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6. 11.
조간신문 보는 시간이 점점 짧아져간다.
작년 국회의원 선거가 끝난 후엔 약 15분 정도
였는데, 이번 대통령 선거 이후론 10분 이내로
시간이 줄었다.
상산국민학교 학생 당시 세로 쓰기로 나오는
조선일보를 보기 시작해 평생 지면을 미주알
고주알 샅샅이 읽었는데 이젠 보기가 싫어졌다.
간혹 지면에 나오는 중요한 정보를 외면할 수가
없어서 제목만 대충대충 읽고 필요한 부분만
스크랩과 메모를 하는데 10여분이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세상일은 내 뜻과 관계없이 돌아간다.
작년 12월 3일 비상게엄 이후 애국자 코스프레
(cospre)를 하는 것도 이젠 지겨워졌다.
전과자는 안된다는 암묵적 동의가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줄 알았는데 세상은 그렇지 않다.
샐리의 법칙(Sally's Law)보다는 머피의 법칙
(Murphy's Law)이 세상에 더 많이 존재하니
말이다.
전과자가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되면서 세상의
도리가 어긋나 버렸다.
전과자 신분이든, 피의자 신분이든 내가 싫어
하는 것과 관계없이 대통령 선거결과는 뻔했던
건데 나만 노심초사를 한 모양이다.
문해피사(文海被沙)를 읽다 보면 '세사상반
(世事相反)'이라는 조목이 나온다.
'지위가 높은 관리는 천하의 일을 근심하지
않는데 초야의 사람이 도리어 근심한다.'
바로 우리들 장삼이사(張三李四)의 이야기가
아닌가.
우리 자식들 세대에 큰 일이나 생기면 어떻게
하나 가슴 조이고 수개월을 숨 죽여 살면서
여러 인간들의 모습을 봐왔다.
문관은 군대일을 자주 말하는데 무관은 싸우는
것을 즐기지 않고,
재주와 학식이 있는 사람은 학벌이나 문장에
대해 말하지 않는데 전직 장관 출신으로 촉새
같은 사람이 고등학교 학벌을 비하하는 말을
해 평지풍파(平地風波)를 일으켰다.
부자는 절약이 몸에 배어 돈 쓰기를 즐기지
않는데 반해 가난한 이는 돈을 잘 쓰며,
보통사람이 채식을 하고 승려와 도사가 오히려
비린 음식을 즐겨 먹으니 고정관념을 버릴 때가
된 모양이다.
어제는 이미 가버렸고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다.
오늘 하고 싶은 일, 하고 싶은 말을 하며 마음을
다스리고자 컴퓨터 자판을 두드린다.

< 기린초 >
이미 지나간 것을 돌이킬 방법이 없으니 당분간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살면 된다.
한운불우(閑雲不雨)라,
빈 하늘을 떠도는 한가로운 구름은 결코 비를
뿌리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간만이 모른다.
예봉산 정상 기상 레이다를 향해 배 깔고 느릿
느릿 떠가는 구름을 바라보며 나의 소망편향
(所望偏向)이 깨졌음을 인정한다.
중국 등소평의 '흑묘백묘'라는 말을 인용할
필요도 없이,
태종 이방원의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
하리 만수산 드렁칡이~'라는 단심가가 오히려
편하겠다.
세상인심이 세사상반(世事相反)에 있다는 걸
늦게 깨달은 나의 어리석음을 스스로 탓하고,
강박(强迫)을 무너뜨리며 적절한 선을 찾아
가는 것도 삶의 일부분이 아닐까.
2025. 6. 11.
석천 흥만 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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