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느림의 미학 896 여보게 우리 쉬었다 가세 ♬

김흥만 2025. 6. 1. 11:29

2025.  6.  1.

    [ 붉은 산 노을 업고 힘들어하네,

       하얀 구름 한 조각~

             - 중략-

      가면 어때 저 세월

      가면 어때 이 청춘

              ~

      남은 잔은 비우고 가세 ♪

      여보게 우리 쉬었다 가세~ ♬   ]

 

'세월 베고 길게 누운 구름 한 조각'이라,

가수 양지은이 애절하게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가슴이 먹먹해져 눈시울을 훔친다.

 

양지은 가수의 창법에는 왜 그리 한(恨)이

서려있을까.

 

국악을 전공해서일까.

우리네 인생을 읊는 그녀의 애절한 인생곡이

나의 심금(心琴)을 울리니 말이다.

 

같은 노래를 임영웅, 이찬원, 진해성, 김다현의

목소리로 들으며 나의 감성이 어느 가수에

끌릴까 생각 해보니 양지은이 부르는 노래가

가장 가슴에 와닿는다.

 

수십 년 세월 발라드와 아이돌이 떼 지어

칼군무를 추는 노래에 치여 한구석으로 밀렸던

트롯이 최근 전성기를 맞았다.

 

트롯에는 고향, 사랑곡, 이별곡, 사모곡, 사부곡

등 장르가 다양하지만 인생곡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   미나리 냉이   >

 

얼마 전 같이 당구를 치던 친구가 원곡자

나훈아의 '세월 베고 길게 누운 구름 한 조각'을

연습하는데 너무 어렵다고 말한다.

 

나도 좋은 노래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 듣기만

했다.

오늘은 관심을 가지고 여러 가수들이 부르는

음률(音律)을 반복해서 듣고 또 듣는다.

 

나훈아의 화려한 창법,

양지은의 한(恨) 서린 노래,

손태진의 절제되고 기품이 넘치는 노래,

이찬원이 부르는 노래를 듣고,

 

이어서

임영웅이 세월을 관조(觀照)해 이야기하듯

부르는 노래, 진해성의 꺾기, 김다현의 풋풋한

목소리까지 다 들어본다.

 

'세월 베고 길게 누운 구름 한 조각'의

제목과 노랫말은 반복해서 들으면 들을수록

우리네 한 맺힌 인생을 말하는 한 편의 시(詩)

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서정적인 발라드(ballad)풍의 노래는

아는 게 별로 없다.

 

그러고 보니 바로 생각나는 노래는 어릴 때

배우고 즐겨 불렀던 '삼팔선의 봄' '번지 없는

주막' '두 줄기 눈물' '청실홍실' 정도인가.

 

대중가요를 부르는 실력은 늘기는커녕 제한이

되었고 대신 동요를 많이 불렀다.

 

지금도 동요를 부르면 마음이 맑아지고 순수

해지기 때문에 동요를 많이 기억하고 좋아

하는 건 변함이 없다.

 

요즘 관심을 갖고 자주 흥얼거리는 트롯을

생각해 본다.

 

이 나이 먹도록 세상을 잘 모르나~'고맙소'

곱고~넥타이를~'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가지 마오 가지를 마오~'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보랏빛 엽서에 실려온 향기는~'보랏빛 엽서'

바람 속으로 걸어왔어요 ~'빈지게'

'엄마 손은 약손 아가배는 똥배'

견우직녀도 이날만은~으로 시작하는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를 연속 듣는다.

 

들으면 들을수록 한 편의 시(詩) 같은 깊이와

여운을 가진 우리말 가사가 참 아름답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삶이 담긴 인생곡을

만들어낸 사람들은 이렇게 아름다운 노래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불면의 밤을 새웠을까.

 

세상사에 공짜는 없다.

수많은 습작과 졸작의 무덤을 딛고 태어난

노래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듯 노래 또한 세월과

함께 숙성하기 때문이다.

 

노랫말에 나오는 인생에서 소중한 것들,

내 인생에서 시간의 담금질을 견디며 천천히

정제된 나의 삶은 무엇일까.

 

쏜살같이 사라진 세월과 청춘,

세월 베고 길게 누운 구름 한 조각 바라보며

남은 잔 비우고 쉬었다 가야겠다.

 

                2025.  6.  1.

                  석천  흥만  졸필