 듯 판을 친다.
2025. 5. 10.
석천 흥만 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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