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느림의 미학 893 새소리에 대한 난제(難題)

김흥만 2025. 5. 25. 15:41

2025.  5.  25.  06;00

너구리 사라진 숲 속은 새들의 노랫소리로 요란

하다.

 

어제 새벽에는 쏟아진 비에 질렸는지 새들이

한 마리도 지저귀지 않았는데, 오늘은 이

녀석들이 다 돌아와 이 나무 저 나무 에서

난리법석을 떤다.

 

걸음을 멈추고 어떤 녀석들일까 귀를 기울인다.

참새는 짹짹, 까마귀는 까악 대고,

야행성인 부엉새도 덩달아 '부엉부엉' 한다.

 

제비는 지지배배~,

쭈비 쭈비 쭈르르~ 동박새,

꿩꿩~ 꿩, 개개개~개개비, 구~구우 산비둘기,

소쩍소쩍~소쩍새, 뻐꾹뻐꾹~뻐꾹이도 왔구나.

 

이 새들까지는 어릴 때부터 교과서와 각종

매체의 표현이 머릿속에 입력이 되어있어 말로

표현하고 글자로 쓸 수 있다.

 

2023. 8. 2일 느닷없이 돌발성 난청이 왔고,

입원 등 꼬박 12일 동안 스테로이드 집중

치료를 받았고 8.17일 완치통보를 받았다.

 

예민했던 청력이 망가졌다가 완전히 회복

되었고, 난청과 노인성 이명현상(tinnitus)도

없다.

 

음압 레벨로 속삭임 수준은 30dB,

일상적인 대화 수준은 60dB,

잔디 깎는 기계소리는 80dB,

콘서트장 소음은 120dB이라 했다.

 

그중 성인의 평소 기준치가 25 데시벨(decibel)

이라는데 7~8dB까지 기능이 회복 되더니

세상의 온갖 잡소리까지 다 들린다.

 

특히 산에 오면 새소리, 바람에 나무 흔들리는

소리, 벌과 곤충들이 날아다니며 내는 소리 등

자연의 소리가 고스란히 들려 살만하다.

                      <   미나리아재비   >

 

오늘같이 청명한 봄날, 하늘은 찬란하게 빛나고

온갖 자연의 소리가 들리지만 문득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 위에서 지저귀는 소리와,

날아가는 새들을 제대로 알아볼 수가 없기에

인터넷에서 찾은 새소리를 수시로 반복해서

들으며 머릿속에 입력을 하고, 잘 보이지 않는

눈으로 새에 관련된 책을 외우다시피 하였다.

 

다행히 아직은 기억력이 살아있어 새에 관한

지식이 머릿속 한구석에 차곡차곡 쌓여간다.

 

지금 옥구슬 굴리는 소리는 직박구리요, 

조금 탁하지만 아름다운 소리는 꾀꼬리요,

능청맞은 소리는 호랑지빠귀이다.

 

이밖에도 흔히 볼 수 있는 까치, 울새, 딱따구리,

되지빠귀, 흰배지빠귀, 휘파람새, 두견새,

물까치, 어치, 박새, 동고비, 때까치, 딱새,

 

곤줄박이, 밀화부리, 붉은머리 오목눈이, 노랑

할미새를 소리로는 구분할 수 있는데 막상

입으로 흉내를 낼 수 없고 글로 옮길 수가

없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한글은 표음문자라 했다.

의성어는 사람이나 사물의 소리를 흉내 낸 말이고,

의태어는 사람과 사물의 모양이나 움직임을 흉내

낸 단어이다.

 

한글이 표음문자라 해도 막상 새소리를 문자로

표현할 수 없고,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한계에

이르렀다.

 

표음문자와 표의문자의 한계,

의성어와 의태어의 한계,

자연 속의 신비로운 새들의 소리까지 문자로

표현하고자 하는 나의 욕망이야말로 과유불급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어릴 때는 별이 속삭이는 소리와 은하수가 파도

치는 소리가 듣고 싶었고,

은하철도 999를 타고 달에 가서 옥토끼가

절구를 찧는 소리도 듣고 싶었다.

 

새소리와 자연의 소리를 모르면 모르는 대로, 

들리면 들리는 대로, 느끼면 느끼는 대로 소리를

즐기면 될 텐데 문자로 표현하고자 욕심을

부리니 이 또한 오지랖이로다.

 

                         2025.  5.  25.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