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5. 14. 04;00
소~쩍 소~쩍♬
소쩍새 소리를 들으며 잠이 깨었다.
교교(皎皎)한 달빛이 유리창에 스며들고,
창문을 열자 아까시나무의 꽃향기가 내 코를
호강시킨다.
이팝나무만 핀 줄 알았는데 덩달아 아까시도
활짝 피어 구린내 나는 인간세계를 향기로
감싼다.
05;00
강풍을 동반한 봄비가 수시로 내렸고,
그 봄비를 한껏 마신 앞산의 나무는 연두색을
버리고 녹색으로 변했다.
집이 숲 근처에 있어 거실창문을 열면
춘하추동 사계절의 변화를 손에 잡힐 듯
느낄 수 있다.
'울새'가 날아와 기관총 소리를 낸다.
대형 맹금류인 수리부엉이가 최근에 오지
않자 울새, 소쩍새, 뻐꾸기, 직박구리가
제세상을 만난 듯 부산을 떤다.
엊그제는 배 고픈 청설모가 베란다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뒤로 들어와 손바닥을 비비기에
작년 가을에 사두었던 밤이랑 건과류를
그릇에 담아 놓았더니 슬그머니 먹어치우고
인사도 없이 사라졌다.

< 겹벚꽃 >
05;30
조금 전 황산 숲길에서 목청을 높였던
울새가 여기까지 따라왔는지 내 주변을
돌며 특유의 목소리로 지저귄다.
아마도 이 녀석은 통과철새 신분을 버리고
우리 집 근처에 터를 잡은 텃새가 된 모양
이다.
울새는 참 작은 새다.
크기가 12~14cm, 무게가 약 15g~19g
정도로 너무 작아 울새를 처음 만났을 때
'콩새'로 알았다.
작은 몸매에 색깔도 누래서 '참새'로
보이기도 했고 '산솔새'인가 한참 헷갈렸다.
울면서 꼬리를 위아래로 떨고, 흰색의
눈테가 있으며 열 번 이상 소리를 내며
우는 것을 보고 '울새'로 특정(特正)한 거다.
영국에서 국조(國鳥)로 대접을 받는 울새
(Robin)는 예수가 십자가형을 당할 때
가시 면류관에서 가시를 뽑아내려다가
예수의 피가 묻어 가슴이 붉어졌다는
전설의 새이기도 하다.
사실 야생화나 나무는 사진 찍기도 편하고,
모를 때엔 자료도 많고 책에서 쉽게 찾아볼
수가 있다.
그러나 새는 보자마자 후딱 날아가기에
나의 어설픈 실력과 오래된 카메라로는
촬영할 수가 없기에 머릿속에 담았다가
서정화 선생과 윤무부 교수의 책에서 찾아
보는 수밖에 없다.
뻐꾸기가 숲 속에 숨어 뻐꾹 대고 이번엔
물까치 두 마리가 나만의 작은 정원에
날아와 나뭇가지를 오르락내리락하고
산까치로 불리는 '어치'도 날아와 지저귄다.
다른 새의 흉내를 잘 내는 어치는 꾀꼬리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까치나 까마귀 같은
소리를 내는 재주꾼으로 푸른빛이 섞인
날개를 접고 나를 조용히 응시한다.
겨울은 황량하지만 봄은 담백(淡白)하다.
녹색으로 변한 앞산에 온갖 새들이 날아와
목청을 높이는 새벽,
봄바람에 살랑이는 나뭇잎과 향기를 무한정
뿜어내는 아카시아와 울새는 그림같은
봄 풍경이다.
아름다운 봄 풍경을 마음껏 누리며 나만의
세계에 조용히 빠져들어갔다.
2025. 5. 14.
석천 흥만 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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