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5. 30. 13;30
단골식당에 들어서자 아주 듣기 싫은 목소리가
귓전을 울린다.
게걸대며 찌렁찌렁 울리는 목소리를 측정기로
재보면 콘서트장 소음 기준인 120dB 보다
훨씬 높게 나오겠다.
30여 명이 앉을 수 있는 작은 식당 안에서
1m도 채 되지 않는 바로 뒤에 앉아 식사를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너무 크다.
쇠붙이를 긁는 소리처럼 짜증 나는 그들의
목소리가 식당 전체에 울리는 바람에 우리
일행은 대화를 제대로 할 수가 없다.
관상불여음상(觀相不如音相)이라,
사주명리학에서는 사람을 볼 때와 인간의
됨됨이를 판단할 때 관상(觀相)보다 음상(音相)
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목소리를 낮춰달라고 부탁할까 하다가 포기를
한다.
우리가 직접 시도를 했다간 큰 싸움이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년 전에도 당구장 내에서 목소리가 큰 게
발단이 되어 집단 패싸움이 시작되었다가
수습이 된 적이 있었는데 또다시 잘못을 범할
수는 없다.
어떻게 할까.
이(齒)에는 이(齒)라는 이아환아(以牙還牙),
이에는 이, 눈(眼)에는 눈(眼)이라는 이안환안,
또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는 방법을 써서
응징을 할까.
상대방보다 더 큰 목소리로 대화를 시도하다가
포기를 하고 목소리가 이상한 사람들 얼굴을
보니 편안한 인상이 아니고 어딘가 조금 모자라
보인다.
발달장애인도 아니고, 틱 장애인도 아니고
그렇다면 지적장애인인가.
어쩌면 소음이 심한 공사현장에 근무하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난 귀가 무척 예민해 멀리서 귓속말하는 소리도
웬만하면 다 들리기에 큰 목소리를 들으면 짜증
날 때가 많다.

< 애기똥풀 >
이십여 년 전 철산 지점장 시절 평생 술과 담배를
가까이하지 않았던 친구와 식사 중 목소리가
이상한 걸 느끼고 종합병원 검사를 권유했다.
그 친구는 주로 심장 쪽을 체크하였다는데
진단결과가 안타깝게 폐암말기로 나왔고,
너무 늦게 발견이 되어 회복하지 못하고 타계
하였다.
또 다른 친구와 통화를 하며 안 좋은 목소리가
들리기에 권유를 한 결과 폐기종이 발견되어
수술을 받기도 했다.
그렇다면 저 사람도 폐 쪽에 이상이 있는 걸까,
아니면 심성이 고약한 사람인가 신경이 쓰이
면서 괜스레 화가 난다.
그래도 겉으로 화를 낼 수는 없는 노릇이라,
애써 화제를 돌리고 그 사람들이 식사를 얼른
마치고 돌아가기만을 기다린다.
나이가 들면 사소한 일에도 화가 많이 난다.
문해피사(文海披沙)의 노인지반(老人之反)
에도 나오지 않는 화를 많이 내는 거다.
참는 게 능사(能事)라 했던가,
너무 참으면 속이 터질 거 같고,
화가 날 때마다 분출을 하면 고약한 노인네로
낙인이 찍힐 거고,
그렇다면 화를 잘 내는 방법이 있을까.
그냥 화를 안내면 된다는 멍청한 답보다는
다른 방법을 쓰기로 했다.
화가 날 때마다 휴대폰의 메모장에 화가
났던 이유를 메모하고 한참 후에 그 메모를
들여다보면 웃음이 난다.
그 정도에 내가 왜 화를 냈을까,
나의 그릇이 그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지를 생각
해보면 부끄러울 때가 많다.
인생은 소중한 하루하루의 여행이다.
황혼의 인생길을 걸으며 가끔 뒤돌아보면 지난
세월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젠 화를 낼만한 시간의 여유도 없고,
심금(心琴)을 울릴 만한 사연도 생기지 않는다.
그냥 하루하루를 여행으로 알고 편안하게 살기
위해선 저런 사람들의 짜증 나는 목소리까지
참견하며 인생을 소모할 이유가 없기에 휴대폰
메모창을 열고 메모를 하며 쓴웃음을 짓는다.
2025. 5. 30.
석천 흥만 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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